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종묘(대표 류경오)의 월동형 양배추 ‘윈스톰’이 국내 종자업계 최초로 ‘iR52 장영실상’ 수상(기술혁신상) 제품으로 선정됐다.
내한성과 밑둥썩음병·시들음병·무름병 내병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한 윈스톰 양배추가 개발되기 전 국내 겨울철에 재배되는 양배추는 전량 수입품종이었다. 2014년 7월 윈스톰 양배추가 보급되면서 제주도, 무안, 진도, 해남을 중심으로 일본산 품종이 차지하던 자리를 윈스톰 양배추가 대체하고 있다.
아시아종묘는 윈스톰 개발을 위해 겨울철에도 좀더 오래 생육시킬 수 있는 양배추 종자 개발에 집중했다. 세계 양배추 재배산지를 탐색한 후 중국 우한 지역에서 한겨울에도 월동이 가능한 희귀 유전자원을 수집했다. 이를 대상으로 생명공학 육종 기술인 분자육종(유전자 조작으로 유용 생물을 만드는 기술)과 소포자 배양 기술 등을 접목해 국내 남부 내륙의 한겨울 추위에 잘 견디는 월동형 양배추를 개발해냈다.
그 결과 윈스톰은 겨울철 재배에 있어 가장 중요한 특성인 내한성을 확보해 농민들이 추위 걱정 없이 양배추를 재배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날씨가 따뜻한 시기에 자주 발생하는 밑둥썩음병, 시들음병, 무름병 등 각종 병충해에도 강한 내성을 지니는 품종으로 거듭났다. 추울 때 발생하는 안토시아닌 착색(양배추 잎이 붉게 물드는 현상)이 거의 없고 재배 중 품질 저하 없이 밭에서 견디는 능력인 포장저장성이 우수해졌다. 속이 갈라지는 현상인 열구에도 강하다.
또 한 가지 장점은 재배 기간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9월에 씨를 뿌리면 길게는 이듬해 4월 말까지 재배가 가능하다. 기존 외국산 양배추는 주로 3월 초 수확해 저온저장고에 보관하면서 판매해야 했지만, 윈스톰 양배추는 결구(둥글게 속이 익는 현상)가 서서히 진행되는 특성상 더 늦은 시기까지 수확할 수 있어 그러한 저장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저온저장고를 거치지 않고 본밭에서 곧장 시장 출하가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욱 싱싱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과거 일본품종을 재배하던 농민들과 유통인들은 골든시드프로젝트(GSP) 원예종자사업단이 국책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지역 여러 곳에 대면적 시범포를 운영하며 지속적인 홍보를 펼친 결과 국산품종의 우수성을 몸소 체험하게 됐다.
송준호 아시아종묘 생명공학육종연구소 소장은 “윈스톰 양배추는 웅성불임성을 이용해 종자를 생산한 순도 100% 고순도 양배추이므로 재배 농민들은 일본 양배추를 심는 것보다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중국의 월동재배지역에서도 윈스톰이 탁월한 성능을 발휘해 중국 거래처로부터 종자 주문이 쇄도하고 있어 앞으로 수입대체뿐만 아니라 수출도 많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종묘 생명공학육종연구소에서는 분자육종과 조직배양 같은 생명공학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 보다 많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양배추의 재배환경이 점점 나빠지고 있으며, 예전에 없던 병충해의 피해가 날로 심해지고 있어 어떠한 불량환경에서도 재배하기 쉬운 내재해성 품종과 모든 병충해를 견딜 수 있는 복합내병충성 품종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이번에 아시아종묘가 수상한 ‘장영실상’은 조선조 세종대왕 시대의 과학자 장영실의 과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신기술 제품을 개발하고 상품화해 산업기술혁신에 앞장선 국내 업체와 기술연구소를 대상으로 매주 포상을 진행해오고 있으며, 과학기술개발 풍토를 조성하고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이은원 l wons@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