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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순 칼럼

농협 계통농약 ‘매출 1조원 시대’ 단상

박학순의 '주섬주섬'

 

 

농협이 처음으로 계통농약 ‘매출 1조원 시대’를 예고(본보 178호, 2024.2.16.)한 가운데 그 실현 가능성과 적정성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는 올해 계통농약 매출 ‘1조 1400억원 달성’을 목표로 농협조직의 계통 이용률을 90%까지 끌어올리고, 국내 농약 전체시장의 65%를 계통농약으로 채운다는 사업계획을 제시했다. 


눈에 띄는 방식은 원예용 농약의 계통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추진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기준 국내 농약시장(1조 7500억원)의 37%를 차지하는 시판용 원예농약(6470억원)을 계통농약으로 흡수, 농협 전체 계통공급액을 지난해 9706억원(55%)에서 올해는 1조 1400억원(65%)으로, 2025년은 1조 3000억원(75%)으로, 2026년에는 무려 1조 4000억원(85%)으로 해마다 10%씩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사실상 ‘농협주도 농약시장으로의 개편’을 완성하겠다는 빅 픽처다.

 
물론 이 같은 2026년까지의 3단계 구상이 쉬이(easily) 실현될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여건상 실현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 보편적 시각인 것 같다. 일선 시판상 입장에서 보면 악몽과도 같은 흑빛 미래 구상으로 여겨질 것이지만 말이다. 


물론 농약공급에 대한 시판상의 지분이 지금에만 머물러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농협의 공급제한과 전문성 우위를 앞세운 시판상이 70:30이라는 압도적 유통 지분을 오랫동안 확보하였다. 2002년도의 총 2만5844톤의 출하량 중 시판이 1만8111톤으로 70.1%를, 농협이 7733톤으로 29.9%를 점유했다.

 
하지만 이후 농협이 농약시장에 본격 뛰어들게 되면서 유통 지분이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고, 생존권이란 사적 명분을 고집해 온 시판상에 비해 제반 경쟁력 확보에 나선 농협이 현재의 과실(果實)을 손에 쥐게 된 것이다. 시판상의 안이한 대처와 작금의 우려가 만시지탄이며 격세지감으로 여겨진다.

 
공적 명분과 효율적 유통구조 확보를 통한 개개 시판 회원들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나섰어야 할 유통협회의 그간의 발자취도 마냥 개운치만은 않다. 단골메뉴인 생존권과 운영상 일련의 불편, 소탐대실의 파벌싸움에 함몰돼 지속적인 전속품목 확보와 안전사용계도를 위한 거시적 협조, 3,500여 회원의 힘을 결속시키는데 있어서는 자주 뒤편에 서려 했던 아쉬움이 잔상으로 남는다.

 

 

농협과의 전문성을 우위로 차별화를 부각했음에도 정작 시스템의 디지털화나 식물의약사 제도 도입 등에는 늘 기득권을 앞세우거나 제동을 거는 등 난맥상을 보인 점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이 같은 농협의 3단계 구상이 현실적으로 산업계는 물론 농업인에게 있어 합리적 편익만을 제공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경쟁 유통공급 채널 부재에 기인한 여하한 폐해도 온전히 농업인의 몫으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농협의 금번 구상에 대한 세간의 우려는 기우이며 온전히 농업인을 위한 정책이라는 것이 농협 측의 시각으로 감지된다. 자율시장 경쟁 체제 속에서 원예용 계통 품목 및 방제 처방기술 확대, 약해 손실 보전 서비스 등을 통한 시장 확대 차원이며 시판도매상에 대한 공격적 시도와는 전혀 무관한 별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유통채널의 두 축이 거시적 안목에서 농업과 농업인의 편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건전한 경쟁과 윈윈의 제도보완 등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잡음이 온전히 소거된 것은 아니지만 다행인 점은 최근 시판유통의 중심인 전국작물보호제유통협회의 회장단이 새로 구성되어 조직 점검과 유통 활성화를 위한 백방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협회 신임 전무로 부임한 해당 인사는 농식품부 고위직 출신에다 작물보호제 생산업계 유일 조직인 작물보호협회에서도 수년간의 업무 경험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쇄신을 위한 적임자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유통협회 새 임원진들은  회원들의 지지와 투합을 위한 초석으로 전임 회장단 방문은 물론 각 지부 지회와 관계 제조업체를 찾는 등 부임 초기 소통에 전력을 쏟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과연 어떤 변화를 유인해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비단 금번 농협의 3단계 구상이 아니어도 일선 시판상의 어려움은 가시화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고 누적에 이어 한 해 농약사용의 바로미터가 되는 고추 농사시장이 줄고 인구감소와 고령화에 기인한 육묘과정이 종묘사에 의존되는 등 위축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일선 판매 현장 관계자의 전언이다. 농협 선호도가 높은 농업인의 인식과 유통과정이 비교적 단순하고 매출이 일거에 담보되는 농협 계통농약을 간과할 수 없는 농약 제조업체들의 저변 입장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설상가상으로 농협경제지주는 최근 농약뿐만 아니라 비료 종자 육묘 등 제반 자재들을 망라한 편의와 규모화 된 농협자재상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영세한 시판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며, 경쟁은 사실상 기울어진 운동장인지도 모르겠다.

  
이 같은 일련의 현황으로 볼 때, 일선 농약시판상은 자각심으로 무장해야 한다. 자강불식(自强不息)의 노력을 경주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해 할 수 없는 루머도 감지된다. 유통협회의 일련의 활동에 주관적 불만을 앞세워 편가르기나 비토에만 치중하기에는 워낙 상황이 녹록지 않다. 자충수일 뿐이다. 자승자박(自繩自縛)의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중심축인 유통협회를 필두로 대의의 건전한 힘을 모아 농업인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쇄신의 길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것이 곧 농업·농업인을 위한 길이요 노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