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하늘이 지어주는 천우신조 농법이라 봅니다. 노력과 기술보다 하늘이 도와야만 가능한 것이 농사입니다. 햇살 없는 식물 기르기는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허구 노력일 뿐입니다. 1,2기작으로 반년에 이르는 수박농사는 그래서 더욱 하늘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달 23일 함안수박생산자협의회와 함안수박축제위원회 부회장직을 맡으며 NH농우바이오 ‘산타꿀수박’의 실질적 지역 점유율 80%를 유인한 경남 함안군 가야읍의 여호동 선도 전문 농업인을 만났다.
1만3000여㎡를 상회하는 17동의 백색 비닐하우스가 즐비한 내면에 정적만이 흐르는 가운데 막바지 성장을 다투며 2주 앞으로 다가온 수확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듯했다.
각자 튼실함을 뽐내며 짙은 녹빛으로 물든 믿음직스러운 ‘산타꿀수박’이 내내 자신을 찾아준 농부의 발길에 고마움을 표하듯 촘촘한 잎 사이로 수줍은 양 고개를 내밀고 있다.
지금의 ‘산타꿀수박’에 이르기까지 근 30여 년을 NH농우바이오 종자만을 애용해 온 여호동 부회장은 회사 성장과 함께해 온 산증인이자 본의 아니게 NH농우바이오 매니아가 됐다며 옅은 미소를 짓는다.
시범 포장을 20여 년이나 할 만큼 회사와의 인연도 깊다. 특히 ‘산타꿀수박’을 고품질 다수확 품종으로의 컨센서스와 지역 합의를 이루게 함은 물론 유야무야 전파하게 한 주역이기도 하다.
여 부회장이 NH농우바이오의 ‘산타꿀수박’만을 고집하는 이유가 유별나지 않아서 더욱 놀라웠다. 마디성과 과(果) 맺힘이 좋고 수정이 용이해 농사짓기가 수월해서란다. 1,2작기로 나누어 얻은 소득은 소요된 제비용 모두를 제외하고도 순수입 1억5000만원을 상회한다. 이 같은 고소득은 자연스레 지척 농업인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고 선도농가로서 ‘산타꿀수박’ 점유율을 확산시키는 일등공신이 되기에 충분했다. 회사 신뢰도와 맞물린 결과다.
‘산타꿀수박’은 탄저병에 비교적 강한 내병성 품종으로 특히 억제 촉성 작형에 우수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과형이 단타원형으로서 과피색이 진하고 호피무늬가 선명하다. 또 숙기가 비교적 빠르며 불량환경에서도 과형이 안정적이다. 상품성이 높고 비대력이 우수한 대과종이면서도 육질이 단단하며 당도가 높고 치감이 좋은 매력적인 종자다.
내병성, 높은 상품성·당도, 매력 종자 ‘산타꿀수박’
“기계작업이 불가한 모두 인력에만 의존해야 하는 고된 일이다 보니 일손 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매년 벼농사와 수박농사를 반반씩 지어야 하는 이유로 일이 복잡하고 경비도 많이 필요로 합니다.”
여 부회장은 그래도 상당한 수박 전문지식을 지니고 있기에 힘이 허락하는 한 결코 수박농사를 놓지 않겠다고 말한다. 천상 전문 농업인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전국수박생산자협의회 사무차장을 맡을 만큼 관계 영역에서는 인지도가 높다. 내년에는 세계 수박 축제도 열 계획이라며 진행 중인 전국 수박 품평회 일정도 소개한다.
당도 관리법과 병해충 방제법에 대해서는 통상재배법이라며 멋쩍어 하면서도 이내 ‘초세를 잡아야 당이 좋아진다’며 부연한다. 수박형태를 봐 가며 기비부터 퇴비 넣고 열매 열면 추비에 나름의 고급 영양제를 투여하고 엽면시비도 한다. 다발하는 만고병이나 세균병, 총채벌레나 온실가루이 등의 병해충은 발생 추이에 따라 1주일 간격으로 관행 방제한다.
혹여나 ‘산타꿀수박’의 단점이 없는지도 물었다. 그는 기후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지만, 오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당도, 색, 과피 모두 양호하며 무르지도 않아 크게 단점이라 콕 찍어 언급할 요소가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판로도 궁금했다. 여 부회장은 성공농사를 확신하는 수집상인들의 포전(圃田)매매를 통한 거래로 판로에 숨통이 트이지만, 엽순 제거와 수정, 착과시 고된 노동 등 매매 이전의 힘든 재배과정으로 인력 구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고 지난한 재배과정을 반추한다. 이에 지역 수박농가가 점차 감소추세에 있고 투여 비용 대비 가격도 20여 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고민이 적지 않다고 못내 아쉬워했다.
‘농사의 기본은 종자이며 한 알의 종자가 세계를 바꾼다’는 격언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분야를 막론하고 의견이 아닌 여론과 합의가 도출된 데에는 분명 그에 상응하는 명분과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오래도록 탐스럽고 튼실하게 익어가는 짙녹빛 ‘산타꿀수박’의 장밋빛 미래를 그려보며 NH농우바이오가 열어가는 종자산업의 새로운 미래가 더욱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