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에서 태어난 하나의 ‘물질(원제)’이 특허라는 갑옷을 두르고 한 세대 동안 시장을 지배한다. 이 단순한 공식이 글로벌 농약(작물보호제) 산업을 세계 최강으로 키웠다. 그런데 바로 그 공식이 이제 산업 자신을 겨누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허 독점이 벗겨지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신규물질을 만들어 내는데 드는 시간과 돈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불어났다. 한때 무기였던 ‘특허 독점’ 모델이 이제는 발목을 잡는 족쇄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전략 컨설팅사 비즈업스트래티지(Bizup Strategy)의 크리스티안 페레이라(Christian Pereira) 전략가는 최근 AgNews 기고에서 이 국면을 ‘거울 앞에 선 산업’에 비유했다. 그는 “거대 산업에는 누구나 한 번쯤 거울 앞에 서는 순간이 온다”며 “자신을 정상에 올려놓은 그 성공 공식이 어느 날 자신을 무너뜨리는 칼로 변해 있는 모습을 마주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지금 농약 산업이 그 거울 앞에 섰고, 거울에 비친 모습은 결코 편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전환은 이미 진행형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페레이라 전략가는 “전환이 일어날 것이냐는 더이상 질문이 아니다. 이미 진행 중이기
한국에서 한 해 동안 실험에 동원되는 동물은 460만 마리에 이른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집계를 보면, 2015년 약 250만 마리이던 것이 최근 1.8배 가까이 늘었다. 세계가 ‘동물실험 제로(0)’를 향해 빗장을 걸어 잠그는 사이에도 한국의 실험동물 수는 거꾸로 가파르게 늘어난 셈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농약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살충제·살균제·제초제 같은 농약은 한 품목을 시장에 내놓기까지 가장 많은 실험동물을 ‘소모’하는 화학물질로 꼽힌다.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 등의 추산을 보면, 농약 원제(原劑) 한 품목을 정부 등록 기준에 맞추는 데만 쥐·토끼·개·물고기 등 7,400마리에서 많게는 2만 마리에 가까운 동물이 동원된다. 사람 건강에 대한 독성 자료를 갖추는 비용만 800만~1,600만 달러, 환경 영향까지 더한 전체 시험 비용은 식용작물용 농약 한 품목 기준으로 2억~3억 달러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이 거대한 ‘동물 실험실’을 단계적으로 닫겠다는 흐름이 EU(유럽연합)와 미국에서 동시에 빨라지고 있다. EU는 지난달 ‘화학물질 안전성 평가의 동물실험 단계적 폐지 로드맵’을 공식 채택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올해 들어 신약 동물실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