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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농약전문위 ‘문턱’에 넘어진 과수원 ‘입제’ 등록

농진청은 농가 민원 감안 등록시험 허용
전문위는 해충 발생·피해 보완자료 요구
PLS시행 이후 농약업계 노력은 ‘물거품’
과수 재배농가 고충은 올봄에도 ‘~ING’


올봄에는 과수원 토양해충방제를 위한 ‘입제’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던 과수 재배농가들의 심기가 매우 불편해졌다. 사과·복숭아·자두 재배농가들은 올봄부터 PLS 시행 이전처럼 토양해충방제용 입제를 처리해 굼벵이와 같은 토양 월동해충의 밀도를 낮추려는 기대가 컸으나, 해당 제품의 ‘적용확대’ 등록신청이 지난 3월 농약전문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PLS 시행 이전 상당수의 과수 재배농가들은 매년 3월부터 5월 하순까지, 그리고 7월 하순 경에 2~3회 가량의 토양살충제(입제)를 과수원 토양에 처리해 월동해충의 밀도를 낮추는 방제력을 관행처럼 사용해 왔다. 그러나 PLS 시행 이후 과수에 등록된 토양살충제가 없다보니 과수원의 월동해충(굼벵이류)을 사전에 방제할 수 있는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과수 재배농가들은 지난 2년 동안 나방류의 밀도와 개체수가 많아져 방제(경엽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2020. 4. 25일자 3면 ‘과수원은 지금 입제가 필요하다’ 기사 참조]


그러다보니 과수 재배농가들은 지난해 국회와 농촌진흥청에 과수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토양살충제 등록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하고 나섰다.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권성동 의원(국민의힘, 강원 강릉시)은 지난해 농진청 국정감사에서 이러한 과수 재배농가들의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농진청도 이러한 과수 재배농가들의 민원을 수렴해 과수원 토양살충제 등록(적용확대) 방침을 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농진청은 이에 따라 농협케미컬에서 등록·판매 중인 ‘마샬(카보설판)’ 입제와 ‘스퍽(비펜트린)’ 입제의 과수원(사과·복숭아·자두) ‘적용확대’ 시험을 진행하도록 허가했다.


특히 농진청은 등록농약이 부족해 개발·보급이 시급한 점(‘농약 및 원제의 등록기준 별표 3-1-1-3’에 의거)을 고려해 원래는 1년에 한 포장씩 2년에 걸쳐 진행해야 하는 약효·약해시험을 ‘1년 내에 지역을 달리한 2포장 약해·약효시험’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등 과수 재배농가의 민원해소에 적극성을 보였다.


이경원 농진청 농자재산업과 사무관은 “PLS 시행 이후 과수원 토양살충제 등록요구가 많아져 농협케미컬의 품목변경등록시험을 허용했다”며 “다만 직권시험이 아니라서 시험설계에 관여하지 않아 지난 3월 전문위원회의 지적(보완)사항을 미리 정리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 사무관은 또 “그동안 과수원 입제 살포 및 시험·등록 사례가 없다보니 2년 전쯤 작물보호협회 설계심의 과정에서도 과수원 입제 살포 문제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었다”고 전제한 뒤 “지난해 국정감사 지적 이후 경북지역 사과 재배농가들에게 확인해본 결과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과거에는 농약 등록신청을 하는 농약회사에 대해 접근했다면, 이제는 실제 사용농가에게 편리하고 효과적인 농약이 등록될 수 있도록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립농업과학원 농산물안전성부가 주관하는 농약활성전문위원회는 지난 3월 기존 살충제 입제의 사과·복숭아·자두에 대한 적용확대(품목변경등록신청)를 보류시킨 뒤 ‘시험기관 해당 병해충 동정자료 제출 및 발생시기 포장 확인을 통한 발생정도 및 피해정도 확인이 필요’하다는 보완조치를 내렸다. 간략히 정리하면 이번 적용확대시험의 대상해충인 청동풍뎅이에 대한 보고논문 등의 사례가 없다는 것이 전문위원들의 주된 판단이었다. 따라서 해당 해충에 대한 동정이 제대로 된 것인지, 그리고 실제로 피해를 주는 것인지 등에 대해 소명하라는 조치였다.


하지만 토양해충분야 전문가인 경북대 이동운 교수는 다소 결이 다른 의미의 해석을 내놨다. 먼저 국내 과수 재배농가들이 오래 전부터 화학비료 사용량을 줄이는 대신 유기질비료 사용량을 늘리면서 굼벵이류의 밀도가 높아질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풍뎅이류는 성충이 식엽 활동을 하고, 유충인 굼벵이는 식물의 뿌리나 유기물을 섭식하는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자연림 주변의 과원이나 퇴비와 같은 유기물 시용이 많은 곳에서는 굼벵이의 밀도가 높아질 수 있는데 실제 퇴비나 유기물 집적이 높은 곳에서는 굼벵이의 발생이 많아 풍뎅이류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사례가 보편화 되지 않아 해충으로 간과하기 쉽지만, 추후 과수 재배농가들의 피해가 많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농협케미컬의 이번 적용확대 시험은 청동풍뎅이의 유충 동정법으로 진행됐으며, 국내에는 아직 청동풍뎅이 피해를 연구한 사례가 없으나 해외에는 피해사례가 보고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수원 토양해충분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확인한 여러 자료에 의하면, 우선 ‘풍뎅이는 과수 해충’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한국수목해충총목록’에는 청동풍뎅이 기주로 사과·복숭아·자두나무가 있으며, 농진청에서 발간한 ‘농업기술길잡이’ 과수병해충 책자에는 사과의 주요해충으로 왕풍뎅이를 꼽고 있다. 그리고 농림축산검역본부와 사과시험장에서 발간한 ‘수출 사과 병해충도감’에도 사과의 풍뎅이류 해충으로 왕풍뎅이를 비롯하여 참콩풍뎅이, 주황긴다리풍뎅이, 녹색콩풍뎅이, 꽃무지, 주둥무늬차색풍뎅이 등이 기재되어 있다. 또한 ‘수출 배 병해충도감’과 ‘농업기술길잡이’에도 큰검정풍뎅이를 비롯한 다수의 풍뎅이류가 배 과수원에서도 발견되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외에도 참다래의 주요해충에는 청동풍뎅이가 있으며, 블루베리에도 다양한 풍뎅이가 주요해충으로 분류되고 있고, ‘수출 단감 병해충 원색도감’에서도 주둥무늬차색풍뎅이와 참콩풍뎅이에 의한 단감 피해를 기술하고 있다.



‘경남지역 매실에 발생하는 주요해충의 발생소장(이흥수·정부근, 2011)’ 논문에서도 풍뎅이는 해충으로 분리하고 있으며, ‘주둥무늬차색풍뎅이의 기주식물과 기주선호도(이동운·추호렬 외, 1997)’에 대한 논문 역시 풍뎅이는 사과를 비롯한 주요과수를 가해한다고 지적했다.


농협케미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토양살충제(입제) 적용확대를 위한 약효·약해시험을 진행할 때 왕풍뎅이를 조사하려고 했으나, 당시 청동풍뎅이가 더욱 문제가 되어 청동풍뎅이로 시험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청동풍뎅이로 인한 과수 재배농가들의 피해가 많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청동풍뎅이류 피해사례는 해외자료에서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과수원의 굼벵이 피해사례를 연구한 논문(White grubs (Coleoptera: Scarabaeidae) on fruit crops: Emerging as pests of economic importance)에 의하면, 청동풍뎅이의 성충은 잡식성으로 엽에 피해를 주고, 굼벵이는 지하부 뿌리를 가해해 식물이 서서히 말라 죽거나 시들어 죽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 논문은 또 2015년부터 2018년까지 6개 지역의 사과를 포함한 망고, 포도, 석류, 복숭아, 자두에 대해 실제 피해사례를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굼벵이는 잡식성으로 과수원의 피해정도가 일반적으로 마이너하다고 보고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과수 작물의 15~40% 정도의 심각한 피해를 주는 원인이 되고 있으며, 그 굼벵이 종 또한 넓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해외 논문(WHITE GRUBS AND THEIR MANAGEMENT)에서도 “굼벵이는 과수 작물에서 문제가 되고 있으며, 그 피해가 심각하다”는 연구 결과를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풍뎅이의 과수 피해에 대한 국내외 연구자료와 피해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풍뎅이는 과수 작물의 뿌리와 잎, 심지어 과육에도 피해를 입히는 해충임에 틀림없다. 특히 국내 과수원 풍뎅이 밀도는 상당한 수준이라서 반드시 방제가 필요한 해충이라고 관련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토양해충분야의 한 전문가는 “모든 병해충은 토양에서 유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몇 년 전부터 살충제는 물론이고 살균제도 입제 등록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수원 토양살충제 처리는 겨우내 땅속에서 월동하다 깨어나는 각종 해충의 밀도를 낮출 수 있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아직 데이터화되지는 않았지만 토양살충제 처리를 통해 오뉴월 나방류 방제를 위한 경엽처리 횟수를 2~3회 정도는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케미컬의 한 관계자는 “카보설판 입제와 비펜트린 입제의 경우 잔류시험 결과에서 검출한계 미만으로 안전성에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과수 재배농가들의 민원해소를 위해 농진청과 협의 하에 적용확대(품목변경등록) 신청을 했으나 전문위원회에서 통과가 되지 않아 실제 사용시기가 4~5월임을 감안하면 허사가 되어 버렸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