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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6주년 기획

밭농업 기계화로 한국농업을 구하라

=밭농업기계화율 제고 전략 모색=
① 밭농업 기계화를 둘러싼 농업·농촌 현실

 

 

농산물 수입개방에 대응한 경쟁력 제고를 위해 밭농업 기계화는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농업인 개별적인 농기계 구입 부담을 줄이기 위해 농기계임대사업이 도입됐다. 그럼에도 밭농업 기계화율은 아직 62% 정도에 그치고 있는 만큼 현실 분석과 적극적인 대응책이 요구된다. 본지 창간 6주년 기획으로 밭작물 기계화를 둘러싼 농업과 농촌의 현실, 제도와 정책을 조명해 본다. 밭농업 기계화가 잘 안되는 이유부터 꼼꼼히 짚은 ‘더 클라우팜 연구소’의 최근 연구보고 ‘밭농업기계화율 제고를 위한 농기계임대사업 운영 개선 방안’을 참조했다. <편집자 주> 

 

밭농업의 기계화는 궁극적으로 밭농업의 발전을 지향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밭농업이 안고 있는 문제에 비춰 봤을 때 기계화 여건이 상당히 불리하다. 


최근 3개년 우리나라 밭의 평균 면적은 약 74만8000ha이다. 경지 면적의 감소추세에도 밭 면적은 논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 농경지 가운데 논 비중이 밭보다 크지만 최근에 올수록 밭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일례로 2000년대 초반 밭의 비중이 38~39%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47%를 넘고 있다. 


우리의 농경지 면적은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0.9%씩 감소해 2020년 156만5000ha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절대면적의 감소는 대부분 논 면적의 감소에 기인한 것이다. 밭 면적은 오히려 증가했다. 

 

농경지 감소에 반해 밭 비중 늘었다
이와 같은 밭 면적의 증가와 함께 밭작물을 논에 재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주요 12개 밭작물(옥수수·콩·고구마·감자·무·배추·고추·마늘·대파·양파·참깨·들깨) 총 재배면적은 29만9200ha인데 논에 재배하는 면적이 3만4400ha로 11.5%를 차지하며 이는 5년 전의 10%보다 증가한 수치다. 


특히 논 재배 비중이 높은 품목은 마늘과 양파로 각각 35.2%, 33.9%이다. 다음으로 콩과 감자가 각각 18.3%, 11.2%를 논에서 재배한다. 가파른 성장은 아니겠지만 밭작물 논 이용은 재배의 용이함과 수익성으로 인해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 밭농업은 품목별 재배면적이 작고 지역별 집중이 약한 것이 기계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밭 기반정비가 미약해 기계화의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이번 연구보고에서는 현재 밭의 기반정비가 미약할 뿐 아니라 이를 수행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의지 역시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밭의 기반정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1994년 농어촌발전대책의 시행부터이다. 주된 목적은 밭작물 소득증대와 경쟁력 강화에 있었다. 그런데 밭 기반정비 사업에 대한 지원방식이 그동안의 농특회계(농어촌특별세관리특별회계)에서 2005년 지자체 중심의 균특회계(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2010년 광특회계(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포괄보조방식, 지특회계(2015~)로 변경되었고, 그러면서 사업추진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근채류 1품목당 재배면적 2410ha 그쳐  
우리나라 밭 재배작물은 매우 다양하며 작목별 재배면적은 작고 집단화돼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례로 근채류 하나만 놓고 볼 때 봄무, 고랭지무, 가을무, 총각무, 일반총각무, 겨울무, 기타무, 당근 등으로 구성돼 있다. 조사품목별로 보면 1품목당 재배면적은 약 2410ha에 불과하며 집단화된 재배면적도 매우 작다.  엽채류의 경우도 조사품목별로 보면 1품목당 4900ha이며 과채류는 2142ha이다. 


밭작물 재배농가호당 재배면적도 매우 작다, 주된 품목별 농가호당면적을 보면, 고랭지무가 호당 약 1ha로 가장 크며 나머지는 0.2ha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다. 건고추와 김장가을배추는 0.1ha이하로 영세한 규모다.[표1]

 


밭작물의 경우 다양한 품목이 전국적으로 산재돼 재배되고 있고, 호당 재배규모도 모두 1㏊ 이하이다 보니 가격이 비싼 농기계의 개별적 구입과 사용은 어렵다는 것이다. 주산지라고 일컬어지는 지역도 별다른 차이가 없다. 재배규모의 영세화와 분산화는 농업기계화에 역행하는 조건이며 앞으로 규모 증가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표2]

 

 

표준 재배양식 있어도 지역 방식 고수
한 품종의 재배방법이 동일하다면 그만큼 해당작업을 기계화하기가 용이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작물별·지역별로 재배양식의 차이까지 크다. 일례로 이랑의 폭을 보면 지역별로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논에 33.9%를 재배하는 양파의 경우에도 지역에 따라 120~300㎝로 다르다. 조간 거리 역시 무의 경우 20~70㎝로 범위가 넓으며 두둑 형상도 다양하다.[표3]

 


농촌진흥청에서 기계화 표준 재배양식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를 따르는 경우가 많지 않다. 농민들은 각기 자기 지역마다 고유의 재배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마늘의 경우 주산지 3지역의 재배방식이 모두 다르다. 표준화에 비교적 가까운 남해의 경우와도 차이가 적지 않다. 양파 역시 유사한 차이를 보인다. 그러다 보니 10a당 재식본수도 마늘과 양파 각각 최대와 최소 차이가 15.5%, 21.4%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오랫동안 정부의 노력과 권유에도 불구하고 전국 수준의 ‘재배표준화’가 어렵다는 것은 이제 현실로 인정해야 하며 농민들이 재배양식을 바꾸지 않는다고, 그래서 농업기계화가 안된다는 논리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농기계 공동사용으로 재배지 집단화 효과”
앞에서 언급했던 밭작물 품목별 재배농가호당 재배면적이 작은 것과 마찬가지로 농가의 경영규모도 작다. 주요 밭작물 경영규모별 농가의 비중을 보면 거의 모든 품목에서 0.3ha미만의 농가호수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밭농업 경영규모의 영세성은 농업기계화 측면의 낮은 구매력과 전업농 출현의 어려움으로, 일관화된 생산 이후 시스템 구축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결국 생산과 판매의 소규모화와 소득의 저위는 다시 농기계 구매의 저하와 기계화 지체라는 상황으로 귀결되며 순환하고 있다.[그림2]

 


따라서 밭농업의 기계화를 하고자 한다면 소규모, 다품목 가족 경영농이라는 현실을 전제하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번 연구보고의 언급이 설득력을 갖는다. 


동일 작물재배지의 집단화를 통한 경영규모 확대가 어려운 경우, 즉 소규모 농업경영을 전제하는 경우 농업기계화의 지름길은 ‘농기계를 같이 사용’하는 것이다. 사실 밭작물의 경우 현재의 경영규모에서 기계화의 경제성 성취는 어렵다.


정부에서 정식과 수확관련 농기계 구입 시 최소 확보면적을 제시하고 있다. 이 정도는 돼야 경제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재배지의 집단화는 아니어도 농기계의 공동사용으로부터 재배지의 집단화와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농업기계화는 그만큼 용이해질 것이다. 지금과 같은 공공기관에 의한 농기계임대와 다수 농민들의 사용은 그런 차원에서 합리적인 방법이다. 또한 밭농업 기계화와 병행돼야 할 것이 노동수급정책의 보완이라고 이번 연구보고는 밝히고 있다. 

 

외부 노동에 의존도가 매우 높은 밭농업
기계화 별도로 농촌 노동 수급 해결해야 

통상 농가의 입장에서 부족 노동력 대응방법은 먼저 자가노동력을 강화하고 동원한계를 넘는 경우 고용노동에 의존하거나 농기계사용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필요한 노동력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고, 기계화로 대응하기도 어려운 조건이다. 농민의 입장에서 노동력 부분의 개선은 중요한 과제가 됐다. 무엇보다 원활한 노동수급과 저렴한 노임이 관건이다. 


밭작물의 생산비에서 고용노동비용의 비중은 논벼에 비해 매우 높다. 논벼의 총생산비에서의 노동비 비중이 23.3%인데 반해 밭작물의 경우 이보다 2~3배가 높다. 고용노동에 대한 지불비용도 상대적으로 많다. 논벼의 노동비 중 고용노동비가 6.2%인데 반해, 다른 밭작물의 그것은 적게는 10.3%(고추)에서 높게는 43.4%(양파)에 이른다.


고추의 경우 노동비의 비중이 68.0%, 마늘 55.5%, 양파가 54.5%에 이른다. 고구마와 배추도 40%를 넘고 있다. 이는 기계화율이 낮고, 외부 노동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표4]

 


고용노동에 대한 의존도 심화와 농업생산비에서의 노동비용의 증가를 경영주들의 고령화, 기계화와 연관지어 볼 때, 농업인의 입장에서는 해당 농작물 생산작업을 혼자 감내하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저렴한 농기계를 이용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정책적 측면에서 검토해 보면, 농업기계화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농업인과 지역의 경우 외부 노동력에 의존하는 부분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단순한 농기계와 농기구 공급과 함께 농번기 대규모 인력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노동력 부족과 대응은 일견 농업기계화 문제로 보이지만 사실은 노동력 수급의 안정이라는 관점으로도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촌 노동의 수급과 정책의 문제로 풀어야 한다는 진단이다.

 

[그림3] 주요 밭작물 10a 당 소득 추이                                                                                       (단위: 원)

 

주요 밭작물 연간 소득 변동폭이 크다
밭농업의 수익성은 어떨까? 주요 밭작물의 소득을 보면, 단위면적당 소득이 논벼보다 많다. 전체적으로 농가 평균 경영규모가 0.5㏊ 이하이기 때문에 총소득은 크지 않지만 단위 면적당으로 보면 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


2017~2019년 평균 소득을 보면, 가장 소득이 높은 작목은 고추로 10a당 약 300만원이다. 반면 가장 낮은 콩은 약 56만원 수준이다. 


또한 주요 밭작물별 10a당 소득의 변화를 보면, 매년의 소득이 매우 불안정하다고 밝혔다. 이는 매년 해당 작물 판매가격의 변동이 상당히 심하다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콩·옥수수·감자를 제외하면 연간 소득 변동폭이 매우 크다. 연차 간 소득의 변동 폭이 30% 내외인 작물까지 있어 계획적인 경영이 어려운 현실이다. 소득의 저위와 불안정성 역시 농기계 구매의 저하와 기계화 지체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