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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만코제브’, EU ‘재등록 불가’ 조짐 심상찮다

스페인 등 EU에서 ‘암 유발 살균제’로 분류
WTO에 ‘재등록 불가’ 통보…10월경 판가름
EPA 등 일부국가는 WTO에 반대 의견 제출
우리나라도 EU 결과 주시…특별 검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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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센엠-45’·‘만코지’ 등 국내 300억 시장
제주 감귤·인삼주산지…“없어선 안 될 농약”
“싸고 효과적…대체제 마땅찮아” 농가 선호
“감귤농가 사용횟수 4회→7회 이내로 확대”



제주 감귤농가와 인삼 재배농가들은 중심으로 ‘없어선 안 될 농약’으로 불리는 ‘만코제브(Mancozeb)’가 대사산물인 ETU(Ethylenediurea) 위해성 문제로 유럽국가에서 ‘재등록 불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농약 안전성 관리기준이 EU의 기준을 따라가는 기조라서 자칫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내용은 이미 예견되고 있었다. 국내에서 상표명 ‘다이센엠-45’와 ‘만코지’ 등으로 유통되는 ‘만코제브’는 지난 1995년부터 공급물량 제한품목으로 묶어 놓았다. 다만 가격 대비 효과가 우수하고 농가 선호도가 높은데다 대체약제도 마땅치 않아 물량제한 이외엔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그러던 지난해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의 전면시행에 따라 제주 감귤농가의 경우 연간 사용횟수를 4회 이내로 제한시켰다. 하지만 제주 감귤농가들의 민원이 빗발치면서 농촌진흥청은 이달 말로 예정된 ‘농약안전성심의위원회’를 통해 사용횟수를 7회 이내로 확대하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산물 ETU 위해성…“8가지 유형 암 유발”
스페인의 ‘환경과 생태 뉴스(Noticias de Medio Ambientey Ecologia)’에 따르면 만코제브는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에틸렌디오우레아(ETU, Ethylenediurea)의 대사물질 중 하나로 실험동물의 선천적 결함과 암을 유발하는 살균제로 분류됐다. 또한 호르몬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며 생식에 유독할 뿐만 아니라 조류, 포유류, 곤충 및 토양 유기체에 대한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것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화학물질청(ECHA)의 위험평가위원회(RAC)는 만코제브의 대사산물(ETU)에 의해 유발된 뇌 기형의 심각성을 감안해 ‘생식 1B’(R1B) 물질로 분류했다.


EU의 3.6.4 지침 1107/2009, 부록II에 의하면 만코제브는 생식독성의 농약인 만큼 ‘더 이상의 이유가 필요하지 않는 금지 농약’이라고 못 박았다. 특히 PAN Europe의 Hans Muilerman은 “Mancozeb(만코제브)가 유럽식품안전위원회(EFSA)를 위협하고 있으며 유럽위원회는 농약에 대해 처리하는 데이터의 일부가 기밀이기 때문에 법원에 가져갈 수 있다”고 밝혔다.


스페인의 ‘환경과 생태 뉴스’는 특히 농약업계에 의존하지 않는 학술과학에 의해 수행된 많은 연구들이  만코제브를 다른 건강 위험과 연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볼로냐(Bolonia)의 유명한 Collegium Ramazzini의 경우 만코제브를 8가지 유형의 암을 유발하는 물질로 규정했으며, 또 다른 연구는 갑상선과 신경독성(파킨슨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연합의 야채, 동물, 음식 및 사료에 관한 상임위원회는 이에 따라 지난 3월23~24일 이틀간 Mancozeb의 사용을 계속 승인할지에 대한 평가를 거쳐 ‘재등록 불가’ 방침을 정했다.


UPL과 Indofil의 재등록 신청에 따라 평가 돌입
EU는 이에 앞서 2019년 1월 ‘UPL’과 ‘Indofil’의 재등록 신청에 따라 주관평가국가인 영국에서 재등록 여부를 검토해 왔다. 그러나 2019년 11월 블랙시트(Brexit)로 인해 주관평가국가가 영국에서 그리스로 변경됐으며, 이후 유럽식품안전위원회(EFSA) 산하 위원회에서 지난 3월 ‘재등록 불가’ 결정을 내리고 4월17일 WTO에 결과를 통보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재등록 불가 사유는 대사산물인 ETU의 위해성 때문이다. 생식독성 1B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내분비계 교란물질(EDs, Endocrine Disruptors)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WTO는 회원국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6개월 이내(2020년 10월로 예정)에 재등록 여부를 최종 승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페인 현지 언론에 의하면 몇몇 NGO들은 이와 관련해 “Mancozeb는 의심스러운 데이터를 기반으로 2006년 EU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하도록 승인됐다”고 전제한 뒤 “이 승인은 2016년에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에 의해 검토됐어야 했지만 더 이상 논의되지 않았다”며 “Mancozeb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누적된 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위원회와 EU 회원국들이 이를 금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등 EU 이외 국가는 ‘Corteva’에서 사업
반면 미국환경보호청(EPA) 등 일부국가에서 WTO에 ‘재등록 불가’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EU 이외의 국가는 ‘Corteva’에서 사업 중이며, 아직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다만 ‘Corteva’에서도 ‘만코제브 EDs 물질로 구분은 확실시 된다’는 의견이어서 향후 파급되는 영향은 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우리나라는 WTO의 의견수렴 단계에 대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PLS 전면시행 이후 4회 이내로 제한했던 만코제브 사용횟수를 7회 이내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달 중에 개최 예정인 농약안전성심의위원회에 ‘만코제브 사용횟수 확대’ 안건이 상정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공급물량 제한품목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만코제브는 얼마나 사용되고 있을까. 현재 만코제브는 원제량 기준 연간 1830톤의 공급제한 품목으로 묶여 있다. 회사별 제한물량(원제)을 보면 △경농 861톤 △팜한농 773톤 △농협케미컬 64톤 △선문그린사이언스 40톤 △신젠타 36톤 △동방아그로 20톤 △한국삼공 17톤 △성보화학 13톤 △기타 6톤 등 총 1830톤에 이른다.[표1] 이를 제품량 500g 수화제로 환산(금액은 농협계통 신청가 6000원 반영/추정치)하면 △경농 229만6000봉(137억8000만원) △팜한농 206만1000봉(123억7000만원) △농협케미컬 17만봉(10억2000만원) △선문그린사이언스 10만7000봉(6억4000만원) △신젠타 9만6000봉(5억8000만원 △동방아그로 5만3300봉(3억2000만원 △한국삼공 4만5300봉(2억7000만원) △성보화학 3만4000봉(2억원) △기타 1만6000봉(1억원) 등으로 총 487만8600봉(292억70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해의 경우 PLS 시행에 따른 감귤농가의 사용횟수 제한 등으로 인해 전년(2018년) 대비 제품 생산량과 출하량이 반토막 났다. 한국작물보호협회가 발간한 ‘2020년 농약연보’에 의하면 2018년 제품 생산량은 1731.4톤(269억원)이며, 출하량은 1416.6톤(219억460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2019년 제품 생산량(875톤-132억원)과 출하량(1102톤-165억원)은 크게 줄었다.


만코제브의 연도별 원제수입량(85% 함량 기준)은 △2016년 2026톤(1168만9000달러) △2017년 1818톤(1060만6000달러) △2018년 2028톤(1206만9000달러) △2019년 838.6톤(491만4000달러)으로 나타났다.[표2]



만코제브의 회사별 등록상황을 보면, ‘단제’의 경우 △경농 ‘다이센엠-45’ △팜한농 ‘다이센엠-45’ △한국삼공 ‘탄자비’ △농협케미컬 ‘아리만코지’ △동방아그로 ‘동방만코지’ △선문그린사이언스 ‘선문만코지’ 등이다. ‘합제’로는 △‘만코제브’와 ‘마이클로뷰타닐(Myclobutanil)’을 혼합한 경농의 ‘시스텐엠’과 △‘만코제브·메탈락실(Mtalaxyl)’혼합제인 ‘리도밀엠지’를 경농과 성보화학이 생산·판매하고 있으며, 선문그린사이언스(리도다다센)와 농협케미컬(아리메타실엠지)도 합류해 있다.[표3]



감귤 흑점병·인삼 점무늬병에 가장 많이 사용
우리나라에서 만코제브는 주로 감귤 검은점무늬병(흑점병)과 인삼 점무늬병, 그리고 사과 겹무늬썩음병 등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인삼주산지의 만코제브 사용량이 크게 늘고 있다. 전북 고창지역의 인삼재배농가들에 의하면 충남 금산지역의 농협 및 시판상을 통해 만코제브를 아주 싼 가격에 구매하고 있다. 본지 자체조사에 의하면 금산 인삼시장에서 거래되는 만코제브 가격은 조합원 환원사업 명목으로 최저 2800원까지 거래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는 제농, 세림, 금지게 등 7개 도매상(지역본부)에서 실거래가를 결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구·경북지역 사과주산지 실거래가격(대농민가격)이 만코제브 제품의 최저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약회사의 한 관계자는 “제주도의 만코제브 가격 결정은 너무 복잡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결국은 당해년도 육지 최저가격 정도로 결정되고 있다”며 “매년 이월수량이 많아 누적재고 단가 및 처리비용 등도 가격결정에 적용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실거래가의 경우 환원사업 비율에 따라 결정되며 보통 실구입단가의 20%이상을 환원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가령 실구입가×110~115%로 가격 측정 후 20~30% 환원사업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2018년 이후 농협 단가인하로 기본장려금은 없어지고 추가 장려금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 ‘재등록 불가’ 감안해 대처방안 마련해야  
아무튼 EU의 만코제브 재등록 여부는 오는 10월경이면 가닥이 잡힐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만약 이때 ‘재등록 불가’ 결론이 나올 경우 우리나라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권 안에 들 것으로 보여 대처방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 2010년 EU, 미국 등에서 등록을 취소한 농약 155개 품목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진 경험을 갖고 있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의 농약 안전성 관리기준을 감안할 때 만코제브도 안심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우세해지고 있다.


농진청의 한 관계자는 최근 “EU의 만코제브 재등록 만료시한이 2021년 1월31일까지로 되어 있으나 연장될 가능성도 있는데다 EPA 등 일부 국가에서 WTO에 ‘재등록 불가’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서 결과를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EU·미국 등 각국의 동향을 면밀히 살피면서 승인취소 등의 추가적인 조치가 나오면 Special Review(특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