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잡초학회(회장 이인용)는 지난달 26~27일 이틀간 경북 청송 대명리조트에서 ‘생태계 교란잡초와 방제’라는 주제로 ‘2017년도 추계학술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우리나라 각지에서 문제되고 있는 생태계 교란잡초 뿐만 아니라 외래잡초의 현황과 효율적인 관리 필요성이 강조돼 참석자들의 많은 관심 속에 심도 있는 논의가 펼쳐졌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농촌진흥청이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전국의 논, 밭, 과수원, 목초지를 중심으로 외래잡초의 분포를 확인한 결과 총 29과 166종이었다. 이는 2005년에 조사된 19과 100종보다 66%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외래잡초는 기후변화와 활발한 국제교역 등으로 인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이에 대응하는 관리전략을 사전에 수립, 영농활동의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발표자의 주장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한국잡초학회에서 그동안 발표되지 않았던 국내 해안생태계 교란식물인 갯줄풀, 영국갯끈풀의 발생현황, 생태 및 관리방안에 대한 특별강연은 참석자들의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우리나라 경기 강화 및 전남 진도지역에서 문제되고 있는 갯줄풀과 영국갯끈풀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수행됐던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처리방법 등을 도입해 향후 3~4년간 꾸준한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아울러 제주해역의 갈파래속(Ulva spp.) 식물 발생 문제도 제기됐다. 이들 녹조류는 해안가와 해수욕장 주변 경관 훼손, 악취발생 등으로 관광객 방문 기피를 유발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녹조류 발생을 촉진시키는 해양오염(오폐수 해양투기 등)을 근원적으로 없애고 재활용하는 기술 도입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이날 최정섭 박사(한국화학연구원 친환경신물질연구센터)는 ‘천연물 대사체 기반 생태계 교란잡초 방제 전략’이라는 특별강연에서 “우리는 흔히 외래잡초라고 하면 가시박을 떠올린다”면서 “가시박을 효율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는 토양미생물에서 추출한 물질을 이용하는 방법과 생물학적으로 가시박만 제거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가시박만을 먹는 곤충이나 병원균을 찾아서 단계별로 접근한다면 더 이상 가시박이 확산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1등급으로 분류된 생태계 교란잡초 중 피해를 야기시키는 돼지풀, 가시박, 단풍잎돼지풀 등의 확산방지 및 제거를 위해서는 인축독성이 낮고 환경위해성을 최소화시키는 친환경물질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특별강연에서는 이외에도 우리나라 농경지에 발생하는 100대 잡초를 선정해 집중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참석자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동계작물인 마늘, 양파 밭에서 문제되는 개쑥갓의 국내 분포현황 및 발아특성에 따른 방제약제가 제시돼 농업인들의 시름을 덜 수 있는 방안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우리가 그동안 간과했던 제주 서귀포지역 분화구인 ‘하논습지’를 이용한 6만평의 논경작지가 소개돼 관심을 모았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쌀은 국내산(제주산)으로 표기돼 20kg에 5만원씩 제주 일부지역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또 이 지역 습지에는 51과 112종의 식물과 24종의 외래잡초가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하지만 2012년 세계자연보존총회에서 ‘하논 분화구 복원 및 보전’이라는 법안에 의해 복원작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 소개되면서 참석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제주 ‘하논습지’는 농업사적 가치를 인정해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더 의의가 높다는 의견이 학회 참석자들의 공통된 주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