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농약 시장이 연초부터 역성장을 기록했다. 농협 계통 납품 실적이 전년 대비 23% 이상 줄면서 주요 농약 회사들의 매출도 줄줄이 감소했다. 농약업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과잉 판매로 인한 유통 재고 증가를 주된 요인으로 꼽는다. 여기에 농협계통 신청이 한창 이뤄지는 2월 중에 설 연휴가 겹쳐 농약회사의 영업활동이 차질을 빚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주요 7개 농약회사(팜한농·농협케미컬·경농·동방아그로·한국삼공·신젠타코리아·SB성보)의 2026년 2월 말 매출 총액은 5,98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199억 원보다 210억 원(-3.4%) 줄어든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이들 회사(SB성보 제외)의 농협 계통 납품 실적(1~2월 누계)은 1,221억 8,600만 원으로 전년 동기(1,596억 7,400만 원)와 비교해 23.5%(374억 8,800만 원) 크게 감소했다.
대부분 회사 역성장…동방아그로 ·경농↑
농약 회사별로 보면 대부분의 업체가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농약 원제사와 제조회사를 통해 자체 집계(구두 조사)한 ‘주요 농약 회사 2026년 2월 말 매출 현황’[표1]에 따르면 △팜한농은 지난해 같은 기간(1,520억 원)보다 80억 원(-5.3%)이 감소한 1,440억 원의 매출에 그쳤으며 △농협케미컬은 전년 동기(665억 원) 대비 131억 원(-19.7%) 줄어든 534억 원의 실적을 보였다. 또한 △신젠타코리아는 지난해 같은 기간(741억 원)보다 71억 원(-9.6%) 줄어든 670억 원의 매출에 그쳤고, △한국삼공은 지난해 같은 기간(723억 원)보다 15억 원(-2.1%) 감소한 708억 원 △SB성보는 전년 동기(398억 원) 대비 9억 원(-2.3%) 줄어든 38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경농과 동방아그로는 매출 증가세를 보여 대조를 이루었다. 우선 △동방아그로는 지난해 동기(1,048억 원)보다 75억 원(7.2%) 증가한 1,123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경농도 지난해 같은 기간(1,104억 원)보다 21억 원(1.9%) 늘어난 1,125억 원의 매출실적을 보였다.

농협 계통실적 크게 하락…전년보다 23.5%↓
특히, 올해 2월 농협 계통 실적(납품) 감소가 전체시장 부진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주요 농약회사별 농협 계통 납품 실적을 보면 모든 회사가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농협경제지주(자재사업부)가 취합한 ‘주요 농약회사별 농협 계통 납품(2026년 1~2월 누계) 현황’[표2]에 따르면 △팜한농은 전년 동기(506억 2,000만 원) 대비 132억 1,800만 원(-26.1%) 감소한 374억 100만 원의 매출에 머물렀으며, △농협케미컬은 지난해 동기(419억 600만 원)보다 137억 2,700만 원(-32.8%) 줄어든 281억 8,000만 원의 납품 실적을 보이는 데 그쳤다.
또한 △경농은 전년 동기(220억 9,100만 원)와 비교해 33억 6,400만 원(-15.2%) 감소한 187억 2,7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동방아그로는 지난해 같은 기간(153억 3,900만 원)보다 16억 4,000만 원(-10.7%) 줄어든 136억 9,900만 원 △신젠타코리아는 지난해 같은 기간(172억 3,700만 원)보다 34억 8,700만 원(-20.2%) 감소한 137억 5,000만 원 △한국삼공은 전년 동기(124억 8,100만 원)보다 20억 5,200만 원(-16.4%) 줄어든 104억 2,900만 원의 계통매출에 그쳤다.

“지난해 과잉 판매 여파…설 연휴 영업 공백”
이처럼 국내 농약 시장은 연초부터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엔 지난해 시장 상황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읽힌다. 지난해 농약 소비가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데다 일부 업체들이 10~12월 하반기 판매를 크게 늘리면서 유통 재고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회원농협이나 시판 유통업체들이 올해 초기 주문량을 줄이면서 판매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농약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 재고가 쌓이면 새 주문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지난해 말 판매 확대가 올해 초 주문감소로 이어진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특히, 농약업계는 올해 초 농협 계통 납품 실적이 농약 회사마다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할 정도로 부진했던 원인 중의 하나로 설 연휴에 따른 영업 차질을 꼽는다. 농약 회사들은 보통 2월에 농협 계통 주문을 집중적으로 확보한다. 하지만 올해는 설 연휴가 겹치면서 영업활동이 사실상 중단됐고 주문 확보 시기도 늦어졌다. 실제 농약업계에서는 대부분의 계통 주문이 2월 마지막 주에 집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농약 회사 영업담당자는 “2월 초부터 집중적으로 영업을 해야 농협 계통 주문을 받을 수 있는데 설 연휴가 길어 사실상 영업 기간이 크게 줄었다”며 “그 영향이 2월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고 말했다.
가격 인상 요인 계속 발생…수익성 악화 우려
농약업계는 매출 감소뿐 아니라 수익성 악화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최근 국제 유가 상승으로 물류비 부담이 커졌고 환율 상승으로 농약 원제 가격 인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농약 가격 인상률은 사실상 2%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농약업계에서는 원가 상승 폭을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워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부터 일부 도매상들이 중국산 완제품을 들여와 저가 경쟁을 벌이는가 하면 과도한 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시장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약 회사 한 관계자는 “원가 요소별 가격 인상 요인은 계속 발생하는데 반해 판매 가격은 제대로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비용 부담까지 늘어나면 기업들의 실적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3월 한 달간 매출이 올해 농약 시장 가른다”
농약업계는 올해 농약 시장의 향방을 3월 판매실적이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약 매출은 봄철 농번기를 앞둔 3월에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다. 농약 회사들은 통상 3월 말까지 목표 대비 판매실적이 70%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연간 실적 달성이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3월 매출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올해 시장 전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농약업계 한 관계자는 “2월 실적만 보면 올해 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며 “3월 실적이 얼마나 회복되느냐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