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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계를 공략할 한국의 골든씨드 만든다

[인터뷰] 류경오 아시아종묘 대표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개최한 ‘제1회 케이푸드 플러스(K-Food+) 수출탑 시상식’에서 아시아종묘가 우수상에 호명됐다. 육백만불대 수출을 인정받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코스닥 상장 기업인 아시아종묘는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려 종자 수출로 뼈대가 굵은 강소기업이다. 코로나 여파와 러·우 전쟁 등으로 혼란스러운 국제정세와 전 세계적인 불경기 속에서도 해외 진출을 늘려가고 있다. 


류경오 아시아종묘 대표이사는 “고생한 직원들에게 연말선물이 되어 기쁘다”며 “실제로는 올해 칠백만불대를 넘어섰고 머지않아 천만불대를 달성하면 가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법인 전환 이후 올해 매출 9월 기준 264억원, 국내 종자기업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아시아종묘의 오늘을 만든 저력은 끊임없는 R&D이다. 현재도 전 직원 200여명 중 절반이 넘는 인원이 R&D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종자산업은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가는 사업으로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10년, 20년 끊임없이 달려가야 간신히 품종 하나가 나와요. 미래를 위해 공을 들여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만들어가야 하는데 쉽게 들어왔다가 쉽게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면 늘 안타까워요.”


건국대 졸업 후 서울종묘에 입사하며 종자 영업을 시작한 류 대표는 30년간 종자맨으로 달려오며 꿈을 현실로 만들어왔다. IMF 때 국내 대형 종자기업이 외국 자본에 넘어가는 것에 가슴을 치며 아시아종묘라는 작은 씨앗을 심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 밖으로 눈을 돌려 수출기업의 기반을 다졌다. 


그는 종자분야의 한정된 인력이 시류에 휩쓸리며 능력을 꽃피우지 못하는 것을 가장 아쉬워한다. 2011년 이천 생명공학연구소, 2016년 김제 육종연구소를 차례로 설립하며 본격적인 품종 개발에 나섰다. 종자는 조직을 갖추고 제대로 된 시스템을 운영하며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미래 지향적인 산업이기에, 긴 준비 끝에 2018년 코스닥 기업에 입성했다. 경기 하남시에 도시농업백화점 채가원을 오픈해 씨앗부터 다양한 텃밭용품, 농자재, IoT 식물관리용품까지 도시농업의 모든 것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국산 품종 점유 확대하며 해외시장 개척

 
류 대표는 “국내외 종자산업이 전반적인 위기 상황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과감히 신품종을 개발하고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단언했다. 지금 서두르지 않으면 활황 시장이 열렸을 때 얻을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아시이종묘는 일본 미니 단호박으로 회사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그것에 그치지 않았기에 수출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단호박만 연구하는  전문연구원을 둬 ‘미니강 1호’ 등 국내 품종을 만들어냈고 현재는 국내 시장을 늘리며 일본으로도 역수출하고 있다. 


R&D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양배추에 도전할 수 있었다. 아예 수출품종으로 키운 양배추 종자는 골든씨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전성기를 맞이해 동남아 시장은 물론 유럽, 아프리카, 미주에서 각광받고 있다. 현재 아시아종묘 해외 수출의 2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고, 일본 회사를 비롯한 종자 전문 대기업들이 수입을 시작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종묘는 토마토와 양파 신품종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하는 작물이면서, 국내 시장은 일본 품종의 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도전해 볼 만하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 국외 품종을 물리치기가 더 어려운 것이 한국 종자시장의 특성이기도 하다. 그래서 해외 시장을 먼저 노크한다는 역발상을 시작했다. 중앙아시아, 유럽 시장을 파고들면서 국내 매출도 꾸준히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최근 아시아종묘는 일본 품종이 대거 점유하고 있던 청경채 종자 시장에서 국산 품종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경기도 이천을 새로운 근거지로 삼아 1등품 청경채 종자로 올라섰다. “예전에 100kg 팔던 종자를 올해 1톤 이상 완판했고 내년엔 6톤을 예상하고 있어요. 이럴 때 종자회사는 제일 행복합니다.”


또한, 아시아종묘가 꾸준히 관심을 두고 연구해온 분야가 기능성 품종이다. 
“세계 종자시장의 변화 중 하나가 소량 고부가가치의 종자의 확대입니다. 예전에는 농가의 선택을 받을 수 있고, 유통인이 좋아할 만한 작물 품종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면 지금은 기능성을 극대화 해 바이오 제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종자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스마트팜에서 재배하는 초극조생 품종이나 아열대화 되고 있는 국내 기후변화에 대비한 품종 등도 눈여겨보며 준비하고 있다.

 

“채종과 종자 생산 불안정성, 종자산업의 장애물”


올해 아시아종묘의 매출에서 수출 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38%이다. 가급적이면 글로벌 종자를 키워 해외 매출 비중을 높인다는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베트남과 인도 현지법인이 실질적인 시장 개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향후 해외 거점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중동, 아프리카, 중앙아시아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요르단을 후보로 점검하고 있다. 


“최근 우리 베트남과 인도 법인에서 시범포를 운영하여 마치 박람회 부스와 같이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이끌어 냈어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며 수출을 늘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국내 종자의 채종포도 정부가 나서서 해외에 쓸 수 있는 부지를 조성해 주는 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류 대표는 많은 종자기업이 의존하는 중국 채종에 규제가 늘고 있는 현실을 알리며, 종자 생산의 불안정성이 국내 종자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염려했다. 


“매출 신장 그래프의 가파른 상승 곡선이 아쉽지만, 아시아종묘는 내년을 도전의 해로 정하고 직원들이 각자 맡은 사업과 연구에 온 힘을 쏟는 해로 정했습니다. 쉼 없이 달려왔기에 가속을 붙이며 또 한 번의 수출 성장에 날개를 달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