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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추 기계수확 성공을 위한 필수조건

[유나리 농촌진흥청 농업 연구사]

낮은 기계화율, 형태적 특성과 한국기후 연관
현실 극복 위해 품종·기계·재배·포장관리 조화

미국과 중국의 광활한 고추밭에서 펼쳐지는 기계수확 현장을 본 적 있는가? 드넓은 들판을 가로지르며 정교하게 고추를 수확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처럼 선진 농업 국가들이 기계화를 통해 생산효율을 극대화하는 동안, 우리나라 고추 기계화율은 48.9%로 고구마(76.2%), 양파(68.9%) 등 다른 밭작물(평균 67.0%)에 비해 크게 뒤처진 상황이다.


이러한 낮은 기계화율은 고추의 형태적 특성과 한국의 기후 특성에 기인한다. 고추는 열매가 작고, 잎이 혼재되어 있으며, 익는 시기가 불균일하다. 또한 줄기와 열매가 단단하지 않아 농기계로 수확하면 손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 고추 수확 시기에 발생하는 장마와 태풍은 기계 접근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품종·기계·재배의 조화가 필요하다. 기계수확에 최적화된 품종, 고추를 손상 없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확할 수 있는 기계, 기계가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재배법과 포장 관리의 표준화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고추 기계수확에 적합한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최초의 기계수확형 품종 ‘생력211’, ‘생력213’ 등을 2003년에 출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품종은 병 저항성이 없고 건조 시 껍질이 쭈글거리는 문제로 보급이 저조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교배 세대단축 기술(MABC)을 활용해 ‘생력211’ 등에 병 저항성을 도입하는 품종 개량 연구를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


고추 기계수확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단순히 병 저항성을 넘어, 기계 작업에 최적화된 품종 특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첫 번째로는 열매가 비슷한 시기에 열리고 성숙해 동시 수확이 가능한 품종이다. 이는 미숙과나 과숙과로 인한 손실 최소화가 중요한 목표이다.


두 번째로는 강한 줄기와 뿌리를 지녀 지주와 유인줄을 최소화할 수 있는 품종이다. 지주와 유인줄 설치는 상당한 노동력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기계의 원활한 이동과 수확 작업 효율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이미 기계수확이 활발한 중국의 신강과 미국의 뉴멕시코주 등은 기후가 건조하여 지주 없이 고추를 재배하고 있다.


세 번째로는 조기 수확이 가능한 조생종 품종이다. 장마와 태풍 이후, 병 발생이 급증하는 시기를 피하는 것은 재배 안정성과 기계 접근율을 상승시키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식물체로부터 열매가 잘 분리되는 품종이 필요하다. 기계수확 시 식물체로부터 열매가 잘 떨어지지 않으면 효율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수확 이후 수작업을 통한 꼭지 제거에 많은 노동력과 시간이 들게 된다. 분리성이 우수한 품종은 기계수확의 정밀도를 극대화하고, 수확 후 처리 과정의 효율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켜 고추 기계수확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기계수확 적합 품종이 개발된다고 해도, 이것만으로는 고추 기계수확 시스템이 농업 현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는 어렵다. 품종 개발과 동시에 고성능 수확 기계의 보급과 기계에 최적화된 재배법도 확립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2017년 시작기 형태의 고추 수확 기계가 개발되었고 그에 따른 재배양식도 개발된 바 있으나, 기계의 성능 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 그리고 그에 맞는 새로운 재배양식 연구가 필요하다.


나아가 정부의 적극적인 기계 보급 정책과 더불어 대규모 경지 정리, 포장 평탄화와 같은 농업 생산 기반의 개선 또한 반드시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