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에 대한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다. 내적 동기를 강조하는 자기 결정성 이론(SDT)에 따르면, 인간은 스스로 결정하는 ‘자율성’, 일을 잘 해내고 있다는 ‘유능성’, 그리고 타인과 연결된 ‘관계성’이 충족될 때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이론을 우리 농촌에 적용할 때 안타까움이 많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농민들의 농업이라는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22.4%(2023년 3년 이동평균), 농사에 대한 만족도는 8.0%에 불과하다. OECD 국가들의 직업만족도(ILO,2025.3.20.) 평균이 7.5점(10점 만점)이다. 물론 모든 농민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해 불만족을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길을 고집스럽게 걷는 인간문화재처럼, 스스로 기뻐하며 자긍심을 지니고 사시는 장인정신의 분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들이 농민의 대부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족과 불만족에 관련된 동기-위생 이론(Two-Factor Theory)을 통해 봐도 농민들의 심리는 긍정적이지 않다. 불만족을 방지하는 위생요인(Hygiene Factors: 연봉, 작업조건, 대인관계 등)을 보면, 농민들의 직업으로서 농업이 불만족스러운 주된 이유가 ‘노력에 비해 낮은 보수’(46.2%)이기 때문이다. 농민들의 소득에 대한 만족도는 11.1%에 불과하다. 농가호당 농업소득이 연간 1천만원이라면 그럴 만도 하다. 이것은 만족을 유인하는 동기요인(Motivators: 성취와 인정, 책임감, 승진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이 되는 저소득 문제는 농민들의 노력만으로 헤쳐 나갈 수 없다. 농업소득에 관련하여 올해 농사에 불만족한 응답의 이유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55.7%)이 농자재값 상승 등 농사 여건이 나빠졌다고 응답한다. 농산물 수입 증가로 가격 경쟁력이 저하 됐다(11.3%)고도 한다. 여기에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줄었다(9.0%)는 불만이 있다. 농업생산비(위협요소 가운데 비중 18.3%, 2순위)는 증가하는데 농산물 가격은 오르지 못하다 보니 소득이 낮다는 불만족 표현은 일상이 되었다.
이와 달리 도시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농산물 가격 안정’(43.3%)과 ‘농산물 물가’(33.9%)이다. 여기에 안전한 농산물 공급, 긍정적인 공익적 기능에 대한 기대는 농민들의 낮은 만족도 및 소득과 조화롭지 못하다. 농민과 도시민 상호간 상충된 욕구로 인해 농업정책 당국의 고심은 깊다. 소득으로 대표되는 위생요인이 어느 정도 해결되어야 성취감이라는 동기요인도 충족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사람들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소득의 영향력은 조금씩 감소한다고 말한다. 소득보다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changhun Lee, Sunyoung Park, 2021). 허나 농민들의 ‘헛 농사’를 짓고 있다는 자괴감과 푸념 아래에서 워라벨은 의미가 없다.
국민이 농민과 농촌이 제공하는 안전한 식량과 깨끗하고 푸른 풍경 등을 계속 누리고 싶다면 구체적인 뭔가를 제공해야 한다. 과도한 노동으로부터 벗어나고,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농업과 농민이 하는 일에 대해 사회적으로 공인하고, 존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너무나 낮은 농민들의 소득도 일정 수준으로 지지해줘야 한다. 농민의 허전한 마음을 채우는 일은 시혜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고 미래세대에 안전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필수적인 투자이기 때문이다. 농민들의 텅빈 주머니와 마음을 채워줄 공동체의 지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