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것을 못 먹는 후배가 있다. 사과, 배, 방울토마토, 앵두, 살구… 이 친구는 세상의 열매들이 얄밉기만 하다. 열매들은, 특히 과일들은 왜 모두 동그랗단 말인가. 하지만 이 세상의 열매들만 그런가. 사탕도, 과자도, 떡이나 빵 중에도 동그란 것은 수없이 많다. 다행히 그는 사과, 배, 방울토마토, 포도, 베리, 사탕, 초코볼들을 동그랗지 않게 잘라 놓으면 먹을 수 있다. 동그랗지 않으니까. 이해가 되는가? 특정 식재료에 대한 알레르기 현상은 종종 보지만 특정 모양에 대한 공포 심리는 접하기 힘드니 이해가 가기 어렵다. 그래서 왜 그렇게 되었는지, 어느 날 이유를 들어 보았다. 후배의 까마득한 유년시절로 거슬러 올라갔다. 유치원에도 들어가기 전, 자매가 구슬을 갖고 놀고 있었다. 언니가 호기심이 발동해 동그란 구슬 하나를 동생의 코에 넣었다. 구슬이 콧속에 들어간 게 재미있어 더 깊이 밀어 넣는다. 아뿔싸, 너무 깊이 들어간 구슬이 이번엔 빠져나오지 않는다. 언니도 동생도 당황한다. 구슬을 빼내려 한쪽 코를 막고 안간힘을 써도 어떻게 처박혔는지 이놈의 구슬이 나오질 않는 것이다. 더럭 겁이 난다. 자매는 함께 울음을 터뜨린다. 엄마한테 혼날 것도 겁나
#1 맛있는 식탁 위의 맛없는 이야기 맛있는 식사 자리, 직업에 관한 얘기를 나누던 중 은행이 도마에 올랐다. “요즘은 공무원과 은행원이 제일 부럽다”는 말을 누군가 던졌을 때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그 직업의 가치를 음미하고 부러워하는 눈치를 보였다. 그때 한 사람이 이렇게 반발했다. 은행원이 들으면 대번에 화를 낼 수 있는 주장이었다. “그들이 제조업체처럼 무엇을 만들어 내길 합니까? 농부들처럼 먹을거리를 생산합니까? 예술가들처럼 삶의 감동을 줍니까? IT업계나 벤처사업가들처럼 아이디어를 주거나 새로운 세계에 도전을 합니까? 무역을 해서 국가적 부를 끌어옵니까? 선생님들처럼 미래를 위한 인재를 육성합니까? 종교인들처럼 마음을 정화시키거나 불우한 이웃을 위해 헌신합니까? 군인이나 경찰들처럼 외침을 대비하고 사회 안정을 유도합니까? 소방수들처럼 재난에 도움을 줍니까? 학자들처럼 미래를 위한 탐구를 합니까? 택배기사들처럼 물건이라도 날라 줍니까?” 정해진 룰에 맞춰 이율 계산하는 단순 노동 대가 치고는 임금이 지나치게 높다는 주장이었다. 은행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하나 뼈 있는 질문에 Yes로 대답할 게 없었다. 물론 은행원들에게는 아무 죄
며칠 전 식사를 하다가 문득 놀랐다. 다 왼손잡이인데 나만 오른손잡이인 것이다. 두 사람은 식사와 글씨 쓰기를 모두 왼손으로 하였고, 다른 두 사람은 왼손과 오른손을 겸용해서 그때그때 편한 손을 쓰는 양손잡이였다. 즉, 원래는 왼손잡이인데 오른손 쓰는 연습을 열심히 해 양 손이 자유로워진 이들이다. 오른손잡이들 속에 왼손잡이가 가끔 섞이는 일은 있지만 왼손잡이들 속에 오른손잡이가 외로이 섞여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서로서로 놀라다 보니 자연스럽게 손이 대화의 주제가 됐다. “왼손을 쓰는 게 훨씬 편한데 부모님이 하도 혼내서 밥먹을 때와 글 쓸 때는 오른손을 사용하게 됐어요.” “나도 학교에서 얼마나 혼났는지 몰라요. 집에서는 상관하지 않았는데 학교 선생님이 자꾸 병신 취급을 해서 기분 상한 적이 많아요.” “저는 어려서부터 아무 불편이 없었어요. 아무도 상관하지 않았는데 오른손잡이들과 식사를 하면서 팔이 부딪히는 게 불편해졌죠. 그때부터 앉는 자리에 신경을 쓰게 되고 하다가 점점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이 됐답니다.” “참 이상한 일이죠? 왼손을 더 잘 쓰는 게 무슨 범죄도 아니고 누굴 해치는 것도 아닌데 왜들 그렇게 난리였을까요? 왼손을 자주 쓰면 머리가
생일잔치는 누구나 하는 것이고 즐거운 파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아프리카의 원주민 마을 중에 생일잔치를 하지 않는 곳이 있다고 한다. 왜 생일잔치를 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에 그들은 이렇게 답한다. “태어남은 신성한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날짜, 시간으로 계산한단 말인가. 태어남의 신성함을 기념하기 위해서는 절대로 잔치를 벌이지 말아야 한다.”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미얀마에는 생일잔치를 매주, 매월 하는 원주민이 있다. 어떻게 생일이 매주, 매월 오는가? 생일을 1년 주기로 맞이하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들은 이렇게 답한다. “월요일에 태어난 사람은 월요일이 생일이고, 10일 태어난 사람은 매월 10일이 생일이다. 그러니 그때마다 생일잔치를 하는 것이다. 생일잔치는 자주 할수록 좋은 것이다.” 그들은 생일을 ‘다시 태어나는 전환점’으로 인식한다. 자주 태어나기 위해서 생일을 자주 기념한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날마다 다시 태어나게 하소서’라는 기도가 떠오른다. 과연 그렇다. 그들의 생일잔치 방식을 보면 이해가 된다. 그들은 생일잔치에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벌이지 않는다. 병원과 양로원, 보육원을 돌며 봉사를 한다. 나를
문득 잠에서 깨어난 밤인지 새벽인지에, 달리 할 일이 없어 손에 집히는 책을 펼쳤더니 이런 구절이 있었다. 저는 받아쓰는 사람입니다. 귀가 조금 큰 편이라서 그럴까요. 남의 소리를 잘 듣습니다. 잘 들어주니까, 바위와 나무가 말을 걸어옵니다. 꽃과 구름이 비밀을 털어놓습니다. 귀신이 와서 수다를 떨고, 강아지와 고양이가 고민을 늘어놓고, 돌아가신 엄마가 와서 하느님 흉을 봅니다. 물론 잘못 알아들을 때가 많습니다. 꽃 이름을 혼동하기도 하고, 새의 울음을 노래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기억하기도 하고, 중요한 대목을 빼먹기도 합니다. 안과 밖을 곧잘 뒤집고, 머리와 꼬리를 바꿔 놓습니다. 받아쓰는 사람이 받아쓴 글을 보다가 문득 받아쓰기 시험을 보던 때가 떠올랐다. 주로 10개나 20개를 받아쓰곤 했는데 10개 중에 1~2개를 잘못 받아쓰곤 했다. 그것을 가리켜 ‘틀렸다’거나 ‘오답’이라고 했다. 틀리면 안 되고, 틀린 것은 나쁜 것이었으므로, 잘 받아쓰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틀린 것을 바로잡는 애를 (약간은) 열심히 썼는데, 다음 시험에 그것이 나오지는 않았다. 물론 이 기억들이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 앞뒤가 바뀌거나, 중요한 대목이 빠져 있거
어떤 세미나에서 강사가 물었다. “세계 식량 생산량은 세계 인류가 먹는 것보다 많을까요? 적을까요?” 갑자기 던진 질문에 선뜻 답하는 사람이 없다. 그때 한 사람이 용감하게 대답했다. “적습니다. 굶어죽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고, 우리도 늘 식량안보를 걱정하니까요.” 강사가 답했다. “틀렸습니다. 생산량은 필요량보다 많습니다. 그런데 왜 식량부족 사태가 오는가. 그것은 분배의 문제 때문이고, 비축량을 고민하는 것은 비용 문제 때문입니다. 생산량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고른 분배와 적절한 비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려주는 대목입니다.” 고른 분배는 가능한 일인가, 적절한 비축량은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 따위는 별개의 논제이고 실제 데이터에 대한 착각이나 오해는 없어야 한다. 또 다른 강사의 질문이다. 사자가 새끼를 키우는 방식 두 가지 중 무엇이 옳을까요? ①사자는 자기 새끼들을 벼랑 끝에 떨어뜨린 뒤 살아남는 애들만 강하게 키운다. ②사자는 되는 대로 새끼들을 키우다가 죽으면 죽는 대로 살면 사는 대로 키운다. 한 가지 질문 더. 역시 50% 확률이다. ①코끼리는 죽을 때 자기가 죽어야 할 곳을 찾아가 눕는다. ②코끼리는 아무데서나 죽을 때가 되면 죽
농촌진흥청 농자재산업과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농업의 관문을 지키는 부서다. 올해 1월1일 농자재산업과장으로 부임한 김봉섭 과장은 올바른 농자재 관리의 수문장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PLS(농약 허용기준강화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농약 등록과 시험, 유통단속, 관련교육과 계도 등의 책무가 있는 농자재산업과의 역할이 더욱 부각됐다. 올해의 PLS 관리방향, 코앞으로 다가온 농약이력관리제도 등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김봉섭 과장에게 들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농약이력관리제도와 올해 7월부터 실시되는 농약판매기록의무화 등 농약사용자와 관련산업이 새로운 제도에 직면해 있습니다.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요. 2020년부터 농약 제조와 유통, 사용 등 전 과정에 대한 이력을 관리하는 농약안전정보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도록 농약관리법이 개정됐어요. 특히 올해 7월부터 농약 판매인은 모든 농약(50ml이하 원예·가정용 소포장농약 제외)의 거래시 판매내용을 기록해야 합니다. 올해 농약판매기록제도의 원년이면서 이력관리제 정보화시스템의 기본도 구축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어요. 농약이력관리제도는 PLS와 밀접하게 연계된 제도입니다. PLS에 이어 이력관리제도
1980년대에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했던 지리학자를 만났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젊은 제자에게 일본의 노교수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훌륭한 학자가 되길 기대하겠네. 그러려면 전공을 10년에 한 번씩 바꿔야 한다네.” 그는 “네, 알겠습니다” 하고 답했지만, 고개를 갸우뚱했다. 한 우물을 깊이 파며 한눈팔지 않는 게 학자의 길인데 10년에 한 번씩 전공을 바꾸라니… 건성으로 흘려들은 그 말을 30여 년이 지난 요즘, 절절이 새기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그런 시대를 맞이한 까닭이다. 일본의 학자들은 집요하기로 유명하다. 2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저력, 그 바탕에 집요한 연구정신이 있다. ‘고지마 원숭이 관찰기’가 대표적 사례다. 1950년대 일이다. 교토대학 영장류연구소 연구진이 고지마의 한 무인도에서 원숭이들의 삶을 장기간 관찰했다. 고지마 원숭이들의 주식량은 고구마였다. 어느 날 한 원숭이가 고구마를 들고 해변으로 나가 바닷물에 씻어 먹었다. 고구마는 다 똑같은데 굳이 바다까지 나가 짠물에 씻어 먹다니… 원숭이들은 이 특이한 원숭이 한 마리를 왕따 취급을 했다. 하지만 그를 따라한 원숭이들이 한두 마리씩 늘어났고 3~4년 지나자 대부분의 원숭이
새롭게 알게 된 술집 중 ‘괜찮다’ 싶은 두 집이 있다. 한 곳은 가라오케이고 한 곳은 옛날식 (막걸리풍) 주점이다. 두 집의 공통점을 꼽자면… 고객이 중~노년층이라는 것이다. 술집은 자고로 우리끼리 즐겁고 편안하면 되지 다른 고객들과 소통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이 집들에서는 이상하게 옆 테이블, 옆옆 테이블의 고객들과 자꾸 대화가 연결되곤 했다. 어제도 그랬다. 옆옆 테이블의 중년 남자와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이런 대화가 시작됐다. “누군가에게 청탁을 하나 받았다고 칩시다. 대단한 건은 아니지만 입장에 따라서는 긴요한 건이겠죠. 그럴 때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받아주는 정도가 달라집니다. 혈연, 지연, 학연, 직연(직장 인연)들 중 어느 쪽 것을 잘 들어줄까요?” 대답은 당연히 중구난방이다. “누가 뭐라 해도 혈연이 제일 중하지 않은가요?” “요즘 같은 시대에 혈연이 뭐가 중한가, 지금은 학연 시대 아니오?” “학연도 물 건너갔어요, 괜한 오해받기 십상이죠. 반면에 직연은 나름대로 전문업종끼리의 관계니까 그게 우선 아녜요?” 물론 그 와중에도 “청탁을 왜 합니까?” 하고 독야청청 술이나 마시는 이도 있긴 하다. 골치 아픈 화두를 던진 남자가 말했다. “
산골에 살던 어떤 소년이 있었다. 학교에 가려면 굽이굽이 고개를 넘어야 했다. 산 넘고 고개 넘어 뚝 떨어진 집에서 학교를 다니느라 늘 혼자였다. 산 넘고 고개 넘어 한참을 걸은 뒤에야 겨우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으니, 등교 때나 하교 때나 늘 혼자가 되었다. 어느 해 봄, 귀가하던 소년은 산기슭 아래로 쭉 늘어선 냉이를 캤다. 심심하게 걷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열심히 캔 냉이를 집으로 가져갔더니 어머니도 좋아했다. 냉이국과 냉이무침을 해준 어머니가 “이런 건 시장에 내다 팔아도 되겠다”는 말을 했다. 이튿날 소년은 아침 일찍 집을 나서 냉이를 한보따리 캐 책가방을 채웠다. 그날은 학교에서 바로 귀가하지 않고 시장으로 갔다. 정말로 그것을 사주는 곳이 있었다. 푼돈이긴 해도 이게 어디냐 싶었다. 신기했고 감개가 무량했다. 기왕에 온 시장을 여기저기 둘러보니 별별 나물과 채소들이 팔리고 있었고 그것들은 소년이 다니는 산에 널려 있는 것이었다. 고사리, 씀바귀, 두릅, 미나리들이 모두 돈이었던 것이다. 이튿날부터 소년은 고개를 그냥 넘지 않았다. 봄에는 나물을 뜯어 가며 걸었고, 여름에는 산딸기와 다래를, 가을에는 송이와 도라지를, 또 더덕을 캐기도 했
최근 우리 농업은 변혁의 갈림길에 서 있다. 농촌은 점점 고령화돼 가고 있고, 농촌으로 유입되는 인구도 늘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농업발전 모델을 추진해야 할 시기에 와 있다. 이에 정부는 스마트농업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는 복안을 세우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농업 방향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자동화된 농업, 공장형 농업 등과 같은 특정 기술을 활용하는 농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농업 추진 정책은 시설농업 중심의 스마트팜 추진전략이어서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 대표는 최근 GS&J 인스티튜트 특별강좌에서 “향후 줄어드는 농가인구와 고령화를 보완하는 대안으로 스마트팜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스마트농업이 스마트한 농업이 되기 위해서는 첨단기술을 이용하는 농업이라는 인식을 넘어 우리 농업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정밀한 농업이 될 수 있도록 전략체계를 재점검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본지는 남 대표가 발표한 특별강좌 내용을 바탕으로 현재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식품제조사와 유통기업에서 30여 년 종사했던 사람이 있다. 오랜 노하우를 무기로 삼아 농업계의 판로개척 업종으로 전환했다. 농촌 기업들을 섭렵한 지 5년여가 흐른 뒤 이런 소회를 밝혔다. “농산물의 판로 개척은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농촌 기업들, 성장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유지를 목표로 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냉정한 평가였지만 한편으로는 솔직한 토로이기도 했다. 성장할 수 없는 분야에서 일한다는 것은 매우 답답하고 괴로운 일일 터, 계속 농촌을 기웃거리는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첫째는 흥미로운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시장에서는 온통 피 튀기는 경쟁과 싸움으로 살아야 해요. 그런데 농촌에는 나무와 덤불들과 얘기를 하는 도인들이 있더란 말이죠.” 두 번째 이유는 더 신선했다. “제가 기업 마케팅 전문가로 살았는데, 요즘 아주 놀라운 전략을 하나 찾아냈어요. 기업의 마케팅이란 게 대개 상대를 때려잡는 거예요. 경쟁 기업, 경쟁 상품을 잡아먹지 않으면 내가 죽으니까. 그런데 농촌 마케팅은 상대를 살리는 전략을 써야 해요. 상대를 살려주고 도와주는 전략을 써야 내가 살아요. 놀랍지 않아요? 이런 마케팅 전략은 듣도 보도 못했어요. 그러니 성장
황규석 제27대 농촌진흥청 차장<사진>이 지난 12일 취임했다. 신임 황 차장은 1988년부터 공직생활에 입문해 30여 년간 연구정책과장, 행정법무담당관, 기술지원과장, 수출농업지원과장, 연구정책국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농업경제 전문가로 꼽힌다. 또한 업무에 대한 열정이 강하고 기획력과 추진력이 돋보이며 후배나 직원들과는 격의 없는 자리를 즐기는 소탈한 성격으로도 알려져 있다. 황 차장은 취임사에서 “협력하는 조직 문화와 공정한 평가 제도를 마련하는 데 적극 노력하고, 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기능과 조직을 혁신해 유연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상생협력의 자세와 소통으로 농업 현장과 농업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농촌진흥청을 만들겠다는 뜻을 전했다.
어렵다, 어렵다, 어렵다는 말을 듣는 것도 어렵다. 그러다 농촌을 갔고 거기서 한 장년 기업인을 만났다. 한때 주먹 좀 썼다는 말이 돌기도 했지만 첫인상이 너무 맑았다. 정직하고 부드럽고 모범생 같아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유머 감각은 전혀 없고 말투는 투박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야말로 한 주먹 했나 보다) 그는 줄곧 진지했다. 모범적인 사업 얘기와 농촌의 변화가 주된 내용이라 조금씩 지루해지던 차에 툭, 하늘에서 뭔가가 떨어지듯 한마디가 나왔다. “기업은 견디기만 하면 됩니다.” “네? 뭐라구요?” 되물었더니 또 답했다. “견딜 수만 있다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게 기업이라구요.” “아, 네. 그렇군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수긍했더니, 친절하게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어떤 기업도 쉽게 호재가 나타나진 않습니다. 갑자기 횡재하는 기업 치고 장수하는 경우도 없구요. 어렵더라도 견딜 수만 있다면, 언제고 크게 점프할 기회가 온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런 믿음이 없다면 기업을 할 수 없지요.” 잠시 상념에 빠진 상대를 배려하듯 숨을 고르고는 친절하게 덧붙이기를, “계속 견뎌갈 수 있는 여력 자체가 사실은 굉장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부담스러운
설이 시작되기 직전, 가까운 후배가 출산 소식을 전해 왔다. 축하 인사를 전했더니 뜻밖의 고민을 털어놨다. “2019년에 태어났으니 황금돼지 띠잖아요. 그런데 설이 지나지 않아서 개띠라고 하네요. 어떡하죠?” 오옷, 놀라운 질문이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 띠는 당근 음력 기준이니까 개띠지. 답해 놓고 한참 뒤에야 그 고민의 저간을 헤아리게 되었다. 세상이 온통 황금돼지 해를 축하하며 돈 보따리 굴러들어올 듯 호들갑을 떠는 터에 며칠 상관으로 개띠가 된 아쉬움의 토로가 아닐까. 양력과 음력 사이, 연말연시 애매한 시기가 생일인 사람은 늘 ‘나이와 띠’의 불일치 속에서 자란다. ‘개띠인지, 돼지띠인지’, ‘뱀띠인지, 말띠인지’ 헷갈린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이다. 언젠가 20~30대 후배들과 저녁을 먹는데 “띠는 음력으로 결정되는 건가요?” 하고 물어서 깜짝 놀랐다. 세상에, 띠는 음력으로 결정되는 걸 몰랐단 말이냐? 하고 되묻는 순간 아차 싶었다. 마치 “신성일이 우리나라 최고 배우였던 걸 모르느냐?”라는 놀라움과 비슷한 것 같아서다. 알고 보니 비슷한 게 아니라 같은 것이다. 중장년 세대는 음력과 양력의 기준이 명확하며 띠가 중요한 운명의 가늠자일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