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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농약 주로 농협서 산다”…가격·품질은 ‘불만’

KREI, 국내 농약 유통실태 설문조사…가격(58%)·품질(38%) ‘불만족’
김정승 부연구위원, ‘농자재산업 실태와 정책과제’ 연구보고서 펴내
농업인 81.0% ‘늘 사던 곳’서 직접 구매…절반은 “가격 비교 안 해”
어떤 농약 살지는 판매 담당자가 사실상 좌우…정보 비대칭 고착화
“판매자 전문성 강화·원제 R&D 투자·농약정보시스템 활용 병행해야”

 

농업인 10명 중 8명은 농협에서 농약(작물보호제)을 직접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 농협에서 산 농약 가격에 대해서는 6명 가까이 불만족스러워했다. 농약 품질에 대해서도 38.4%의 농업인이 불만족하고, 만족하는 비율은 18.1%에 그쳤다. 농약을 살 곳은 정해져 있지만, 그 가격에 납득하지 못하는 농업인이 절반을 넘고 품질에도 대체로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경종 생산 농가 총 2,257명을 상대로 실시(2024년 12월 18~26일)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538명)의 81.0%(1순위)가 ‘농협에서 농약을 직접 구매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 농협에서 산 ‘농약 가격에 만족하는지’를 묻는 물음에는 응답자의 58.0%가 ‘불만족스럽다’고 했다.


이 조사 결과는 김정승 박사(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가 지난해 발간한 ‘농자재 산업 실태와 정책과제(작물보호제 중심)’ 연구보고서에 수록됐다. 이 보고서는 농약의 생산·유통 구조부터 농업인의 구매 행태와 인식까지를 망라한 체계적 실태 조사 결과를 담고 있다.


우선 농업인들은 농약 구입처를 묻는 물음에서 1순위 응답으로는 ‘농협에서 직접 구매한다’가 81.0%로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2순위 응답에서는 ‘시판상에서 직접 구매한다’가 73.8%로 가장 높았다. 농협을 주거래처로 삼으면서도 시판상을 보조 구매처로 함께 활용하는 이중 구조가 일반적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작목반이나 영농조합법인·농업회사법인을 통한 구매는 합계 기준 각각 2.1%, 2.9%에 그쳤다. [표1]

 

“농협(37.5%)과 시판(13.2%)이 추천하는 제품 구매한다”


농업인들이 어떤 농약을 살지 결정할 때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정보 경로를 묻는 물음에는 1순위 경로로 ‘농협에서 정보를 얻어 결정한다’는 응답이 37.5%로 가장 높았고, ‘자신이 직접 정보를 찾아보고 결정한다’가 34.0%였다. 반면 ‘시판상이 권하는 농약을 사용한다’는 응답은 1순위에서 13.2%에 머물렀지만, 2순위에서는 30.1%로 급등했다.


1·2순위 합산 기준으로 보면 △농협 담당자를 통한 정보 습득이 29.4% △자신이 직접 수집 24.0% △시판상을 통한 수집 21.4% 였다. [표2] 다시 말해 농업인의 절반 이상(50.8%)이 구매 결정을 농협 또는 시판상에게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농약 유통 실태가 가리키는 방향에는 농약 자체의 복잡성이 자리한다. 현재 등록된 농약 제품은 약 3,500종에 달한다. 동일한 원제를 쓰더라도 부재(보조 성분)가 달라지면 완제품의 품질이 달라지고, 같은 약효를 지닌 원제라도 제형(劑型)에 따라 작용기작과 약효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전문가 면담 결과에서도 농약에는 농업인이 파악하기 어려운 성분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러한 정보 비대칭 구조는 농약 판매 담당자가 ‘정보 권력’을 갖는다는 반증으로 읽힌다. 농협 자재 담당자나 시판상의 추천이 사실상 구매 결정을 좌우하는 것이다. 연구보고서는 이를 두고 ‘판매 담당자의 전문 지식이 농업인의 농약 사용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들에 대한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농약 가격 불만이 품질 불만보다 훨씬 높아


농약 가격에 대해 ‘불만족스럽다(불만+매우 불만)’고 응답한 비율은 58.0%인데 비해 ‘만족스럽다’는 응답은 6.8%에 불과했다. 품질에 대한 불만족 응답도 38.4%였으며, 품질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18.1%였다. [표3] 가격 불만이 품질 불만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전문가 면담 결과에 의하면, 품질 불만족의 배경에는 ‘독성 문제’가 깔려 있다. 농약 독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면서 약효가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반면 농업인들은 이전에 써온 독성이 강한 농약의 효능이 좋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규제 강화와 현장 인식 사이의 간극이 품질 불만으로 나타난다는 해석이다.


가격 불만의 구조적 배경도 복잡하다. 농약 소비자 가격은 농협경제지주와 농약제조회사 사이의 계통이용장려금, 농협경제지주가 지역 농협에 지급하는 장려금, 지역 농협과 제조회사 사이의 물량장려금 등 여러 층위의 장려금 구조를 거쳐 최종적으로 형성된다. 동일한 농약 제품이라도 지역 농협과 시판상 간에 판매 가격이 다르게 형성되는 이유다.


농업인들이 농약을 살 때 가격을 적극적으로 비교하는지를 묻는 물음에는 ‘따로 가격을 비교하지 않고 주로 거래하던 곳에서 구매한다’는 응답이 49.5%로 가장 높았다. 절반에 가까운 농업인이 가격 비교 없이 관성적으로 구매한다는 의미다. ‘지역의 농협과 시판상 가격을 비교하고 구매한다’는 응답은 36.9%였다. [표4]

 


가격 비교의 지역적 범위도 좁았다. 이웃 읍·면까지 가격을 알아본다는 농업인은 3.3%, 거주 시·군 경계를 넘는 경우는 2.9%에 그쳤다. 농약 시장은 지역 단위로 분절돼 있으며, 가격 경쟁 압력도 그만큼 약한 구조임을 시사한다.
농산물 생산비 중 농약 구매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에 대한 물음에는 ‘비교적 높거나 매우 높다’고 답한 응답자가 51.4%로 절반을 넘었다. ‘보통’은 30.8%, ‘비교적 낮거나 매우 낮다’는 응답은 17.9%였다. [표5]

 

 

실제 통계와 비교하면 농업인의 체감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행 연구(서대석 외, 2022)에 따르면 농약 구매비가 경영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6.1% 수준이며, 과수는 10.4% 수준이다. KOSIS 통계로 보면 2000~2023년 쌀·마늘·양파·고추 등 주요 작물의 직접생산비 중 농약 구매비 비중은 대체로 5~11% 범위에서 움직여 왔다. KREI 연구진은 농약의 가격 결정 과정이 불투명하고 가격 자체에 대한 만족도가 낮기 때문에 실제 비중보다 부담이 크다고 느끼는 것으로 해석했다.


한편, 설문조사에 응답한 농업인의 85.2%(456명)가 농약을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4.8%(79명)에 그쳤다. 농약은 대다수 농업인이 여전히 필수불가결한 농자재로 인식하는 결과다.

 

연구자 ‘처방전’…농약산업 활성화 3대 과제


김정승 박사는 이번 연구보고서를 통해 농약산업 활성화를 위한 세 방향의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첫 번째로 ‘농약 판매 담당자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안이다. 농업인이 농약 구매 결정 시 농협 담당자나 시판상의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들의 전문성 강화가 핵심 과제라고 봤다. 농촌진흥청 등에서 농약 판매 담당자 교육을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성과 분석을 통한 교육 방식 개선과 전문성 검증 체계 마련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는 ‘농약 원제 개발 R&D 장기 투자 필요성’을 부각했다. 연구진은 국내 원제 수입 비중이 91.5%에 달하는 현실에서 환율 변동은 농약 가격을 직접 흔드는 만큼, 원제 개발을 통한 수입 대체와 수출 증대를 위해 R&D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원제 개발은 상용화까지 약 15년이 걸리고 투자 비용도 많은데다 실패 확률도 높다. 그러나 팜한농이 자체 개발한 비선택성제초제 원제 ‘티아페나실(테라도, 테라도골드)’의 2025년 누적 매출은 4,134억 원에 달하고, 브라질·미국·호주 등 13개 국가(원제 특허 31개국)로 수출되는 사례는 장기 투자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가늠자로 충분해 보인다. KREI 연구진은 농진청의 수출전략형 농약 신물질 개발 사업 등을 장기적으로 지속 지원하고, 후보 물질 발굴을 위한 신물질 터널 구축 등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세 번째로는 ‘농약안전정보시스템 데이터 활용’을 꼽았다. 2020년 1월부터 농약허용기준강화(PLS) 제도와 함께 농약 판매정보 전자기록 의무화가 시행되고 있다.

 


농약 제조·수입·판매업자는 50㎖ 이하 소포장 농약을 제외한 모든 농약의 구매·판매 정보를 전자기록으로 등록해야 한다. 시스템 구축 후 6년 차를 넘어선 지금,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농업인들의 농약 수요를 파악하고 미래 제품 개발 방향을 설정하는 데 써야 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제언이다. 경영체 등록 정보와 결합하면 어떤 작물에 어떤 농약이 어느 시기에 쓰이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차세대 농약 신제품 개발의 기초 자료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정승 박사가 펴낸 이번 연구보고서의 ‘국내 농약 유통 실태’를 요약하면, 농업인(설문 응답자)의 85.2%가 농약을 쓰고, 그중 절반 이상이 가격에 불만족하며, 절반은 가격도 비교하지 않는다. 어떤 농약 제품을 살지는 사실상 판매 담당자가 정한다. 이 구조 속에서 농업인들은 비싸다고 느끼면서도 ‘늘 사던 곳’에서 ‘늘 권유받은 제품’을 산다. 이 고착된 구매 행태를 바꾸려면 정보 비대칭 해소와 판매 담당자 전문성 강화, 그리고 장기적인 원제 개발 투자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연구보고서는 결론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