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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시판농약…‘수술대’에 올리자”

국내 농약시장을 반분하고 있는 시판농약의 유통행태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작물보호제판매조합이나 회원제 도매법인, 그리고 작물보호제유통협회의 환골탈태 없이는 시판농약의 유통질서를 바로잡을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는 징후로 읽힌다.


현재 (사)작물보호제유통협회(회장 신원택, 이하 유통협회)의 회원사인 3000여 시판상인 중에는 다시금 1300여 시판상인들이 관할지역 작물보호제판매조합(이하 농판)의 조합원이나 회원제 도매법인(이하 법인체)의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 3000여 시판상인들이 취급하는 ‘시판농약’은 국내 1조5000여억 원 상당의 농약시장을 ‘농협농약’과 더불어 반분하고 있다. 이 같은 ‘시판농약’은 또 농판과 법인체에 속해 있는 1300여 시판상인이 70% 상당을 유통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판농약의 문제가 바로 여기서부터 야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농판과 법인체, 그리고 유통협회를 포함한 이들 세 그룹은 “과연 시판상인을 위한 조직이며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느냐”는 물음을 낳았고, 이는 곧 “시판농약의 유통체계를 대수술해야 한다”는 움직임을 불러오고 있다.


우선 법인체 대표와 농판 이사장의 친목모임인 ‘전국농회’와 ‘유통협회’는 아직도 농약제조회사들과 의기투합해 골프접대 및 고급식사대접 또는 해외여행을 다니며 ‘자신들만의 리그’를 치르느라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소속 시판상인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볼멘소리를 야기하고 있다. 비근한 예로 유통협회 집행간부들은 지난 6~8일 사흘간 제주 베스트웨스턴호텔에서‘ 2017년도 제2차 정기이사회’를 개최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S농약회사는 ‘같은 기간 같은 호텔’에서 지점장회의를 가졌다. 특히 이들 소속 참가자들은 두 번의 골프회동과 바다낚시, 관광도 동일한 스케줄로 소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공교롭다’는 말로 에두를 수는 없어 보인다.


그런가하면 F농약회사와 전국농회는 지난 20~21일 이틀간 경기도 ‘곤지암리조트’에서 ‘마켓리더 초청행사’를 가졌다. 표면적으로는 ‘마켓리더 초청’이라지만, 전국농회 회원들을 초청한 골프접대가 목적이었다. 물론 F농약회사 대표이사의 ‘명강의’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그렇다고 ‘마켓리더’라는 허울을 씌워 은폐하기엔 한계가 있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전국농회 회장단은 지난 18일 ‘전국농회 모임 안내’ 공문을 통해 이번 모임을 회원들에게 공지했다. 덧붙여 이번 행사는 전국농회 회원들 중에서 9명이 참석해 첫날 골프모임 후 2명이 먼저 자리를 떴으며, 나머지 7명은 행사주관 F농약회사 임원들과 1박을 한 뒤 다음날 아침 예정된 골프 라운딩은 갖지 못하고 가벼운 산책만으로 모임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두 가지 사례가 말해주듯, 아직도 유통협회 집행간부와 전국농회 회원들은 농약회사를 불러내거나 농약회사들의 요구로 부당한 접대를 받고 있다. 상호간의 필요에 의해 오랫동안 이어져온 ‘관행’이라고 하더라도 이제는 그만해야할 때도 됐으며, 어떤 명분을 붙이더라도 ‘나쁜 행위’라는 것이 농약업계에 흐르는 분명한 기류다. 특히 이들 세 그룹과 농약회사 간의 접대행위는 3000여 시판상인들에게 아무런 실익이 돌아가지 않을 뿐더러 농약회사가 이들 세 그룹 간부들에게 지출하는 접대비용은 당연히 농약가격에 녹아든다고 보면, 시판상인의 판매마진이나 농민들의 농약구매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런가하면 유통협회의 ‘중심품목’을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가령 유통협회 중심품목의 특정제품이 기대 이상의 매출액을 올리면 유통협회는 해당 농약회사에 협회 집행간부들의 해외여행 경비를 부담하라는 등의 요구를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해당 농약회사 입장에서 보면 유통협회 전속품목이라서 농협에 판매하지 않을 뿐이지, 영업사원들이 전국의 시판상인들을 찾아다니며 자체영업을 통해 거양한 매출액이라는 입장이 강하다. 그 과정에서 유통협회나 지회장 또는 지부장들의 역할이 과연 해외여행 경비부담을 강요할 만큼 대단했었느냐는 반문이다. 반대로 시판전속품목을 농협에 납품하는 유통협회 집행간부들이 적잖다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소규모 시판상인들의 공분을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일부 법인체나 농판도 매한가지이며, 한발 더 나아가 특정 법인체의 경우 농약덤핑제품을 싼값에 현금구매한 뒤 주주회원 이외에 도매상인들에게 판매하는 등 유통질서를 문란하게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유통협회의 협회비 강제징수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가끔 지방출장 길에 만나는 다수의 시판상인들 중에는 이와 관련해 “농촌진흥청과 작물보호제유통협회는 매년 시판상인들의 농약유통교육을 의무화해 현장에서 교육이수자들에게 수료증을 교부하고 있다”며 “유통협회는 교육이수자(시판상인)에게 수료증 교부를 빌미로 협회비 납부를 강요하고 있다”는 강한 불만과 함께 “시판상인들 입장에서는 교육 수료증을 받아야 하니 회비를 안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순순히 내자니 제대로 하는 일도 없는 협회에 꼬박꼬박 회비를 뜯기고 있으니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전국의 수많은 시판상인들은 “힘들다”는 하소연을 입에 달고 산다. 이들을 회원 또는 조합원, 주주로 두고 있는 유통협회 집행간부나 농판 이사장, 법인체 대표들은 그와 반대로 농약제조회사들로부터 갖가지 혜택을 독점하고 있다. 몇몇 소신 있는 농판 이사장이나 법인체 대표 및 협회 집행간부를 제외하고는 소위 농약판매 시즌이나 비시즌을 가리지 않고 봄부터 가을까지 골프장을 누비기 다반사고, 겨울철엔 해외여행 기회를 잡기위해 농약회사 간부들과 ‘궁리’를 하는 행태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농약회사의 전직 영업본부장은 이들을 가리켜 “특권층”이라고 단언했다.


<차재선 객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