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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계

새로운 시대, 농기계 발전을 위한 對談

정종훈(한국농업기계학회장)·
강창용(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새로운 시대, 농기계 발전 방안은 과거와 달라야 한다.

정종훈 한국농기계학회장과 강창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한국 농기계산업의 극복 방안과 희망의 메시지를 찾기 위한 대담에 나섰다.


앞으로 남북경협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산학관연이 한마음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

 

농기계첨단연구센터의 추진을 제안한다. 미래의

다양한 첨단농업과 농기계산업을 준비해야 한다

    


농기계조합에 수출전략본부 만들고 대상국의

자세한 정보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전략과 관련 전문가가 있는 대북교류협력

컨소시엄 구성하고, 통일부·외교부 협력채널

    

북한시장의 개방에 대응할 준비는

정종훈(한국농업기계학회장)  무엇보다 올해의 가장 큰 이슈는 한반도에 불어온 평화의 훈풍이었습니다.

남북 정상의 4.27 판문점 선언과 한반도비핵화를 향한 발걸음이 남북 농기계·자재 협력의 물줄기로 이어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우리 농업기계학회에서도 남북경협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고 있습니다. ‘남북농기계교류협력 추진방안 정책좌담회’(6.19)농기계·자재 남북교류협력 방안포럼(7.19)을 통해 학회의 의견을 구체화하고 관련 전문가들과의 논의도 활발히 추진했어요. 이들 행사를 진행하면서 앞으로 남북경협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산학관연이 한마음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강창용(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남북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시대의 남북교류는 과거와는 차이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기존의 민간위주와는 백팔십도 다를 것이므로 정확한 상황 판단이 우선돼야 해요. 일부 보도에 의하면 미국과 일본의 농업생산관련 기업들의 방북도 전해지고 있어요. 남북이 평화를 만들면 그것을 이용해 다른 선진국이 경제적 이익을 먼저 얻으려는 조짐이지요. 냉엄한 세계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선 우리도 판을 새롭게 짜야 합니다. 전략과 관련 전문가가 있는 대북교류협력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통일부·외교부 등과의 협력채널도 구축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종훈 남북교류협력방안에서도 북한 농업과 협동농장 실태를 파악하는 기초연구가 중요하다고 보고 탈북자 심층조사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농업과 농기계·자재 분야에 대해 자료와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들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도 필요해요. 북한은 식량 부족과 기아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산림녹화, 농업, 축산 등에 매진하려 하고 있어요.

북한 농업에 시급한 농기계와 자재들을 일부 지원하면서 궁극적으로 윈-윈의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남북교류협력의 큰 틀을 짜기 위해 학회와 농기계조합은 물론 농업과 통일 관련 연구기관, 전문가 등이 함께하는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는데 공감합니다.

 

강창용 말씀대로 농업기자재 남북협력 방안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중장기적으로 남북한 농업발전의 격차를 메꾸면서 함께 발전하는 방안으로 남북한 농자재산업 특구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이 방법은 북한 농기자재 기술과 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에 큰 도움이 되고, 남한에게는 시장확대와 경쟁력 확보를 통해 실질적인 수출확대를 가져다줄 겁니다. 개성공단과 같은 농자재 특구를 만든다면 비료-종자-농약-농기계-시설등의 교류와 투자협력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만한 시너지가 창출되리라 확신합니다.

 


전략과 전문가가 있는 남북협력협의체를 새롭게 구성하고, 중장기적으로 개성공단과 같은 농업기자재 특구를 만들어 농자재사업의 시장확대와 경쟁력 확보에 나서자. 아시아 농업자재 시장의 팽창에 맞춰 동남아 수출을 위한 전진기지를 확보하고, 수출전략본부를 활성화하라. ‘변화와 혁신을 통해 첨단농기계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정부 관련부처와 연구기관의 역량을 모으는 클러스트를 출범하자. 국내 농기계유통에서 농협의 수요자 독점체제를 해결하고, 발전과 상생을 위한 노력으로 농업자재산업의 새로운 부흥기를 일궈 보자.


외수출이 농기계기업들의 돌파구인데

정종훈 최근 남북의 새로운 변화를 보면서 농기계 관련 산학연의 책임이 더욱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최근 인도네시아의 농업 현장에 나갔다가 실망과 희망 두 가지를 얻고 왔습니다. 한국의 개도국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한 농기계 지원이 정확한 현지이해를 토대를 했느냐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현지의 토양과 작물 특성에 맞는 농기계 지원과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았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동남아시아에서의 큰 가능성을 직접 목도했어요. 인도네시아는 넓은 땅을 두고 쌀을 수입하는가 하면 벼농사 수확시 90%를 낫으로 베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국가경쟁력 7, 26000만의 인구, 기계화에 대한 민관의 열의도 가능성으로 다가왔습니다.

 

강창용 ODA는 이중적인 의미가 있는데 후진국의 기술개발 여력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지원국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미래의 수출을 전제로 기반을 잡기 위해 들어간다고 봐야 하죠. 선진국이 후진국이나 개도국에 필요한 물적자원을 조성해주는 것도 이미지 기반을 다지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수요자의 입장을 이해하는 게 먼저입니다.


시각을 농기계로 좁히면, 말씀하신 작물특성과 토질, 기후조건, 농법, 문화까지 시간을 들여 정확한 정보를 축적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겁니다. 현지를 모르고 우리가 쓰는 농기계를 지원한다면 ODA의 의미도 향후 수출 가능성도 찾기 어렵겠고요.

 

정종훈 농기계 대외 진출을 위해서는 공을 들이는 과정도 상당히 중요할 겁니다. 동남아 방문시 농기계분야 학회장과 중앙정부 담당공무원이 연계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ODA 시 단순한 농기계 지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학회간의 교류, 농업인 기계사용교육, A/S 지원, 주요행사시 외국 관계자 초청 등으로 집중적인 유대관계를 맺어 나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수출에서는 국내 농기계회사들이 합자회사 형태로 진출해 농기계의 엔진과 주요부품을 우선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한 수순이라 생각합니다. 또 첨단기계를 우선적으로 넣는 것이 아니라, 현지 수준에 맞는 기계를 단계적으로 제공하는 방법이 가장 용이해 보입니다.

상대국 입장에서 보면 생산라인에 앞서 조립라인부터 만든다면 부담이 적어 좋을 것이고, 자체 조직을 활용해 A/S도 차차 가능할 것으로 보여요.

 

강창용 동감입니다. 동남아 농업기자재가 세계 시장의 50~60%까지 성장하는 추세에요. 동남아 수출을 위한 전진기지의 확보가 무척이나 절실합니다. 정부가 천안에 한국농기계글로벌센터 건립을 지원한 것도 수출을 확대하라는 뜻이었는데 효과가 잘 드러나지 않고 있어요.

가장 먼저 주문하고 싶은 것은 농기계조합에 수출전략본부를 만들자는 겁니다. 다음으로 수출 대상국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고요. 현지 외교·산업 관계부처와 협력하고 전문인력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좀더 타깃을 명확히 하기 위해 한국 제품을 현지 판매할지, 현지 기업과 합자할지 아니면 현지공단에 입주할지 접근방법을 분석해서 제공한다면 매우 도움이 될 듯합니다.

 

 

국내 외국 농기계의 범람이 심상치 않은데...

강창용 최근 국내 농기계산업이 직면해 있는 문제 중 하나가 외국 농기계의 범람입니다. 우리의 경우 대체로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선진국 기술수준의 80~90%로 그리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기술개발 부분에서 소홀함과 분산으로 이제는 60~70% 수준대로 격차가 벌어진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이러다보니 일본 농기계를 중심으로 많은 외국산 농기계들이 우리 농기계 시장을 잠식하고 있어요.

과거에는 그나마 조밀한 서비스 망으로 대응했지만 지금은 외국기업들이 서비스를 강화하고 기계 고장률도 낮아, 국내 기업이 점점 코너에 몰리는 형상입니다. 외국산 농기계의 시장지배력에 맞서는 대응책과 획기적인 전환점이 필요합니다.

 

정종훈  농기계를 이용하는 생산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다소 가격이 비싸더라도 고장이 적은 기계를 선택하고 싶을 거에요. 그런 측면에서 부품의 내구성과 전반적인 기술력을 높이는 노력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요. 그동안 우리 기업과 정부 연구기관의 개발 노력이 충분했던 것으로 보이진 않아요.

또한 무엇보다 농기계첨단연구센터의 추진을 제안합니다. 스마트농업을 강조하면서도 농기계첨단연구를 할 수 있는 연구조직이 없는데 무엇으로 미래의 다양한 농업과 농기계산업을 준비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농기계 자율주행, 드론의 영상처리기술, 축산이나 식품 분야의 스마트기술 등 스마트농업에 필요한 다양한 핵심기술 연구에 눈을 돌려야 해요. 우리 연구기관이 현장의 업체들이 개발한 기술의 테스트베드나 현장시험에 그친다면 미래의 농업기술은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강창용 우리 기업과 정부 연구기관의 개발 노력에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잘 들여다보면 여력은 어느 정도 있다고 봅니다. 농촌진흥청 산하 농업공학부에도 많은 박사들이 있고, 전국 12대 대학에 농기계 관련학과가 있으며 교수들이 있습니다. 부설 연구소를 갖춘 기업들도 있고요. 문제는 다양한 연구자금을 포함한 연구개발 자원을 조직화하고 투자를 집중할 수 있는 클러스터가 구축돼 있지 않아요.

일본의 경우 농연기구 혁신공학센터에서 기술 클러스트를 실용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관련 정부부처와 농기평, 농촌진흥청, 농업기술실용화재단,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을 아우르는 킅러스트 구축이 필요합니다.

이런 기술력 제고를 통해 경쟁력 확보가 선행되면 생산시스템 개선 등을 통한 비용절감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국내 유통과 정책적 지원은...

정종훈 서로 대화와 소통을 통해 한 목소리를 내면서 농기계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미흡했다는 생각도 많이 듭니다. 우리 학회도 마찬가지이고 조합과 농업기관들도 각자의 영역에 안주해 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농업기계학회부터 긍정적인 변화와 혁신을 일궈내는 모습을 보이려 합니다.

농기계 업계도 새로운 발상과 기술혁신으로 소프트웨어산업과 시스템까지 아우르는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도모했으면 합니다. 농업기계의 외연을 넓힘으로써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창용 유통에서 가장 큰 문제는 농협의 수요자 독점체제라는 지적이 자주 나옵니다. 이런 시장구조에서 기업들은 마지막까지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외국제품이 시장을 메우게 될 것이고 대만처럼 토종농기계가 사라질 수도 있어요. 농협에서 중소농기계 제품에 대한 사업으로 최저가입찰을 본격화 한다면 상황이 보다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농기계산업이 농기계유통업체, 중고업체들과의 연대강화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실제 농기계시장 최전선에서 판매하는 유통업자가 대리점들입니다. 이들이 판매와 서비스를 잘해야 농기계도 잘 팔리고 기업도 성장할 수 있습니다. 중고 취급업체들이 중고 농기계를 해외로 수출하면 그만큼 신제품시장이 넓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농업인과 농기계기업, 유통업체, 중고업체 등이 함께 발전과 상생의 가치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정리: 이은원 기자 | wons@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