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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순 칼럼

함께 풀어야 할 난제들…

궁금증·호기심, 불만·열정으로 표출
난제, 산·농·정 합심으로 풀어야

 

지난달 31일 작물보호제 분야에서의 오랜 근무 경험 덕분에 근교 채소재배농업인 60여명을 만날 기회를 갖게 됐다. 전직(前職)이라며 고사했지만, 그간의 적지 않은 강의 이력을 내세운 의뢰여서 수용하기로 했다.


농업 및 먹거리 여건이나 안전성, 올바른 사용방법 등 과학적 인식제고와 안전사용을 통한 우수농산물 생산에 중점을 둔 교육에 향학열이 더해져 열기는 한껏 고조되어 갔고 영농경험이 풍부한 수강농업인 각자의 호기심과 궁금증은 불만으로 포장되어 열정으로 표출됐다. 강도와 횟수 역시 전과는 달리 강하고 많았다.

 
특정 ㄷ사의 살균제인 ㅂ수화제 포장지에 표기된 생장조정 효과에 대한 이해불가를 문제 삼아 해명을 요구했고, ㄱ사의 생장조정제인 ㄷ액상수화제의 살포 후 시들음 증상이 약효과정에 나타날 수 있는 일시적 증상인지 아니면 단순 약해인지 여부를 물었다. PLS(농약 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의 잔류허용기준(MRL) 미설정 품목에 대한 0.01ppm 일괄 적용에 대한 비현실적 문제를 제기했고, 정량 살포시의 약효 저하로 인한 시험의 문제점은 없는지, 오래된 저항성 약제들의 판매 금지 요구 등에 대한 나름의 사정을 들어 궁금증을 해소하려 했다. 표현이 다소 거칠고 콘텐츠에 비과학적 측면이 없지 않다 하더라도 이날 수강생들의 제반 요구와 질타(叱咤)는 영농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현실적 불편함과 불만 그 자체였기에 가벼이 여길 수 없었다. 


특히 PLS제도 전격 시행이 돌발하는 병해충 방제 측면에서 농업인에 너무 가혹하며 불리하고, MRL 미설정 품목에 대한 0.01ppm 일괄 적용은 책임을 농업인에만 떠넘기는 탁상행정이라 목소리를 높이는 대목에선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PLS제도 시행의 상당시간이 지났고, 제도에 대한 다소의 오해가 있다 하더라도 줄곧 영농행위를 지켜보며 성장한 필자로선 현실적으로 공감이 되는 지점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궁금증·호기심, 불만·열정으로 표출


먼저 제품에 관한 문의는, 등록되지 않은 작물에 대한 특정 약효를 얻기 위해 오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해소하려는 질의로서 사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다만 현행 PLS의 0.01ppm 기준을 시험을 통한 낮은 잔류허용기준 설정으로 이해하며 불공정하다는 취지의 질의 앞에서는 간단한 답변을 앞세울 수 없었다. 그저 오인(誤認)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개정 전 Codex기준과 유사농산물 기준, 0.05ppm 기준 적용의 모순을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오해라고 해야 할지... 답변에 앞서 혹여 PLS제도 시행의 조급함은 없었는지, 영농현장에 대한 막연한 이해와 등록농약 부족으로 인한 일선 농업인의 불편을 안이하게 판단한 측면은 없었는지에 대한 순간의 반추로 사실관계로만 질의를 반려할 수 없었다. 


0.01ppm기준치를 기본적으로 사용 또는 단속을 위한 허용기준이라기 보다 사용등록 또는 잔류허용기준 설정 농약 이외에는 즉, 해당 작물에 등록되지 않은 성분은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마지노선 내지 가이드라인으로 이해해 달라는 설명으로 갈음했다. 그것이 오히려 농업인의 피해를 예방하고 효율적 영농자재의 지속가능한 사용을 담보하는 길임을 부연했지만 온전히 납득했는지 여부는 장담키 어렵다. 


정량사용 시 약효저하 문제를 지적하는 대목에선 대립으로 비춰질까 우려스러운 상황까지 연출되기도 했다. 정량 살포 시 효과가 없고 2-3배 증량해야만 효과가 조금 나타난다는 살포경험(?)을 앞세워 막무가내다. 몇 번의 해명과 반론이 오갔다. 등록을 위한 기본 방제가 확보나 일체의 표준적 상황에서 시험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일선 농업인들의 끊임없는 단순 약효 저하 문제는 아쉽게도 사용법 미준수나 미숙에 기인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연용으로 인한 특정 약제의 일부 저항성 문제를 제외하면 말이다. 간과해선 안 되는 저변 인식도 문제다. 일단 약량을 높이면 효과가 좋을 것이라는 비과학적 인식과 완전한 방제 효과를 기대하는 살포자의 심리가 그렇다. 다소의 효과 차이가 있다하더라도 물리적 경제적 피해를 감수할 만큼의 유의미한 효과가 아니라는 것이 시험 결과다. 


오래된 약제는 판매하지 말아야 한다는 요구도 막무가내이거나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일상의 재화(財貨)는 시장원리에 따라 자연스러운 도태와 출현을 반복하며 결국 소비자 선택으로 운명이 결정된다. 설사 약제가 오래되고 일부 저항성 문제가 있다하더라도 수 십 년 전의 등록약제가 엄연히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교호살포를 통한 보완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견이 클 수밖에 없으며 일반화 하기는 더더욱 쉽지 않은 문제다. 저항성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등록기관에서 용역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좋은 방안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난제, 산·농·정 합심으로 풀어야


그렇다 하더라도 산업계에서는 이 같은 과학적 사실을 모두 이해하기 어려운 농업인의 요구를 그때그때 한 건 한 건 방식(Case by Case)으로 해명하거나 물리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기업윤리 차원에서도 옳지 않다고 본다. 무엇보다 산업의 존재이유가 영농행위 당사자인 농업인과 농산물 소비자 즉, 국민이기 때문이다. 세 사람이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 진다는 삼인성호(三人成虎)의 위세와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고 겸허하고 솔직한 자세로 고객을 예우해야 한다. 등록사항이나 약효 저하, 저항성, 가격 등 농약 제반에 대한 일선의 사소한 불평과 불만이, 의견이나 삼삼오오 차원을 넘어 여론이나 집단으로 형성된다면 단순 사용문제를 넘어 해당 제품사(社)는 물론이고 농약에 대한 근본적 인식과 이미지 문제로의 비화(飛火)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산업계 및 시험기관에서는 시험과정에서 혹여 좀 더 세밀히 챙겨봐야 할 부분은 없는지, 저항성 해소나 더 큰 사용자 편익(便益) 방안이 있다면 대내외 판촉활동 시는 물론 만반의 기회를 통해 충분히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소한 민원이 연발하지 않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사용자인 농업인 역시 경험이나 풍문에 의한 사용, 목전의 가시적 효과에만 집착함으로써 표준사용법을 불신하거나 오·남용을 일상화 하는 잘못된 사용문화가 형성되지 않도록 사용법 준수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농업인 및 소비자를 위하는 대의와 명분만을 앞세우기보다 제도시행의 가장 민감 대상인 농업인의 제반 사정을 살피는데 진중한 노력을 다해야 하며 혹여 대소의 소홀함이 없었는지에 대한 고려가 있었으면 한다. 대의와 명분이 아무리 좋다 한 들 결과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래 농작물 보호의 목표는 화학적·생물적·물리적방제가 어우러진 과학적 종합방제가 되어야 할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사정이 무엇이든 현재의 농작물 보호 주체는 농약에 의한 ‘화학적 방제’라 할 수 있다. 개발단계에서의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제2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용과정에서의 세심한 주의 또한 개발단계 안전성 못지않게 중요하다. 정부는 물론 산업계와 농업인이 합심 노력하여 작금의 난제(難題)를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