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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

“글로벌 종자 진출·국가기술력 확보 차원 연구 필요”

또 다시 환경위해성 논란에 휩쌓인 GM작물 연구…국민 공감대 확보 ‘멀고도 먼 길’

지난해 12월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이명철)은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한 창조농업혁신을 촉구한다’는 제하의 의견(한림원의 목소리 제 59호)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서 한림원은 “농업혁신의 근간은 첨단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하여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를 극복하고 우리 농산물의 품질과 생산성을 향상하여 지속가능한 고소득 농업경영을 달성하는 것인데, 우리의 현실은 일부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과 불안감으로 기술혁신을 이룰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과학계와 정부가 생명공학에 의한 창조농업혁신을 위한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했다.


현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한 세계 바이오산업 시장규모는 2010년 2448억불에서 2019년 4273억불 규모로 연평균 5.7% 성장이 전망된다. 이와 같은 성장 전망은 생명공학기술이 인류가 당면한 질병·고령화·환경·에너지·식량 등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의약에서는 노인성 질환, 성인병, 불치병 치료제 연구개발 및 바이오의약·헬스케어 산업에서 생명공학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농업에서는 유전체 해독이 가속화되고, GM(유전자변형)작물 생산 등 농축산물 개량 기술이 개발 중이며 세계적으로 이미 상업화되고 있다. 바이오에너지, 생명유래 촉매, 바이오고분자 기술도 기존 산업을 대체하는 분야로 급부상했다.


세계 GM종자시장 20년간 무려 170배 증가
GM작물(Genetically Modified Crops)은 생물의 유전자 중 유용한 유전자를 분리해 개량을 원하는 작물에 인위적으로 도입함으로써, 개발자가 원하는 특성을 갖도록 유전자의 일부를 변형시킨 작물이다. GM작물 개발에는 첨단 생명공학기술이 이용된다.[도표1]



세계적으로 GM작물 개발 현황을 살펴보면, 27작물 357품목이 28개 국가의 재배승인을 받아 재배되고 있다. 재배면적은 1996년 170만ha, 2000년 4420만ha, 2014년 1억8150만ha로 100배가 넘는 폭발적인 증가율을 보였다.
주요 재배품목은 콩(50%), 옥수수(30.4), 면화(13.8), 카놀라(5.0) 순으로 총 65개국에서 사료 및 식품용으로 상업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GM종자시장은 1996년 9300만불에서 2000년 24억불, 2014년 157억불로 무려 170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의 GM작물 연구개발 동향을 보면, 미국과 유럽의 경우 몬산토 등 글로벌기업이 개발과 산업화를 주도하고 있다. 일본, 중국, 인도 등도 자체 개발한 GM작물에 대해 재배승인을 거쳐 상업화를 인정했다. 방글라데시 등도 국제협력을 통해 GM작물 개발과 상업화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글로벌 시장 진출과 기술확보 차원의 GM작물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농촌진흥청과 일부 대학, 민간 등에서 개발중이며 아직 재배용으로 승인된 작물은 단 한 건도 없다.


생명공학 기반의 바이오산업 중요성 대두
지난달 26일 이양호 농진청장은 농식품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농업생명공학기술 연구현황을 알리는 농업전문지 기자단 간담회에서 “GM작물은 최상위 육종기술로서 다국적 기업의 GM작물 관련 원천특허 독점에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청장은 “GM작물은 기존 육종기술로 해결이 어려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첨단기술로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기술확보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특히 글로벌 종자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GM작물 기술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1종의 GM작물 개발에는 최소 10년의 기간과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기도 한다. 미국의 다국적 농업생물공학 기업 몬산토의 경우 연 17억달러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농업생명공학을 이용한 식물육종과 작물보호제, 생물제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도 생명공학 기반의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올해 3월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산하에 바이오특별위원회가 신설됐다. 생명과학, 보건의료, 농림수축산·식품, 산업공정·환경·해양, 바이오융합 분야 등 바이오 전분야에 결쳐 국가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의약분야에서 우리나라 민간기업의 세계시장 진출 쾌거의 소식도 전해졌다. 지난해 한미약품은 생명공학기반의 당뇨, 비만 치료기술을 개발해 미국·프랑스와 약 6조원의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커다란 성과를 올렸다.


셀트리온은 세포배양기술을 이용한 관절염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가 올해 미국 FDA 판매 승인을 얻으면서 미주, 유럽 판매허가로 10년내 10조원 매출이 전망되는 등 바이오 의약분야에서 해외진출이 두드러졌다.

 

질병·고령화·환경·에너지·식량 문제 해결
세계 생명공학기술 연구 동향을 보면, GM 미생물, 동물 활용 고부가 바이오산업은 오래전부터 상용화된 기술이다. 유전자변형 대장균을 통해 인슐린을 생산 제품화함으로써 대량공급이 가능해져 당뇨 저가 치료시대를 개막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GM미생물을 이용한 우유응고제 생산으로 치즈산업이 급성장했으며 이는 영국과 미국에서 생산되는 치즈의 80~90%에 사용되는 기술이다.


또한 GM 염소의 우유로부터 혈액응고인자 안티르롬빈을 생산해 세계에서 연간 300kg(2300억원 가치)이 사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생명공학을 이용한 초고속 유전체 분석 진단마커기술도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개인별 유전체분석 1000불시대가 도래했다는 소식이다. 개인 유전체 분석 후 암, 당뇨병 등의 조기진단 및 치료에 활용하는 기술이다.


작물은 종자단계에서 DNA마커를 통해 병저항성 등의 사전진단이 가능하며 이는 국내에서도 상용화된 기술이다.


국내 GM작물 연구, 환경 안전성 문제에 ‘발목’
이처럼 고부가 의약 기술, 농축산물 개량, 바이오에너지, 바이오고분자 기술과 직결되는 GM작물 연구는 아직도 환경 안전성 문제에서는 계속적인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농진청 GM작물개발산업단장이 GM벼 안전성심사 신청과 상용화 계획을 발표하자 일부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은 바 있으며, 지난달에는 농진청의 GM작물 연구에 대해 지역 환경단체의 반대시위가 있었다.  


농진청은 논란이 된 GM벼 연구개발에 대해 “우리 주곡인 쌀만큼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 확보가 필요하며 세계 동향에 뒤지지 않으려면 미래를 대비한 기술력과 육종재료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GM벼 언론보도 관련 해명자료에서 “상용화는 논에서 벼를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식물세포 배양을 통해 화장품 원료(산업용)를 얻는 것”이라고 밝히고 “배양조직은 쌀이 아니므로 식품으로 이용될 수 없고, 사용후 전부 폐기(소각)하므로 벼 종자가 환경에 방출될 우려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산업용으로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으며 식용 등의 목적으로 재배하기 위해서는 식약처(식용), 농식품부(사료·종자용) 등 용도에 맞게 심사를 새로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업용 GMO 심사는 농식품부에서 위임받아 농진청에서 수행하며 전문가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요청해 진행한다. 전문가심사위원회는 일반, 분자생물학, 생리·생태, 유전·육종, 독성·타생물영향 등 5개분과에 학계, 시민단체 등 30명의 전문가가 위촉되며 환경방출 등에 대한 위해성 여부를 270일 내에 과학적으로 심사하는 등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도표2]



GM작물 시험재배시 주변 농경지로의 유출 가능성도 자주 의구심을 자아내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농진청은 LMO법령(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기준을 충실히 준수해 격리포장에서 시험을 수행하고 있으며 격리포장과 주변 생태계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결과, 주변 농경지로의 유출이나 생태계 오염이 없었다고 전했다.


국내서 재배용으로 승인된 GM작물 “아직 없다”
GM작물 개발에 대해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가 형성돼 있냐는 질문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여전히 찬반양론이 존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가 기술력확보와 미래를 대비해 수행하는 농업생명공학으로서의 GM작물 연구까지 막아야 한다는 것에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GM 농산물의 위해성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셀라리니 프랑스 캉대학 교수의 연구가 있다.


GM옥수수가 장기손상과 수명단축, 불임, 알레르기, 암 등의 질병을 유발한다는 셀라리니 교수의 학술지 발표이다. 그러나 유럽식품안전청(EFSA) 과학자문단 검토 결과실험과정과 결과에 부족한 부분이 많고 과학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왔으므로 더 이상 위해성의 근거로 삼기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우리나라는 작물, 가축, 곤충 등 170종의 GMO 연구를 농진청에서 추진하고 있고 대학과 연구소 등에서 40여 작물 200여종의 GM작물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연구개발 승인 건수를 살펴보면 2008년 44건에서  2012년 270건, 2014년 343건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아직 심사단계를 통과한 GM작물은 한 건도 없어 상업용 GM작물 개발 기술은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취약한 것으로 여겨진다.


농진청, “환경·인체 위해성평가 기술 강화하겠다”
앞에서 언급한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의견서는 지난 20년간 GM작물이 세계적으로 재배되고 사료용이나 식품용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과학적으로 입증된 부작용은 없었으며 안전성은 이미 확인됐다는 주장을 담았다.
또한 “우리나라는 생명공학 연구개발을 위한 수준 높은 인적자원을 갖고 있으며 우리 농업과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다수의 생명공학 신품종을 개발해 놓고도 합리적 절차를 통한 실용화 노력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강변했다. 문제는 GMO에 대한 인식 부족이며 올바른 정보전달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양호 청장은 “미래 대비 기술력 확보를 위해 고부가 GM작물 연구는 지속 추진하되 국내 일반 재배용으로는 국민과 소비자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한 실시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고부가 기능성 및 산업소재용 GMO 개발, 글로벌 종자시장 진출용 GM종자 개발, 미래육종소재 확보 위주의 연구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 작물학적 특성, 유전자 이동성, 생태계 영향평가 등의 환경분야의 GMO 위해성 평가와 알러지 가능성과 독성 등 인체분야의 위해성평가 기술개발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질병관리본부 등 관련기관과 위해성심사 협력을 강화하고 GMO 낙곡 및 자생식물체 환경방출 모니터링 및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 170개 국가들은 GMO 안전성 확보를 위해 ‘바이오안전성의정서’를 채택해 이행중이다. 우리나라도 의정서에 가입해 있으며 LMO법을 제정해 인체·환경 위해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GMO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장벽이 쉽게 허물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농진청이 한국농업생명공학안전성센터(KABIC)의 역할 등 GMO 관련 투명한 정보 공개 및 소통의 강화를 강조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무엇보다 정부의 관련 정책 방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글로벌 종자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GM종자 개발이 필요하다는 정책 방향을 설정한다면 이에 대해 국민의 지지와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전달과 연구개발 투자, 관련 홍보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은원 l wons@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