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과 기회가 공존하는 우리 농업·농촌을 둘러싼 주요 메가트렌드로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시대’를 비롯한 6가지가 제시됐다. 한국농업 해결 과제로는 ‘농업성장의 정체’를 비롯한 10가지 과제가 대두됐고 ‘고품질·안전농산물 생산 및 유통체계 구축’ 등 한국농업의 5대 발전 전략도 발표됐다. ‘단기 현안문제 대응 편중’ 등 우리 농정의 낮은 신뢰 요인 8가지도 지금까지 농정의 한계와 반성을 통해 분석했다. ‘농가경영 및 소득안전망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를 비롯한 새정부의 핵심 농정 10대 실천과제도 함께 발표돼 관심을 모았다.
이달 5일 aT센터에서 GSnJ 인스티튜트 주관으로 열린 ‘농업·농촌의 길 2025’ ‘농업·농촌의 회복과 혁신을 모색하자!’ 심포지엄에서다. 행사의 시작은 다소 무겁고 진중했다. 故 이정환 박사가 걸어온 길이자 정신이 녹아 있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이날 첫 번째 세션 ‘농업·농촌의 미래혁신과 전환을 위한 농정과제’에서 ‘국민주권정부의 농정 대전환의 정책과제’를 주제로 이같이 발표하고 새정부가 농업·농촌·농업인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활력있는 농업, 살기좋은 농촌, 존경받는 농업인’ 실현을 위한 구체적 정책을 신속 수립, 추진함으로써 농업 농촌의 선진화 기틀을 마련한 정부로 역사에 남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본격 심포지엄의 문을 연 임 교수의 첫 번째 세션 내용을 들여다본다.
‘활력농업, 좋은농촌, 존경받는농업인’ 실현
임정빈 교수는 먼저 한국 농업·농촌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급변하고 있으며 이는 미래 농업과 농촌에 큰 위협인 동시에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위협은 최소화하고 기회는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농업·농촌을 둘러싼 메가트렌드로 △기후변화와 환경중시(탄소중립 시대) △글로벌 애그플레이션(식량위기 시대) △글로벌 경제통합(무한경쟁 시대) △첨단 과학기술 응용(4차 산업혁명 시대) △고령화와 인구감소 사회(지역 소멸시대) △새로운 가치지향(삶의 질 중시 시대) 등 6대 트렌드를 선정했다면서 전망과 특징, 파급 영향까지 설명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유인했다.

그동안 한국 농업과 농촌은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발전을 보지 못한 상태라고 농업 현황을 정의한 임 교수는 곧바로 7대 해결과제를 제시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첫 번째, ‘농업성장 정체’다. 지난 30년(1995년~2024년) 동안 연평균 실질 농업부문 GDP 성장률은 0.5% 수준으로 국가 전체 성장률(3.9%)의 1/8 수준이며 동 기간 제조업(4.9%)과 서비스업 성장률(4.1%)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비교했다. 국가 전체 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1995년 3.1% 수준에서 2024년 1.2%까지 크게 감소했다. 주요 원인으로 농업생산에서 중간재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농산물 가격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상승하는 반면 농업투입재 가격이 크게 증가하여 농업 부가가치(GDP)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임 교수는 분석하고 농업 활력 회복과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혁신과 새로운 고부가 성장동력원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 해결과제로는 지속 감소추세인 ‘식량자급률의 하락’이다.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으로 식량(곡물) 가운데 80% 가량을 해외에서 조달 중이다. 세계 7위권 대규모 식량 수입국이면서 곡물자급률이 22%에 불과하며 낮은 자급률과 특정국에 대한 높은 수입의존성 등으로 식량가격 등락의 충격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어 식량안보에 매우 취약한 상태라고 진단하고 국내 생산능력 제고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세 번째 과제로는 농업·농촌 활력 저하의 원인이라 할 수 있는 ‘농가인구 및 농촌인구 고령화’를 꼽았다.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이 1970년 4.9%에서 2023년 52.6%까지 증가하였고 농업취업자 중 60세 이상 비중도 같은 기간 6.3%에서 72.1%로 크게 증가하여 경쟁력이 취약한 인력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3년 기준 농촌지역의 65세 이상 인구비중도 25.7%로 나타나 전국의 18.6%에 비해 고령화가 심화되어 있어 젊고 유능한 농업 후계인력 육성 및 유입 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처방했다.
네 번째는 농산물 시장개방 가속화와 취약한 경쟁력으로 급격히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농업 수익성 악화’를 들었다. 2020년 기준, 농업생산을 위한 농가지불 농자재 구입 가격지수가 1995년 44.4에서 2024년 120.1로 크게 상승했다. 반면, 농산물판매 가격지수는 동 기간 56.7에서 116.3으로 완만히 증가, 농업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수익성 제고를 위해 농산물 판매가치는 높이고 영농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대책과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섯 번째 해결과제는 ‘농업소득 정체와 소득 변동성(위험) 증가’이다. 지난 30년 동안 농가소득은 2.5배 성장했지만 농업소득은 1천만 원 내외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농가당 평균 명목 농업소득은 1995년 1047만 원에서 2024년 958만 원으로 오히려 8.5% 감소하였다. 실질 농업소득을 비교하면 지난 30년간 58.3%나 하락했고 농업소득 변동성도 여간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소득 향상과 소득불안정성 해소를 위한 경영안정장치 강화가 시급한 상황으로 임 교수는 진단했다.
여섯 번째는 ‘도농간 소득 및 삶의 질 격차’를 선정했다. 임 교수는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소득 대비 농가 평균소득은 1995년 96% 수준에서 2023년에는 60% 수준으로 크게 감소하여 50%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농촌주민의 정주여건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대책 마련도 시급한 실정이며 특히 의료, 복지, 교통, 교육, 경제 기회 분야에서 농촌 쪽이 열위에 있다고 KREI 조사 결과를 인용, 부연했다.
일곱 번째 해결과제로는 1995년 농산물시장 개방 이후 심화하고 있는 ‘농업의 환경부하’를 예로 들었다. 농업생산성 증대를 위한 화학비료 과다 사용으로 OECD 국가 평균 대비 질소와 인이 각각 7배와 10배 더 많이 배출 중이고 농약과 에너지 사용량도 10배 이상 더 많다고 지적했다. 친환경농업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오히려 친환경농업 인증 면적은 지난 2014년 8만 3000ha에서 2023년 6만 9000ha로 16.7% 감소했다. 친환경 인증 농가 수도 같은 기간 6만 8389호에서 4만 9520호로 27.6%나 감소하여 큰 문제라고 지적한 후 탈탄소·친환경적 농축산물 생산, 유통, 소비 체계로의 전환은 물론 친환경 농촌 공간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농업 비전과 농정 패러다임 전환
한국농업의 바람직한 모습과 농정 패러다임의 전환 필요성도 제기했다. 임 교수는 미래 농업의 비전을 성장과 분배환경이 조화된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농정목표로는 △농업생산자에게는 안정적 소득과 경영 보장 △국내외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고품질 농식품 제공 △국민과 후계 세대에게는 매력있는 친환경관 전달과 농촌지역의 생활 여건 개선 및 삶의 질 향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국농업은 전통농업에서 탈피하여 대내외 여건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농업부문의 산업적 영역을 단순 1차산업 위주에서 2.3차 산업과 연계한 고부가 산업화 방향으로의 진전이 요구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농업 패러다임 전환 방향은 세 가지 관점서 조명했다. 단기효율성서 지속가능성으로의 △새로운 가치 관점, 1차 농업생산 중심에서 value chain 관점의 산업 연계 통합의 △통합적 접근 관점, 생산성 증대에서 새로운 가치창출력 제고(그린바이오 농생명 산업화)로의 △기술혁신 관점 등이다.
우리 농정을 보는 농업계와 비농업계의 상반된 시각도 관심을 모았다.
임 교수는 ‘농업 소외와 농업 홀대’라는 농업계 시각과 ‘모럴해저드와 퍼주기식 지원 비판’이라는 비농업계 시각을 견주며 우리나라 농정이 농업인과 국민 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는 낮은 신뢰 요인 8가지를 나름 분석해 냈다.
먼저, ‘단기 현안 문제 대응 편중’을 꼽고 중장기적 안목의 지속적 정책 추진과정과 창출에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농업부문 정책지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들고 농정지원을 효율로 보는 착각이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협치와 소통부족’은 이해관계자간 생산적 갈등 조정이 미흡했고, ‘농가소득과 경영위협 완충장치 미흡’은 농정핵심 기능 부족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다음으로 농업·농촌에 대한 ‘공익가치 인식 부족’을, ‘공익형 프로그램 한계’는 국민 체감도 낮고 소득지원정책으로만 인식되게 작용했으며, ‘농정추진의 법적 구속력 미비’와 ‘낮은 농업예산과 재정지출 방식의 한계’도 농정의 낮은 신뢰 요인으로 함께 지목했다.
임 교수는 새정부의 농정철학과 기본방향을 설명하면서 기존 농정과의 차이점으로 △생산성 강조 △농식품공급자로서 농업인 △시장자율·효율 중시 △중앙정부 주도를 꼽고 핵심 키워드는 혁신, 연속, 소통, 성과로 정리했다.
임 교수는 마지막으로 국민주권정부의 핵심농정 10대 실천과제를 발표하고 ‘우리 농업·농촌·농업인에 희망을 주는 농정’을 기대하며 꼭 실천해 주길 바란다고 갈무리했다.
10대 실천과제를 보면 먼저, 지속가능 농업과 행복한 미래 농촌 유지를 위한 △농가 안정 경영 및 소득안전망 강화를 선정했다. 이어 선진형 농정의 핵심 기반인 △농가·마을과 지역 특성에 맞는 공익형 농정프로그램 개발 및 확충을 들었고, 원활한 세대교체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기대되는 △농업인 노후 보장과 미래 농업성장을 담당할 청년농 육성, 농업정책의 효율성과 효과성 제고를 위한 △ 정책수혜 대상에 적합한 ‘농업인’ 정의 재정립 등이다.
다음으로 농업생산의 기초이자 식량안보의 기반인 △농지보전 및 이용 합리화를 위한 농지제도·관련 세제 개선, 농업의 신성장 동력 확보 및 미래 성장 전략산업화 육성을 위한 △스마트 정밀농업 확산 및 전후방산업 연계 강화, 모든 국민이 어울려 사는 쾌적하고 행복한 삶의 공간을 위한 △범부처적 농촌 뉴딜(재생) 정책 추진을 통한 정주 여건 및 삶의 질 개선, 중장기적 안목의 선진농정 추진의 법적 제도적 기반이 되는 △농정 추진의 법적 기반 강화, 매년 농업 부문의 차지 비중 감소 예방을 위한 △농정 추진의 재정적 기반 확충, 마지막으로 농업 성장과 소득위기, 기후위기, 지역위기 등 농업 농촌을 둘러싼 변화에 적극 대응함은 물론 정부 농정방향과 약속 실천을 위한 △농정추진 이행 조직의 정비와 확충을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