테마기획
중동發 농약 원가 충격파…“내년 가격 인상이 해결책”
미국·이란 전쟁 이후 원·부자재 가격 평균 21% 인상…수급 불안도 가중
국제유가·운송비·부자재·환율 ‘다중고’…제조업계 ‘벙어리 냉가슴 앓이’
올해 농약 가격 인상 요인 최소 7% 이상인데도 실제 인상률 평균 2%대
2023년(가격 12% 인상)보다 심각…“내년 계통가격에 반드시 반영해야”
지난 2월 말 발발한 미·이스라엘-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농약 제조업계가 심각한 경영 위기에 처했다. 국제유가·운송비 급등, 고환율, 원자재 가격 불안이 겹친 데다, 지난해 이미 원가 인상 요인이 최소 7%를 웃도는 상황에서도 2026년도 농협 계통농약 가격이 평균 2% 내외 인상에 그치면서 제조업계가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문제는 이 위기가 ‘올해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제사들이 이미 내년도 원제 가격 인상을 통보하고 있고, 부자재·물류비·환율 등 모든 원가 요소가 내년에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2027년도 사업분 농협 계통농약 가격에 현실적 인상률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이란 전쟁 이후 부자재 전 품목 두 자릿수 급등 중동전쟁 발발 이후 농약 생산에 쓰이는 각종 부자재 가격이 전 품목에 걸쳐 두 자릿수로 치솟았다. 포장·생산·운송비 등의 인상률이 농약 생산원가에 미치는 인상 요인은 평균 21%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운송비가 상승하면서 각종 부자재 가격의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영농자재신문>이 농약 제조회사를 대상으로 자체 파악한 ‘중동전쟁 전후 주요 농약 부자재 가격 인상률’을 보면, △농약용기(병) 25% △골판지(박스) 12%△ 은박봉투 25% △스티커라벨 17% △계면활성제 27% △증량제 18% 등으로, 전체평균 인상률은 21%에 달했다. 특히 계면활성제가 27%로 가장 큰 폭으로 올랐고, 병과 은박봉투는 각각 25%씩 인상됐다. [표1] 부자재 원료 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중동전쟁 이전 2년간 누적 상승률(박스 제외 평균 72.1%)이 이미 상당했던데다 전쟁 이후인 2026년 1분기에도 평균 30.4%가 추가로 올라 이중 부담이 현실화 됐다. 포장자재 원료별로는 △EVOH가 전쟁 이전 2년간 51.5% 오른 데 이어 전쟁 이후에도 58.9%가 추가 상승했고, △코팅액은 같은 기간 각각 50.0%씩 올랐다. 또 △잉크는 전쟁 이전 2년간 무려 140.0%나 급등한 바 있으며 전쟁 이후에도 9.1% 더 올랐다. 여기에 △알루미늄은 전쟁 이전 2년간 80.2% △HDPE는 40.8% △PE는 62.7% △나일론은 36.0% 각각 상승했다. 증량제 원료인 △LNG는 전쟁 이전 2년간 230.0%라는 폭발적 상승세를 보인 데 이어 전쟁 이후에도 73.7%가 추가로 올랐으며, △벙커C유 역시 전쟁 이전 133.2%, 전쟁 이후 41.9%가 각각 상승했다. 중동전쟁의 직격탄은 국제유가에서 가장 먼저 나타났다. 중동전쟁 이후 국제유가는 원유 기준 41.2%, 경유 기준 32.8% 상승했다. 전쟁 이전 2년간 누적으로는 원유가 146.2%, 경유가 55.3%나 올랐다. 유가 급등은 석유화학 기반의 농약 원료와 부자재 생산비용 상승에 직결되며, 농약 제조원가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표2] 주요 화학제품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우선 △유제에 사용되는 계면활성제는 리터당 1,700원(70%) △비선택성 제초제용 용제는 4,050원(81%) △입상수화제 증량제는 1,300원(29%) △액상수화제 동결방지제는 600원(25%) △입제 보조제는 600원(25%) 각각 상승했다. △유탁제용 계면활성제(10%) △수화제 계면활성제(8%) △대립제 증량제(12%) 등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품목을 포함해도 25% 이상 급등 항목이 대다수를 차지하면서 농약 생산원가를 전방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표3] 국제유가 급등은 곧바로 국내 운송비 인상으로 이어졌다. 2026년 5월 8일 기준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2,006원으로, 1년 전(1,506원)보다 500원(33.2%) 상승했다. 정부의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조치가 없었다면 경유는 리터당 2,800원까지 올랐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유가 급등으로 중동전쟁 이전 2년간 평균 운송비는 32.0% 올랐고, 전쟁 이후에도 19.0% 추가 상승했다.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감안하더라도 국내 육상 운송비는 중동전쟁 발발 이후 실질적으로 평균 20~35% 인상된 것으로 추산된다. 운송비 인상은 농약 완제품의 출고가격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제조업계의 원가 부담이 크게 가중되고 있다. [표4] 다행히 정부가 화물차 유가연동보조금 지급 한도를 상향해 지원금액을 리터당 183원에서 280원으로 53% 올렸으나, 25톤 화물차 기준 월 최대 23만 원 추가 지원에 그쳐 실질적인 부담 경감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환율은 농약 제조원가 핵심 변수…현재 진행형 환율 급등도 농약 제조원가를 끌어올리는 핵심 변수다. 원·달러 환율은 2026년 3월 미·이란 호르무즈 해협 교전의 영향으로 1,488원까지 치솟았으며, 5월 현재도 1,469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2025년 연평균 기준선(1,421.8원)과 비교하면 최대 66.7원 높은 수준이다. 환율 변동 추이를 보면 2025년 10월 1,422원에서 시작해 11월 1,456원, 12월 1,466원으로 오른 뒤 2026년 1월 1,454원, 2월 1,448원으로 소폭 하락했다가 3월에 다시 1,488원으로 치솟았다. 4월 1,485원에 이어 5월에도 1,469원으로 고환율 기조가 계속되고 있다. 중동전쟁 이후 평균환율은 12.7%, 이전 2년간 누적으로도 9.3% 상승했다. [표5] 농약 원제의 93%를 해외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환율 상승은 곧바로 원제 매입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원제 매입액이 8,000만 달러인 제조회사의 경우, 환율이 1,380원/달러로 상승하면 전년 대비 연간 160억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1,470원대 환율이 유지된다면 그 부담은 더욱 클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계통농약 가격 2%↑…중동발 리스크 겹쳐 ‘고전’ 올해 초 농협 계통농약 가격 ‘시담’을 되돌아보면, 당시 원자재·부자재·환율·운송비 등의 원가요소별 인상 요인을 감안할 때 2026년도 농협 계통농약 가격은 최소 7.0% 이상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요구가 강했다. 그러나 실제 인상률은 평균 2.0% 내외에 그쳤다. 결국 5%포인트 이상의 원가 상승분을 농약 제조업계가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특히 농약 가격은 해마다 연초에 농협 계통가격이 결정되고 나면 아무리 인상 요인이 발생하더라도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전쟁 발발 이후 급등한 원·부자재 가격과 환율 충격이 고스란히 제조업계의 손실로 귀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관련기사 2026.01.29. 인터넷 ‘환율 폭등에도 농약값 묶었다…농협 계통가격 2.0%↑’》 이러한 구조적 부담은 주요 농약 제조사들의 매출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물론, 올해 상반기 농약 시장은 예년에 비해 과중한 재고 누적 등의 여러 변수가 산재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매출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는 것이 농약 업계의 중론이다. 주요 7개사(팜한농·농협케미컬·경농·동방아그로·신젠타코리아·SB성보·한국삼공)의 2026년 4월 말 기준 매출총액을 보면, 전년 같은 기간(1조 1,554억 원)보다 381억 원(2.78%) 증가한 1조 1,935억 원을 기록했다. 연간 목표(1조 9,036억 원) 대비 달성률은 65.16%로, 농약 판매 성수기인 상반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흐름이다. 회사별로 보면 △팜한농은 3,290억 원(전년比 +4.1%) △경농 1,944억 원(+5.5%) △한국삼공 1,285억 원(+5.2%) △동방아그로 1,708억 원(+4.9%) 등 일부 기업은 나름 선방했다. 그러나 △농협케미컬은 소폭(2,001억 원, +1.4%) 증가에 그쳤으며, △SB성보도 569억 원(+0.4%)으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머물렀다. 반면, 신젠타코리아는 1,138억 원으로 전년보다 22억 원(-1.9%) 감소하며 역성장을 기록했다. [표6] 농산물 소비심리 위축…제조업계 이중 압박 여기에 중동전쟁 이후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양파 등 주요 농산물 가격이 최근 2개월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업계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떨어지면 농가 소득이 줄고 그에 따라 농약 구매 여력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생산원가는 오르는데 농가 수요는 줄어드는 이중 압박에 제조업계가 노출된 셈이다. 농약 제조업계 한 관계자는 “중동전쟁 후폭풍으로 모든 농약 원·부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여기에 환율까지 오르면 농약 가격은 전체적으로 15~20% 이상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이미 결정된 가격을 연중에 올릴 수도 없으니 제조업계만 ‘벙어리 냉가슴 앓이’하듯 속만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농약 제조업계는 현재 상황이 2023년도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입장이다. 2023년도에는 농약 원가요소별 인상 요인만 따지면 최소 15% 이상 인상이 필요했으나 농협 계통농약 가격의 평균 인상률이 이에 근접한 12%로 최종 결정된 바 있다. 당시와 비교해도 중동전쟁 이후 모든 원가 요소가 더 크고 광범위하게 상승한 데다 2026년도 가격 인상률이 2.0%에 그치면서 이미 5%포인트 이상 ‘가격 리스크’를 떠안았던 제조업계의 체감 부담은 훨씬 더 크다는 반응이다. 내년엔 더 심각…“계통가격 최소 15% 인상 필요” 현재의 위기는 올해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가 파악한 내년도 농약 원가 인상 요인에 따르면, 이미 각 원제사들이 내년도 원제 가격 인상을 통보하고 있으며 2분기부터 잠정 물량 요청을 진행 중이다. 이는 내년도 원제 수급 불안과 가격 상승이 이미 예고된 상황임을 의미한다. 부자재도 마찬가지다. 용기·박스·라벨 등 석유 부산물 기반 품목들의 가격 인상이 현재 진행 중이며, 관련 업체들은 내년도에 15% 이상 인상을 요청하며 고자세로 협의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물류비(유류비)는 화물·택배 계약이 리터당 1,600원 내외에서 이뤄졌으나, 내년에 경유 2,000원대가 유지될 경우 15~20%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환율은 여전히 미지수이나 현재의 고환율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낙관하기 어렵다. 여기에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비용(이자) 부담 증가, 일반 소비물가 지수 상승에 따른 일반관리비 고정 지출 증가까지 더해지면서, 내년도 농약 원가는 구조적으로 더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를 종합하면 내년도 농약 가격 인상은 전체적으로 15~20% 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제조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이에 따라 농약 제조업계에서는 2027년도 사업분 농협 계통농약 가격 결정 과정에서 현재의 원가 현실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를 내비친다. 원제·부자재·운송비·환율 등 모든 원가 요소가 동시에 상승하는 구조적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가격 현실화 없이는 국내 농약 제조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