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이승돈 청장) 슈퍼컴퓨터센터가 농업·생명·보건 분야 연구 기간을 단축해주는 빅데이터 연구의 중심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경농 미래전략연구소는 국내외 고추 다양성 대표자원의 대량유전체 정보 분석과 하플로타입(Haplotype) 육종 체계의 구축에 슈퍼컴퓨터를 활용했다. 슈퍼컴퓨터의 대량 데이터 전처리-정렬-변이탐지 기술을 통해 변이목록을 확정(VCF)했다. 경농 연구소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HapMap을 구축할 수 있었다.
팜한농은 작물보호제 후보 화합물 탐색을 위해 단백질-리간드(화합물) 도킹(결합구조를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작업) 약 420만건을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분석했다. 개인 PC로는 12개월이 소요되는 작업이지만 단 9일만에 가능했다.
김경도 세종대학교 스마트생명산업융합학과 교수는 기후적응형 품종 유전자 발굴을 위해 대규모 콩 자원의 유전형 빅데이터 분석을 슈퍼컴퓨팅 자원을 이용해 12일만에 완료했다. 기존 분석 서버로는 최소 18개월이 소요되는 작업이었다.
이들 성과의 중심에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의 슈퍼컴퓨팅센터가 있다.
슈퍼컴퓨터 도입 2주년을 맞은 농진청은 지난 23일 농업전문지기자단 브리핑에서 지난 2주년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발표했다.
슈퍼컴퓨터는 수많은 연산 코어와 가속기, 대용량 메모리·저장장치를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처럼 동작하도록 만든 최첨단 고속 연산 장치이다. 일반 장비로 수년 걸릴 계산을 슈퍼컴퓨터를 활용하여 단 수일·수주에 끝내도록 설계되어 있다.
농진청 ‘슈퍼컴퓨터 2호기’는 기상청 슈퍼컴퓨터 4호기(’22.6 운영 종료)를 관리전환 받아 도입하였고, 수냉식 시설을 갖춘 2057㎡ 규모(지상 2층, 지하 1층)의 슈퍼컴퓨팅센터를 2023년 9월에 개소했다.
슈퍼컴퓨팅센터의 설립 목표는 농업 빅데이터 분석과 AI 활용을 위한 초고성능컴퓨팅 자원 제공 및 역량 강화이다. 농진청이 보유한 슈퍼컴퓨터는 고성능 컴퓨터 약 3600대에 해당하는 2.9페타플롭스(PFLOPS)의 속도와 사진 2억 장을 보존할 수 있는 5.8페타바이트(PB)의 저장용량을 갖추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김남정 농진청 농업생명자원부 부장은 “슈퍼컴퓨팅센터는 지난 2년간 119건의 공동 활용 신청을 받아 작물 오믹스 분석, 농약 등 농자재 개발, 농축산미생물 그리고 기상 예측 등 작물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조승호 ㈜경농 미래전략연구소장이 고추 대량유전체 정보 분석과 하플로타입(Haplotype) 육종 체계의 구축에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윤준선 ㈜팜한농 신규물질연구소 선임은 작물보호제 후보 화합물 탐색을 위한 단백질-리간드 도킹 420만건을 초고속 분석한 슈퍼컴퓨터 활용 사례를 발표했다.
특히 이날 브리핑에는 조승호 ㈜경농 미래전략연구소장, 윤준선 ㈜팜한농 신규물질연구소 선임, 김경도 세종대 교수, 조성환 ㈜씨더스 대표이사, 김미란 농진원 종자산업진흥센터 팀장 등이 슈퍼컴퓨터 적용 사례 발표에 나서 관심을 모았다.
슈퍼컴퓨터는 유전체 연구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준다. 기존 방식으로 110개월이 걸리던 고추·콩·벼 등 18작목 1만5000여 자원의 유전체 특성 분석 등 빅데이터 분석을 2개월만에 완료한 바 있다. 1년여 걸리던 농약 개발을 위한 작물보호제 후보물질 420만 건의 분자결합 예측 결과를 단 9일만에 내놓았다.
슈퍼컴퓨팅센터는 빅데이터 분석에 들던 시간을 단축해 연구 효율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미래를 현재로 앞당기는 농업 빅데이터 연구의 타임머신’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민관학연 협력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중기 기후 분석에도 활용해 13년간의 온도, 습도, 일장(日長), 일사량, 강수 등 데이터 분석 기간을 15일로 단축하여 농업 현장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이 데이터는 벼 작황, 수확기 예측 등은 물론 농업용수 부족, 병해충 예찰 등 중장기 농업 전망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농진청은 슈퍼컴퓨터의 사용자 저변을 확대하고자 인력양성에도 노력하고 있다. 매년 수준별 교육을 제공해 올해 9월 기준 누적 교육인원 653명으로 초급 270명, 중급 319명, 전문가 64명을 배출했다. 교육대상도 농진청·종자기업·대학·정부출연기관 등 다양한 기관을 포괄하고 있으며, 이달에도 ‘슈퍼컴 활용 전문가 양성 고급’ 및 ‘2차 초급 교육’이 예정돼 있다.
김 부장은 “슈퍼컴퓨터는 농업인 모두의 것”이라며 “다만 지원 역량을 고려하여 해마다 두 차례 공동활용 수요를 조사하고, 신청내용에 대해 전문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거쳐 분석의 중요성, 시급성, 적절성 등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진청이 향후 도입할 ‘슈퍼컴퓨팅 3호기’는 GPU(Graphics Processing Unit) 기반 장비를 고려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및 고성능 연산 능력을 강화해 급증하는 AX(디지털전환) 시대를 대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