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나이가 들면 많은 것이 바뀌듯 단어도 나이가 들면 색이 바래고 뜻도 바뀌곤 한다. 나이가 들어 시들고 초췌해지는 단어, 세련되고 깊은 풍미를 더하며 진화하는 단어가 있는가 하면, 국적을 바꿔 엉뚱한 얼굴로 재탄생하는 단어들도 있다. 중국 여행을 할 때 일이다. ‘熱狗(열구;뜨거운 개)’라는 간판을 보고 유심히 살펴봤더니 핫도그 판매점이었다. Hot-dog를 직역한 표현이라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왜 음차를 하지 않고 굳이 의미를 딴 번역을 했을까 의아해 했는데 소시지의 본고향을 여행하며 의문이 해소됐다. 핫도그의 고향은 독일이다. 소시지의 기원지이고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소시지를 생산하는 나라가 독일이다(소시지와 햄, 빵과 감자. 독일 음식은 이 네 가지 식재료를 기반으로 한다). 핫도그는 소시지를 빵에 넣어 익힌 즉석음식이다. 어느 독일인이 1600년경에 닥스훈트(dachshund ; 몸통이 길고 사지가 짧은 독일 개)의 모양으로 소시지 빵을 만들어 히트를 쳤다. 그때만 해도 프랑크푸르터 소시지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이것이 미국으로 건너가 이름이 ‘핫도그’로 바뀐다. 개 모양으로 생긴 간편 빵을 팔던 사람이 “따끈따끈할 때 드세요(Hot)”
식도암에 걸린 사람과 설암에 시달리는 사람이 만났다. 식도암이 말했다. “입맛이 당긴다는 말을 이제야 알겠다. (배 쪽을 가리키며) 목구멍에서 음식을 당겨주지 않으니까 (음식이) 내려가질 않아. 입으로 열심히 씹어 삼켜 넣어도 밑에서 당겨주질 않으니 목구멍에 얹히기도 하고, 가끔은 코로 나오기까지 하네.” 설암이 답했다. “나는 뱃속에서 자꾸 맛을 당기는데 당최 입이 받질 않아. 혀가 맛을 느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식욕도 안 생긴단 말이지. 입도 불쌍하고 배도 불쌍하고…” 다행히 두 사람 모두 병세가 호전되는 중이다. ‘요즘 암은 불치병이 아니다’라고 위로하다가 문득, 누가 누굴 위로할 수 있는가 회의가 들었다. 낌새를 알아챘는지 (원래 육체적 환자들은 정신이 예민해져 정신병 환자들을 금세 알아챈다) 두 암이 앞뒤 안 맞는 말을 했다. “그래도 다행이지 뭐냐. 살날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게… 요즘 같은 시대에는 늙기 전에 가는 게 낫지.” “너무 오래 살까 무서운 것은 그나마 괜찮은데, 입맛 잃는 건 싫어. 맛있는 거 못 먹는 거야말로 고통 중 상고통이지.” 세상에, 이처럼 관조적인 사람을 만난 지 얼마 만인가 싶었다. 하루빨리 그들에게 입맛
윤동진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생명정책관은 지난 20일 농업전문지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청년보육-창업-연구·실증의 구성으로 이뤄지는 ‘스마트팜 혁신밸리 추진상황’과 함께 올해부터 실시하는 현장에서 뽑은 우수 R&D성과 선정계획과 ‘농촌현안해결 리빙랩 프로젝트’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문제로 제기된 혁신밸리로 인한 농산물 생산과잉 우려에 대해서는 중앙단위 협의체에서 농업인 단체와 함께 품목을 논의하고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정책관은 “한·중·일이 열성적으로 하고 있는 스마트팜은 우리가 2014년을 출발점으로 보는 만큼 한국이 가장 후발”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ICT를 통한 중국 농업 발전방안을 외국자본까지 참여해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가 지닌 강점은 청년층의 농업 관심과 열성적인 지원기관, 시설원예에 대해 축적된 노하우로서 미래 스마트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농업생명정책관실의 주요 업무는… 현재는 농식품부가 기술부서로 작동해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특히 농업생명정책관실은 농업의 미래 발전과 관련된 것, R&D 업무가 중요하다. 농식품부·농진청·산림청의 R&D 예산은 1조원 정도다. 그동안 투입금액
#앎이란 무엇인가 옛날 옛적, 진시황이 수많은 책을 불태우고 선비들을 땅에 묻어 죽였다. 세계사에 유례가 없었던 이 사건을 일컬어 ‘분서갱유(焚書坑儒 ; 책을 불태우고 유학자를 묻어 버림)’라 한다. 그때 시황제가 했다는 ‘썰’ 한 토막(어디까지나 ‘설’일 뿐이니 오해 마시길). “번지르르한 책속의 말들을 아이디어라 주장하는 무리들에 지쳤다. 내가 이 책들을 다 어떻게 읽겠는가, 최대한 줄여서 핵심만 가져 오라.” 나름대로 학식 있다 하는 이들이 밤을 새워 줄이고, 줄이고, 또 줄여서, 한 줄로 압축을 한 뒤, 이 세상의 모든 책들이 말하는 요지를 이렇게 정리했다고 한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한 가지 더, 시황제가 ‘당대의 모든 책을 불태운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몇 가지 예외를 두었다(이것은 ‘썰’이 아니라 역사적 기록이요, 팩트다). ‘의약과 점복 그리고 농업에 관한 책들은 태우지 말라.’ 잔혹한 진시황마저도 하나는 알고 있었으니, 곧 일상에 필요한 실용서적의 중요성이다. 그 실용서적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농업에 관한 책이었다. #앎은 어떻게 진화하는가 한국 현대 농업의 아버지라 불리는 우장춘 박사는, 나이에 따른 앎의 과정을 이렇게 정
양창범 국립축산과학원장은 지난 6일 수원 식량원 중부작물부 브리핑룸에서 있었던 ‘농업전문지·월간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우리맛닭’의 지속적인 개량과 소비 확대 마케팅 연구 등을 통해 토종닭 산업의 활성화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축산원 가금연구소는 2017년 대관령 이전 후 새로운 연구시설을 기반으로 토종닭 개량 연구를 강화했다. 농진청에서 개발한 ‘우리맛닭’은 현재까지 약 20만 마리의 종계가 전국에 보급됐다. ‘우리맛닭1호’는 12주령에 출하 체중이 2.1kg에 이르며 육질이 쫄깃하고 향이 좋다. ‘우리맛닭2호’는 10주령 체중이 2.1kg로 성장이 상대적으로 빠르며 육질이 부드럽다. 가금연구소는 토종닭 순계 개량 연구, 유전체 정보 이용, 혈연관계가 높은 집단 육성, 새로운 육종형질 탐색 등 다양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토종닭 순계 개량 연구는 축산원이 보유하고 있는 순계 12계통 중 우리맛닭 생산에 사용되는 6계통을 집중적으로 개량한다. 유전체 정보를 활용한 친자감정과 유전체 선발 연구는 정확한 유전평가로 토종닭 순계 개량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혈연관계가 높은 집단 육성을 통해 우리맛닭의 체중을 고르게 하고, 새로운 육종형질 탐색은 토종닭에 대한
동그란 것을 못 먹는 후배가 있다. 사과, 배, 방울토마토, 앵두, 살구… 이 친구는 세상의 열매들이 얄밉기만 하다. 열매들은, 특히 과일들은 왜 모두 동그랗단 말인가. 하지만 이 세상의 열매들만 그런가. 사탕도, 과자도, 떡이나 빵 중에도 동그란 것은 수없이 많다. 다행히 그는 사과, 배, 방울토마토, 포도, 베리, 사탕, 초코볼들을 동그랗지 않게 잘라 놓으면 먹을 수 있다. 동그랗지 않으니까. 이해가 되는가? 특정 식재료에 대한 알레르기 현상은 종종 보지만 특정 모양에 대한 공포 심리는 접하기 힘드니 이해가 가기 어렵다. 그래서 왜 그렇게 되었는지, 어느 날 이유를 들어 보았다. 후배의 까마득한 유년시절로 거슬러 올라갔다. 유치원에도 들어가기 전, 자매가 구슬을 갖고 놀고 있었다. 언니가 호기심이 발동해 동그란 구슬 하나를 동생의 코에 넣었다. 구슬이 콧속에 들어간 게 재미있어 더 깊이 밀어 넣는다. 아뿔싸, 너무 깊이 들어간 구슬이 이번엔 빠져나오지 않는다. 언니도 동생도 당황한다. 구슬을 빼내려 한쪽 코를 막고 안간힘을 써도 어떻게 처박혔는지 이놈의 구슬이 나오질 않는 것이다. 더럭 겁이 난다. 자매는 함께 울음을 터뜨린다. 엄마한테 혼날 것도 겁나
#1 맛있는 식탁 위의 맛없는 이야기 맛있는 식사 자리, 직업에 관한 얘기를 나누던 중 은행이 도마에 올랐다. “요즘은 공무원과 은행원이 제일 부럽다”는 말을 누군가 던졌을 때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그 직업의 가치를 음미하고 부러워하는 눈치를 보였다. 그때 한 사람이 이렇게 반발했다. 은행원이 들으면 대번에 화를 낼 수 있는 주장이었다. “그들이 제조업체처럼 무엇을 만들어 내길 합니까? 농부들처럼 먹을거리를 생산합니까? 예술가들처럼 삶의 감동을 줍니까? IT업계나 벤처사업가들처럼 아이디어를 주거나 새로운 세계에 도전을 합니까? 무역을 해서 국가적 부를 끌어옵니까? 선생님들처럼 미래를 위한 인재를 육성합니까? 종교인들처럼 마음을 정화시키거나 불우한 이웃을 위해 헌신합니까? 군인이나 경찰들처럼 외침을 대비하고 사회 안정을 유도합니까? 소방수들처럼 재난에 도움을 줍니까? 학자들처럼 미래를 위한 탐구를 합니까? 택배기사들처럼 물건이라도 날라 줍니까?” 정해진 룰에 맞춰 이율 계산하는 단순 노동 대가 치고는 임금이 지나치게 높다는 주장이었다. 은행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하나 뼈 있는 질문에 Yes로 대답할 게 없었다. 물론 은행원들에게는 아무 죄
며칠 전 식사를 하다가 문득 놀랐다. 다 왼손잡이인데 나만 오른손잡이인 것이다. 두 사람은 식사와 글씨 쓰기를 모두 왼손으로 하였고, 다른 두 사람은 왼손과 오른손을 겸용해서 그때그때 편한 손을 쓰는 양손잡이였다. 즉, 원래는 왼손잡이인데 오른손 쓰는 연습을 열심히 해 양 손이 자유로워진 이들이다. 오른손잡이들 속에 왼손잡이가 가끔 섞이는 일은 있지만 왼손잡이들 속에 오른손잡이가 외로이 섞여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서로서로 놀라다 보니 자연스럽게 손이 대화의 주제가 됐다. “왼손을 쓰는 게 훨씬 편한데 부모님이 하도 혼내서 밥먹을 때와 글 쓸 때는 오른손을 사용하게 됐어요.” “나도 학교에서 얼마나 혼났는지 몰라요. 집에서는 상관하지 않았는데 학교 선생님이 자꾸 병신 취급을 해서 기분 상한 적이 많아요.” “저는 어려서부터 아무 불편이 없었어요. 아무도 상관하지 않았는데 오른손잡이들과 식사를 하면서 팔이 부딪히는 게 불편해졌죠. 그때부터 앉는 자리에 신경을 쓰게 되고 하다가 점점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이 됐답니다.” “참 이상한 일이죠? 왼손을 더 잘 쓰는 게 무슨 범죄도 아니고 누굴 해치는 것도 아닌데 왜들 그렇게 난리였을까요? 왼손을 자주 쓰면 머리가
생일잔치는 누구나 하는 것이고 즐거운 파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아프리카의 원주민 마을 중에 생일잔치를 하지 않는 곳이 있다고 한다. 왜 생일잔치를 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에 그들은 이렇게 답한다. “태어남은 신성한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날짜, 시간으로 계산한단 말인가. 태어남의 신성함을 기념하기 위해서는 절대로 잔치를 벌이지 말아야 한다.”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미얀마에는 생일잔치를 매주, 매월 하는 원주민이 있다. 어떻게 생일이 매주, 매월 오는가? 생일을 1년 주기로 맞이하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들은 이렇게 답한다. “월요일에 태어난 사람은 월요일이 생일이고, 10일 태어난 사람은 매월 10일이 생일이다. 그러니 그때마다 생일잔치를 하는 것이다. 생일잔치는 자주 할수록 좋은 것이다.” 그들은 생일을 ‘다시 태어나는 전환점’으로 인식한다. 자주 태어나기 위해서 생일을 자주 기념한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날마다 다시 태어나게 하소서’라는 기도가 떠오른다. 과연 그렇다. 그들의 생일잔치 방식을 보면 이해가 된다. 그들은 생일잔치에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벌이지 않는다. 병원과 양로원, 보육원을 돌며 봉사를 한다. 나를
문득 잠에서 깨어난 밤인지 새벽인지에, 달리 할 일이 없어 손에 집히는 책을 펼쳤더니 이런 구절이 있었다. 저는 받아쓰는 사람입니다. 귀가 조금 큰 편이라서 그럴까요. 남의 소리를 잘 듣습니다. 잘 들어주니까, 바위와 나무가 말을 걸어옵니다. 꽃과 구름이 비밀을 털어놓습니다. 귀신이 와서 수다를 떨고, 강아지와 고양이가 고민을 늘어놓고, 돌아가신 엄마가 와서 하느님 흉을 봅니다. 물론 잘못 알아들을 때가 많습니다. 꽃 이름을 혼동하기도 하고, 새의 울음을 노래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기억하기도 하고, 중요한 대목을 빼먹기도 합니다. 안과 밖을 곧잘 뒤집고, 머리와 꼬리를 바꿔 놓습니다. 받아쓰는 사람이 받아쓴 글을 보다가 문득 받아쓰기 시험을 보던 때가 떠올랐다. 주로 10개나 20개를 받아쓰곤 했는데 10개 중에 1~2개를 잘못 받아쓰곤 했다. 그것을 가리켜 ‘틀렸다’거나 ‘오답’이라고 했다. 틀리면 안 되고, 틀린 것은 나쁜 것이었으므로, 잘 받아쓰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틀린 것을 바로잡는 애를 (약간은) 열심히 썼는데, 다음 시험에 그것이 나오지는 않았다. 물론 이 기억들이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 앞뒤가 바뀌거나, 중요한 대목이 빠져 있거
어떤 세미나에서 강사가 물었다. “세계 식량 생산량은 세계 인류가 먹는 것보다 많을까요? 적을까요?” 갑자기 던진 질문에 선뜻 답하는 사람이 없다. 그때 한 사람이 용감하게 대답했다. “적습니다. 굶어죽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고, 우리도 늘 식량안보를 걱정하니까요.” 강사가 답했다. “틀렸습니다. 생산량은 필요량보다 많습니다. 그런데 왜 식량부족 사태가 오는가. 그것은 분배의 문제 때문이고, 비축량을 고민하는 것은 비용 문제 때문입니다. 생산량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고른 분배와 적절한 비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려주는 대목입니다.” 고른 분배는 가능한 일인가, 적절한 비축량은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 따위는 별개의 논제이고 실제 데이터에 대한 착각이나 오해는 없어야 한다. 또 다른 강사의 질문이다. 사자가 새끼를 키우는 방식 두 가지 중 무엇이 옳을까요? ①사자는 자기 새끼들을 벼랑 끝에 떨어뜨린 뒤 살아남는 애들만 강하게 키운다. ②사자는 되는 대로 새끼들을 키우다가 죽으면 죽는 대로 살면 사는 대로 키운다. 한 가지 질문 더. 역시 50% 확률이다. ①코끼리는 죽을 때 자기가 죽어야 할 곳을 찾아가 눕는다. ②코끼리는 아무데서나 죽을 때가 되면 죽
농촌진흥청 농자재산업과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농업의 관문을 지키는 부서다. 올해 1월1일 농자재산업과장으로 부임한 김봉섭 과장은 올바른 농자재 관리의 수문장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PLS(농약 허용기준강화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농약 등록과 시험, 유통단속, 관련교육과 계도 등의 책무가 있는 농자재산업과의 역할이 더욱 부각됐다. 올해의 PLS 관리방향, 코앞으로 다가온 농약이력관리제도 등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김봉섭 과장에게 들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농약이력관리제도와 올해 7월부터 실시되는 농약판매기록의무화 등 농약사용자와 관련산업이 새로운 제도에 직면해 있습니다.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요. 2020년부터 농약 제조와 유통, 사용 등 전 과정에 대한 이력을 관리하는 농약안전정보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도록 농약관리법이 개정됐어요. 특히 올해 7월부터 농약 판매인은 모든 농약(50ml이하 원예·가정용 소포장농약 제외)의 거래시 판매내용을 기록해야 합니다. 올해 농약판매기록제도의 원년이면서 이력관리제 정보화시스템의 기본도 구축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어요. 농약이력관리제도는 PLS와 밀접하게 연계된 제도입니다. PLS에 이어 이력관리제도
1980년대에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했던 지리학자를 만났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젊은 제자에게 일본의 노교수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훌륭한 학자가 되길 기대하겠네. 그러려면 전공을 10년에 한 번씩 바꿔야 한다네.” 그는 “네, 알겠습니다” 하고 답했지만, 고개를 갸우뚱했다. 한 우물을 깊이 파며 한눈팔지 않는 게 학자의 길인데 10년에 한 번씩 전공을 바꾸라니… 건성으로 흘려들은 그 말을 30여 년이 지난 요즘, 절절이 새기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그런 시대를 맞이한 까닭이다. 일본의 학자들은 집요하기로 유명하다. 2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저력, 그 바탕에 집요한 연구정신이 있다. ‘고지마 원숭이 관찰기’가 대표적 사례다. 1950년대 일이다. 교토대학 영장류연구소 연구진이 고지마의 한 무인도에서 원숭이들의 삶을 장기간 관찰했다. 고지마 원숭이들의 주식량은 고구마였다. 어느 날 한 원숭이가 고구마를 들고 해변으로 나가 바닷물에 씻어 먹었다. 고구마는 다 똑같은데 굳이 바다까지 나가 짠물에 씻어 먹다니… 원숭이들은 이 특이한 원숭이 한 마리를 왕따 취급을 했다. 하지만 그를 따라한 원숭이들이 한두 마리씩 늘어났고 3~4년 지나자 대부분의 원숭이
새롭게 알게 된 술집 중 ‘괜찮다’ 싶은 두 집이 있다. 한 곳은 가라오케이고 한 곳은 옛날식 (막걸리풍) 주점이다. 두 집의 공통점을 꼽자면… 고객이 중~노년층이라는 것이다. 술집은 자고로 우리끼리 즐겁고 편안하면 되지 다른 고객들과 소통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이 집들에서는 이상하게 옆 테이블, 옆옆 테이블의 고객들과 자꾸 대화가 연결되곤 했다. 어제도 그랬다. 옆옆 테이블의 중년 남자와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이런 대화가 시작됐다. “누군가에게 청탁을 하나 받았다고 칩시다. 대단한 건은 아니지만 입장에 따라서는 긴요한 건이겠죠. 그럴 때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받아주는 정도가 달라집니다. 혈연, 지연, 학연, 직연(직장 인연)들 중 어느 쪽 것을 잘 들어줄까요?” 대답은 당연히 중구난방이다. “누가 뭐라 해도 혈연이 제일 중하지 않은가요?” “요즘 같은 시대에 혈연이 뭐가 중한가, 지금은 학연 시대 아니오?” “학연도 물 건너갔어요, 괜한 오해받기 십상이죠. 반면에 직연은 나름대로 전문업종끼리의 관계니까 그게 우선 아녜요?” 물론 그 와중에도 “청탁을 왜 합니까?” 하고 독야청청 술이나 마시는 이도 있긴 하다. 골치 아픈 화두를 던진 남자가 말했다. “
산골에 살던 어떤 소년이 있었다. 학교에 가려면 굽이굽이 고개를 넘어야 했다. 산 넘고 고개 넘어 뚝 떨어진 집에서 학교를 다니느라 늘 혼자였다. 산 넘고 고개 넘어 한참을 걸은 뒤에야 겨우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으니, 등교 때나 하교 때나 늘 혼자가 되었다. 어느 해 봄, 귀가하던 소년은 산기슭 아래로 쭉 늘어선 냉이를 캤다. 심심하게 걷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열심히 캔 냉이를 집으로 가져갔더니 어머니도 좋아했다. 냉이국과 냉이무침을 해준 어머니가 “이런 건 시장에 내다 팔아도 되겠다”는 말을 했다. 이튿날 소년은 아침 일찍 집을 나서 냉이를 한보따리 캐 책가방을 채웠다. 그날은 학교에서 바로 귀가하지 않고 시장으로 갔다. 정말로 그것을 사주는 곳이 있었다. 푼돈이긴 해도 이게 어디냐 싶었다. 신기했고 감개가 무량했다. 기왕에 온 시장을 여기저기 둘러보니 별별 나물과 채소들이 팔리고 있었고 그것들은 소년이 다니는 산에 널려 있는 것이었다. 고사리, 씀바귀, 두릅, 미나리들이 모두 돈이었던 것이다. 이튿날부터 소년은 고개를 그냥 넘지 않았다. 봄에는 나물을 뜯어 가며 걸었고, 여름에는 산딸기와 다래를, 가을에는 송이와 도라지를, 또 더덕을 캐기도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