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의 농기계은행사업용 농기계 입찰이 기존 최저가 입찰방식에서 농협이 제시하는 기준가에 근접하는 가격을 낸 업체에게 가장 많은 물량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논산 전국농기계유통협동조합 회의실에서 있었던 조합 협의회 대표자 회의에 참석한 농림축산식품부 농기자재정책팀장은 농기계유통 관련 현안의 질의를 받고 이같이 밝혔다는 후문이다.
논란이 돼온 ‘농업기계 및 부품 가격표시제’에 대해서도 제조업체가 제시하는 가격을 붙이는 방안까지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업자가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실제가격’을 표시해야 한다는 현 시행지침과는 온도차가 있다.
농식품부 농기자재정책팀은 최근 농업기계 신규모델 등록시 정부지정 원가조사 기관이 작성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했던 기존 5개 기종에서 로우더와 로타베이터를 제외시켰다. 신년부터 기존 원가조사 보고서를 확대한다는 기존 방침이 시행 범위 축소로 반전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은 2017. 1. 1기준 정부지원 대상 농업기계 신규모델 등록 신청에서 원가조사 보고서는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3개 기종에 대해서만 제출하면 된다고 업체들에게 안내했다.
4월 보고서 작성기관 지정 때만 해도 농식품부는 정부 지원대상 농업기계 신규 전 기종에 대해 원가조사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할 계획이었으나 7월 1일 시행시 5개 기종에만 한정하고 타 기종은 내년 1월 1일 시행으로 시기를 늦췄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기존 확대 방침을 접고 반대로 시행 범위를 축소해 로우더와 로타베이터를 원가조사 보고서 제출에서 제외했으며 이에 대해 작업기 업계는 일단 한시름 놓았다는 분위기다.
애당초 농식품부는 외국산 농기계의 급격한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인한 국내 농기계산업의 경쟁력 저하와 농협중앙회 농기계은행사업용 농기계 최저가 입찰제도가 빚어낸 과도한 할인율·가격거품 문제 해결을 위해 ‘농업기계 및 부품 가격표시제’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원가조사 보고서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시행 전부터 가격표시제 실시요령(안)은 물가와 가격에 관한 한 기획재정부와 통상산업부의 상위법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합당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과정과 내용이 그렇지 못하다는 법률적 문제 등 여러 허점과 모순이 드러났다.<본보 5월25일자, 6월10일자>
원가조사 보고서 제출에 있어서도 원가제출을 강제하고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시장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팽배했다. 일부 외국계 기업들은 방대한 원가자료의 요구에 기업의 영업비밀이 포함되며 이를 제출하지 않아 융자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부적합한 행정행위라고 주장하는 등 재산권과 국민의 기본권 침해의 문제를 제기했다.
시행 범위가 축소되긴 했지만 제조업계 대부분은 원가보고서 제출이 농기계 가격거품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에 회의적이다.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대리점들은 “제조업체가 농협 할인율과 같은 조건을 대리점에게 적용하지 않는 한 가격표시제를 한다고 해서 농기계 가격혼란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농식품부 농기자재정책팀은 지난 10월 6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농협중앙회,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전국농기계유통협동조합 관계자들과 가격표시제와 농협 최저가입찰 개선에 대한 회의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2월중 농협중앙회 농기계은행사업용 농기계 입찰을 목전에 두고, 농식품부가 농기계 유통혼란을 개선하기 위해 관련조직과의 합의점을 찾고 제도 개선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은원 l wons@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