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16일 농촌진흥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불법·밀수농약 근절방안을 비롯해 ▲농기계·종자 등의 연구개발 성과 미흡 ▲비료 품질기준 미달 ▲종자 보급사업 실적 저조 ▲연구장비 노후화 대책 마련 등을 꼬집었다.
여·야 의원들은 특히 농진청이 부정·불법 유통 농자재에 대한 관리 감독의 허점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아울러 농기계 부분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보급실적은 낮은 이유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농진청 국감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
[농약]
밀수 근절…보따리상 가방 뒤져라
점검체계·단속인력 대폭 확충 절실
해마다 불법·밀수농약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도 세관장의 확인대상 수입물품에 농약이 빠져 있는가 하면 점검·단속의 부족이 불법·부정 농자재 유통을 근절시키지 못하는 주요인으로 지적됐다. 추궁과 함께 근절대책을 세우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황주홍 의원(국민의당, 고흥·보성·장흥·강진)은 “불법·밀수 농약의 주요 반입경로로 추정되고 있는 여행자 휴대반입 물품과 수화물 검사항목인 ‘세관장 확인대상 수입물품’에 농약이 없다”며 “불법·밀수농약 실태에 대해 꼼꼼하게 점검해 근절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황 의원은 특히 “예산과 인력에 한계가 있겠지만 1차례 정도는 유통판매점에 대한 불법농약 전수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개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도 “부정·불법 농자재(농약·비료) 사용 적발 건수가 2014년 243건에 이르고, 올해도 7월까지 100건이나 되지만 단속인력은 2014년 116명에서 매년 20∼30명씩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여·야 의원들은 사탕무시스트선충병, 과수화상병 등 외래병해충 피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데 반해 그 예방책은 안일하다는 추궁도 쏟아냈다.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 서귀포)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 8월까지 외래병해충으로 인한 피해면적은 483ha에 달했다. 또 지난 6년간 가장 많은 피해를 유발한 외래병해충은 사탕무시스트선충으로 255ha에 달하며, 특히 배추농가의 피해가 컸다. 그 다음은 과수화상병으로 100.2ha에서 발생했으며, 안성, 천안, 제천지역의 사과와 배 농장에 큰 피해를 입혔다.
위 의원은 이와 관련해 “외래병해충 사전예방을 위한 ‘농작물병해충예찰방제사업’에 편성된 예산은 2013년 55억5900만원에서 2016년 113억8600만원으로 늘었다가 2017년에는 108억73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며 “병해충 방제비용, 손실보상금, 병해충진단실 운영 등의 지원 확대를 통해 피해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기계]
자체개발 농기계 보급 실적 ‘저조’
한 대도 보급 못한 농기계도 10건
막대한 예산이 농기계 관련 연구비로 투입되고 있는데 반해 현저히 낮은 보급률도 도마 위에 놀랐다.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당, 천안시 을)은 “최근 5년간 농기계 개발 투입예산 현황에 따르면 72종의 농기계 개발을 위해 농진청은 148억6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다”고 전제한 뒤 “그렇게 개발한 농기계 중에 한 대도 보급되지 못한 농기계가 총 10건에 달하고, 여기에만 14억20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갔다”며 “농업인에게 필요한 현장 맞춤형 농기계 개발 및 홍보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양수 의원(자유한국당, 강원 속초·고성·양양)도 “농진청은 지난 5년 동안 총 38억31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밭농업 농기계 21종을 개발했다”며 “1만2858대를 보급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전체 밭농가의 2.8%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밭농업 기계화의 필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도 농진청이 개발한 농기계를 영농현장에 보급하지 못한다면 예산 낭비에 불과하다”며 “현장의 상황이나 수요를 감안한 개발과 보급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비료/종자]
보통비료 19.8%가 품질기준 미달
원예작물별 신품종 보급률도 저조
황주홍 의원은 “농진청이 해마다 실시하고 있는 비료의 품질검사 결과를 보면, ‘보통비료’의 경우 최근 3년간 평균 18.4%가 품질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농진청의 품질검사가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일침을 놨다.
황 의원은 원예작물 신품종 보급 실태와 관련해서도 “최근 5년간 로열티 대응 품목 국산 품종 보급률을 보면 딸기(92.9%), 버섯(51.7%)을 제외하고는 장미(29.5%), 국화(30.6%), 난(16.4%), 참다래(23.8%) 등은 30%선 이하로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보급률이 높았던 딸기(29.7억원)는 로열티 절감 추정액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된 반면, 보급률이 낮았던 국화(9.5억원), 난(3.3억원)은 로열티 절감액이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지적했다.
정인화 의원(국민의당, 광양·곡성·구례)도 “국산 농작물의 신품종 개발에 매년 200억여 원이 투입되고 있다”며 “하지만 원예작물과 같은 신품종 보급률이 극히 저조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노후장비 교체 시급…대책마련 추궁
농진청이 수행하는 R&D 사업의 성과와 신뢰도 제고를 위해서는 노후장비 교체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일었다.
박완주 의원은 “농진청 소속기관별 보유 연구장비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총 보유 연구장비 1515대 중 531대가 내용연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농진청 연구 장비 3대 중 1대는 노후 장비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장비의 노후화가 점차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노후장비 교체건수와 예산은 2014년도를 기점으로 계속 줄어들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교체된 노후장비는 69대, 51대, 38대로 줄었고 2017년에는 단지 9대에 그쳤다. 이 기간 예산은 45억, 35억, 26억으로 줄었고, 2017년에는 6억으로 크게 감소했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농진청이 수행하는 R&D 사업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노후장비 개선방안을 시급히 마련해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