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시장에 새롭고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농기계제조업체들이 자사의 ‘중고농기계’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빠르게 농기계시장이 성장하던 20세기만 하더라도 신제품 농기계의 생산과 공급은 선진국 농기계회사들의 몫이었다. 중고농기계의 상당부분은 상대적으로 개발이 늦은 나라에 이전, 판매되었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세계 굴지의 농기계제조업체들이 자사 중고농기계의 인증프로그램을 도입하여 농기계시장의 판도가 변하고 있다.
세계 최대 농기계생산회사인 존디어(John Deere)는 자사 중고농기계에 대해 자체 품질인증 플랜(PowerGard Protection Plans)을 시행하고 있다. 구보다(Kubota) 역시 인증 중고 장비(Kubota Certified Used Equipment) 프로그램을, New Holland도 인증 중고 프로그램(Certified Pre-Owned Program, CPO)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감지된다. TYM이 ‘인증중고 존디어 트랙터 사업’을 시행한다고 발표하였다. 대동에서도 고객에게 보다 신속하고 전문적인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대동 서비스 전문점(Daedong Care Center, DCC)을 모집한다고 발표(’25.9.22)했다. 아직 이 조직과 중고농기계와의 연결점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중고농기계와의 연결점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농기계제조업체들이 중고농기계시장에 뛰어드는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표면적으로 제시한 것은, 첫째 자사 브랜드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둘째 재판매로부터 가치를 올릴 수 있다는, 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시각에서이다. 셋째 자사 농기계의 판매점과의 결속관계를 유지, 강화하고 마지막으로 고객들에게 보다 강력한 A/S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추가수익을 올리자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러한 농기계제조업체의 경영전략의 변화가 판매점(Dealer)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까. 물론 수익원의 추가는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최근 신제품 농기계 구입에 대한 농민들의 부담증가로 매출과 수익 증대가 예전과 같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고농기계의 취급은 수익 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고객과의 접점 확대와 지속은 장기적인 고객관리에도 유용할 것이다. 하지만 중고농기계 취급을 위한 추가적인 자원의 투입, 낮은 중고농기계의 회전율과 종합적 수익률 저하 등은 부담스러운 현실적 문제다. 자칫 제조업체만 배불리고 자신들은 오히려 경영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한편, 국가적 차원에서 이러한 현상은 최대한의 자원활용, 이산화탄소 배출 경감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억제의 효과, 농가경영비 절감과 신규 농업인 농업진입 용이성 증대 등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정부는 ‘농업기계화 5개년 계획’ 내 중고농기계시장의 활성화, 중고농기계의 수출과 해외지원사업으로의 활용도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농업기계화촉진법’내 중고농기계유통센터 설립과 지원을 공표하고 있다.
세계 중고농기계 시장은, 이유야 다양하지만, 성장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아울러 농기계제조업체들의 중고농기계시장 진출은 거세질 것이며, 동시에 자사 중고농기계취급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자사 신제품 판매시 타사 중고농기계의 취급도 목격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을 해야한다. 제조업체들의 중고농기계 취급 강화 행태가 오히려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 강화와 수익 강화, 환언하면 수요자 농민들의 선택권 침해와 결과적으로 초과비용 지불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존디어의 사례처럼 소비자의 수리권(Right to Repair)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우려의 대상이다. 서비스의 다양화와 독점화, 어떻게 건강한 균형과 조화를 이룰 것인가. 앞으로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