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꿀벌 생태계의 안정적인 조성을 위해서는 최소한 30만ha 이상의 밀원수 면적을 확보해야 한다. 최근 산림청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밀원수림의 면적은 임상도를 기준으로 15만3381ha로 집계된다. 지금 추세로 밀원을 늘린다면, 약 40년 후에야 30만ha의 밀원을 확보하게 된다.”( 「벌의 위기와 보호정책 제안」,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안동대학교 산학협력단, 2023. 5). 지금 우리나라 꿀벌산업의 미래를 압축한 표현이다. 한마디로 지금의 상황과 정부의 정책으로 볼 때, 꿀벌산업의 미래는 밝지 않다.
단순하게 말하면 꿀벌들에게 지금보다 2배 정도 규모의 먹거리 제공 기반, 즉 밀원면적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어렵지 않겠는가하는 결론의 다른 표현으로 읽힌다. 밀원확충을 강조하고 있지만 지난 5년 동안의 조성결과는 2만ha에도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산림청에서는 우리나라 전체 밀원면적이 1970~1980년대 47만8000ha에서 2020년 14만6000ha로 감소하였는데, 이를 2026년까지 16만4000ha로 확대하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정책 시행의 현실적 결과는 이와 크게 다르다. 이 상황을 사람에게 비유해 보면, 국가 존립을 위해 적어도 일정한 인구 수가 유지되어야 하는데 이들이 먹고 살 수 있는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농지는 그것의 1/2수준 이하라는 것이다.
꿀벌들의 생육에 필요한 밀원면적의 감소는 자연스럽게 봉군밀도를 높게 한다. 한국의 그것을 보면 21.79(봉군/㎢)로 2위인 알바니아(13.69)보다 훨씬 높으며, 중국(0.987)이나 미국(0.27)과는 비교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그런데 고밀도의 관리양봉은 꿀벌의 먹이 부족, 면역력 약화와 질병에 대한 저항력 저위, 나아가 양봉농가간 분쟁의 소지를 높일 수밖에 없게 된다. “농식품부는 1㏊ 밀원 내 적정 봉군수는 7.4봉군 정도로 판단하고 있다. 전체로 보면 약 140~160만 봉군 정도다”라고 보도하고 있다(쿠키뉴스, 2024. 8.19). 하지만 우리의 양봉규모는 이미 약 260만군이다.
독특한 한국 양봉생산에서 특징적인 현상, 고정과 이동양봉이 병존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밀원이 지역적으로 편중되었다는 점과 아울러 어느 한 지역에서만 양봉을 하기에 상대적으로 밀원규모가 작다는 점,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개원시기에 맞춰 이동할 수 밖에 없다는 점 등과 결부되어 나타난 현실적인 경영행태가 아닌가 여겨진다. 2023년 현재 고정양봉 농가의 비중이 77.6%인데 반해, 군수의 비중은 66.8%이다. 이동양봉 농가의 비중은 전체의 22.7%이지만, 전체 군수에서의 비중은 33.2%이다. 따라서 양봉농가 당 규모가 고정양봉은 87군, 이동양봉은 164군으로 이동양봉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일반화된 이러한 이동양봉은 몇 가지 면에서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먼저 밀원과 밀원수를 보유하고 있는 해당 지자체별로 자신들이 조성한 밀원의 수혜를 외부 양봉농가에 계속 허용할 수 있겠는가의 문제이다. 동시에 해당 지역내 고정양봉인들이 이를 쉽게 수용할 수 있겠는가이다. 근년 각 지자체에서 양봉산업을 지원하면서 대두되는 어려움이다. 이동양봉에 따른 질병의 확산문제도 검토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벌들은 반경 10km 이상을 비행하게 된다. 따라서 이동벌과 고정벌이 교류할 수 밖에 없는데 이 때 질병의 이전을 막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 양봉산업의 또 다른 특징은 성장정체와 소규모경영으로 표현된다. 물론 이러한 특징이 미래 양봉산업에 부정적으로만 작용한다고 할 수는 없다. 양봉농가수는 2019년 2만9000호를 기점으로 이후 줄어들어 ‘23년 현재 약 2만6600호이다. 총 사육군수 역시 같은 기간 274만군에서 260만군으로 약 14만군이 감소하였다. 양봉농가 가구당 사육군수도 소규모이다. 우리나라의 지리적, 지역적 특성과 결부된 것으로 보이는데 호당 양봉규모가 100군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재래종의 경우는 가구당 사육군수가 더 작아 호당 34군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개량종이 월등하게 많으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개량종만을 살펴본 호당 사육군수가 2023년 106군에 불과하다. 100군 이하, 즉 소규모 농가의 비중이 전체의 65.3%를 차지하고 있다. 300군 이상의 농가는 전체의 7~8% 수준으로 작다. 어떠한 적극적인 지원과 육성정책이 따르지 않는 한 이러한 계속적인 감소 내지는 정체상황을 성장의 모습으로 되돌리기는 어렵다.
어려움 속에서도 농촌진흥청에서는 우리나라에 적합한 우수한 벌을 육종,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그동안 국립농업과학원에서 열악한 여건 아래에서도 6개의 보급품종을 개발하여 공급하였다. 문제는 개발된 품종에 대한 양봉농가들의 반응과 연구개발의 지속성 여부에 대한 불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현재 양농농가들간에 거래되는 여왕벌의 대부분은 농업인들 스스로 밀수 내지는 선발육종을 통해 만든 것들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촌진흥청에서는 「꿀벌 우수품종 지정 및 공급요령」(농촌진흥청고시, 제2023-34호, 2023)과 「국립농업과학원 꿀벌 위도격리 육종장 운영에 관한 규정」에 의거하여 질병 저항성과 수밀력이 강한 꿀벌 우수품종의 육성과 보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꿀벌위도격리육종장을 건설하고 하위 조직으로 5개 지자체 증식장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완전한 준비와 가동이 미흡한 상황이다.
한편 국가적 차원에서 우수 꿀벌의 육종과 개발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전문인력의 확보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육종장과 증식장 등에서 활약해야 하는 전문인력이 많지 않음은 물론 이들이 해당 업에서 지속적으로 일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들 전문가들에 대한 처우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단기 근무후 자리를 이동하는 경우가 불가피하고, 결국 전문가의 지속적인 육종과 개발 사업 참여는 기대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당장 개선해야 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는 양봉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와 관련된 사양벌집꿀(사양벌꿀)에 관련된 논쟁의 정리이다. 꿀벌을 설탕으로 사양한 후 채취한 벌집꿀(벌꿀)을 국가 「식품공전」에서 인정하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2022년에 발표한 정부의 「양봉산업 육성 및 지원 5개년 종합계획」에서도 사양꿀을 인정하고 목표치를 제시하고 있다. 즉 양봉산업 5개년 육성계획 내에 사양꿀이 생산량을 현재 2만 톤에서 8만 톤으로 증대하겠다고 목표치를 제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UN, CODEX(STANDARD FOR HONEY CXS 12-19811) 꿀의 규정, 미국 FDA, Standard of Identity for honey 에서도 설탕을 먹인 꿀을 꿀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한 연구조사에 의하면 사양꿀/농축꿀에 관련하여 69.2%의 응답 종봉인들은 국제 규정을 따라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고, 관련 공무원 70.0%는 국제 규정에 맞도록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스스로 양봉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소비자의 선호를 국내산이 아닌 수입산으로 돌릴 수 있는 규정이 아닌가 여겨진다.
정부는 「양봉산업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법률 제19709호, 2023. 9. 14)에 기반하여 매 5년마다 「양봉산업육성 및 지원 5개년 종합계획」(농림축산식품부, 2022. 6)을 수립하고 있다. 2026년까지 농가소득 5천만원, 산업규모 1조원에 어느 정도 다다랐는지 알 수는 없다. 매년 반복되는 월동꿀벌피해(2021/‘22, 피해군수 40만군, 비율 17.2%), 낭충봉하부패병 피해(2020/21, 평균 약 3,200군) 등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진부하다. 이제는 현재의 질곡을 헤쳐나가 우리 양봉산업의 점진적 성장, 지속성을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무얼 해야 할 것인가.
반복되는 말이지만 기후변화와 오염방지는 비단 양봉산업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중언부언으로 보여 재론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독성농약의 사용금지와 저독성, 생물 농약등의 개발과 사용 역시 꿀벌만이 아닌 사람과 자연생태 보호차원에서 긴급하다는 주장 역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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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산업이 육성차원에서 볼 때 가장 시급한 것은 밀원의 확보가 아닌가 여겨진다. 일단 일정 규모의 양봉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밀원면적과 밀원수에 대한 명확한 추산, 그 결과의 활용이 필요하다. 그런 연후에야 육종과 개발, 질병방지 등의 정책적 지원이 의미를 갖게 된다. 당장 꿀벌이 살 수 있는 식량고를 확보하라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가 연구개발시스템의 정립과 체계적 사업추진이 긴요하다.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 추진되는 우수 꿀벌의 육종과 개발, 공급체계를 정립, 활용하여 양봉농가들이 원하는 질병 저항성과 수밀력이 강한 우수꿀벌 품종을 공급해 줘야 한다. 동시에 양봉농가 차원에서 필요로 하는 시설현대화와 관련 장비지원, 질병예방과 치료 등에 관련된 정책적 지원을 마련, 시행해야 한다.
정부가 지향하는 양봉산업의 규모 1조원의 6.6배가 관리 벌의 화분매개가치라는 공익적 기능의 가치가 중요하다. 농산물의 생산과 사람의 생존에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직접지불제와 자조금제도 등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언젠가는 이동양봉과 사양벌집꿀(사양벌꿀), 강제 농축꿀, 밀수, 수입양봉산물에 대한 규정 등에 대한 검토와 토론 등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부와 양봉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관리양봉산업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우리 양봉산업의 미래가 밝아지고 지속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관계기관과 양봉, 종봉인들, 관련조직과 단체들의 발전적 토론과 협력을 주문한다.
小谷 강창용 소장(더클라우드팜, 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