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기계화율 성장의 발목을 잡는 것이 파종·정식 기계화의 속도가 더딘 탓이다. 양파의 평균 기계화율이 68.9%(2023년 기준)인 반면 파종·정식 기계화율은 22.7%에 그치고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청장 이승돈)은 양파 기계화율을 높이기 위해 시설육묘와 함께 노지육묘를 실증 연구하여 유형별 육묘 매뉴얼과 기술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시설 내 벤치육묘는 까다로운 육묘 조건과 내재해형 육묘온실의 높은 시설비가 농가의 부담이 되어왔다. 반면 노지육묘는 소요 비용이 온실 신축의 10% 수준으로서 기술지침이 잘 마련된다면 기계 정식용 양파 모종을 안전하게 키울 수 있다.
농진청이 이달 21일 경남 함양군에서 개최한 ‘양파 기계정식용 노지육묘 현장설명회’는 80여명의 양파 농가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등 관심을 모았다. 서효원 농진청 차장과 김명수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문지혜 파속채소연구센터장, 이상봉 밭농업기계과장 등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번 설명회는 토양 전염병과 강풍, 강우, 습해에 의한 모종 손실 등 양파 플러그묘(소량의 배지가 담긴 개개의 셀에서 묘(모종)를 키우는 방법)를 노지에서 생산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진은 함양군 함양읍 용평리 양파 포장에서 균일한 모종 생산을 위해 완충재와 진압기를 활용해 모종판 올리는 방법을 실증했다. 강풍에 안전한 피복재를 적용했으며 육묘상 두둑을 폭 1m, 높이 25~30cm로 조성했다. 습해 예방을 위해 기존 육묘 두둑 대비 좁고 높게 만들어야 한다. 트레이와 토양 사이의 밀착성을 높이기 위해 두둑 위에 완충용 상토를 1cm 깔고, 육묘 트레이를 배치한 후 진압기로 눌러주면 효과적이다.
태풍·강우 피해 예방을 위해 한랭사, 차광막, 파풍망, 부직포 등 피복 자재를 선발해 묘 손실을 최소화하였다.
토양 전염병인 시들음병을 방지하기 위해 육묘판은 열 이용 소독과 차아염소산나트륨을 이용한 소독이 필요하다. 파종 전 육묘판 상토 충전 시에는 등록약제를 섞어주거나 관주 처리해야 한다.
농진청은 내년도 양파 육묘판 대량소독 기술 보급과 종합방제기술 현장컨설팅도 예고했다. 재사용 육묘판 소독과 육묘기 약제 방제, 정식 전·후 약제살포 방법과 길항미생물(Bacillus thuringiensis) 이용까지 종합방제기술 시범사업을 전국 6개소에서 진행한다. 2023년까지 양파 시들음병 방제용 농약 8품목이 등록됐으며, 토양소독제와 함께 처리해 방제효과를 높이는 길항미생물의 특허도 출원해 효과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두둑정지기’와 ‘육묘트레이 진압기’ 등 양파 노지육묘 편이장비 기술 개발 결과도 소개했다. 노지육묘 시 두둑 표면이 굴곡지고 고르지 않아 트레이의 불균일한 밀착이 발생하게 된다. 상토 표면의 공극 및 토양-트레이 밀착 불량으로 인한 뿌리 활착 저하도 우려된다.
‘두둑정지기’는 회전칼날(로터리)과 평탄판을 이용해 두둑정지를 할 수 있으며 ‘육묘트레이 진압기’는 상토밀착과 공극제거를 통해 뿌리 활착율을 향상시켜준다.
용평리 현장의 노지육묘에 든 비용은 토양소독, 관수장치, 피복자재, 정지기, 진압기 등에 330만원 정도로 육묘온실 신축 비용의 10% 수준이다. 현재까지 강우 등 기상과 병해충에 의한 모종 손실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행사에 참석한 서효원 농진청 차장은 “양파 아주심기는 양파 재배과정 중에서도 기계화율이 낮은 작업으로 이를 높이기 위해 균일하고 충실한 양파 모종 생산이 선행돼야 한다”며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한 육묘 지침서(매뉴얼)를 현장에 빠르게 확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