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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PLS가 몰고온 ‘농약유통혁신’의 전조

PLS 시행되면 농약유통인 위상 격변
농약안전정보시스템(전자관리) 구축·운영
농약의 유통 및 구매 이력관리 확실하게
역할 특수성에 걸맞는 정책적 배려 요구

 

 

농약의 잔류허용기준(MRL)이 없는 경우 불검출 수준을 적용해 부적합한 농산물의 유통을 차단하는 PLS가 농약유통 전반을 뒤흔들어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PLS는 국내사용 또는 수입식품에 사용되는 농약성분을 등록하고, 잔류허용기준을 설정해 등록된 농약 이외에는 잔류농약 허용기준을 일률기준(0.01ppm/kg)으로 관리하는 제도다.


식품의 기준 및 규격(식품공전)에 정한 농약 기준에 따라 가공식품을 포함한 농산물 안전성 적합 여부를 판단하고, 농약의 잔류허용기준이 없는 경우 0.01ppm을 초과하면 부적합으로 처리한다. 국산·수입 농산물 등 식품에 대한 농약 잔류허용기준을 강화해 소비자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PLS의 목적이다. 


PLS가 가져올 격변의 조짐은 지난 3월 2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박완주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농약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내용이 신호탄인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현행법은 농약의 제조업자·수입업자 또는 판매업자에게 독성이 높은 농약 등을 구매한 구매자의 이름·주소·품목명·수량 등을 장부에 기재하고 3년간 보존하도록 하는 등 판매기록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농약의 판매·구매 등과 관련해 체계적인 이력관리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농촌진흥청장이 농약안전정보시스템(전자관리)을 구축·운영해 농약의 유통 및 구매에 대한 이력관리를 통해 농산물의 안전성을 확보토록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전국작물보호제유통협회(중앙회장 신원택)가 주관해 지난 2월 20일부터 3월 14일까지 지역별로 실시된 올해의 ‘농약 판매관리인 안전사용교육’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이 PLS제도 교육 부분이었다. 내년부터 모든 농산물에 확대 적용되는 PLS(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가 농업인의 농약사용과 농약유통인의 업무활동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PLS 적용이 농약유통인 역할 바꾼다 
PLS의 시행기관은 식품의약품안전처다. 식약처는 2011년 10월 PLS 도입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했으며 ‘견과종실류 및 열대과일류에 대한 PLS 우선도입’ 고시(2015.10)와 시행에 이어, ‘모든 농산물에 대한 PLS 적용’(2018.2) 고시의 수순을 차근차근 밟아왔고 내년 1월 1일이 모든 농산물에 대해 PLS가 시행되는 시점이다.


PLS는 수입식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미등록농약이 사용된 식품 수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농약의 유입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목적이 있다.


개념적으로는 선진적인 식품원료 관리 방법으로의 전환점이라는 의미도 있다. 기존 원료데이터베이스 체계를 식약처장이 정하는 고시에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만 담은 PLS(Positive List System)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식품원료 관리체계인 PLS의 내년 전면 시행을 앞두고 다급한 상황은 산지(産地)에서 벌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일선에서 농업인에게 농약을 판매하고 있는 농약유통인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PLS를 둘러싼 법과 제도의 변화는 ‘농약유통혁신’을 요구하고 있으며 농약유통인의 역할이 막대해질 전망이다.


정밀한 화학제품이기에 관리와 처방 중요
수많은 소비재 중에서 농약은 특별한 취급을 받는 제품으로 분류된다. 독성을 지닌 소비재이므로 잔류와 중독 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늘 따라붙곤 한다. 


농기자재와 연관된 농업정책 연구에 주력해온 강창용 KREI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집대성한 연구총서 ‘한국비료·농약·농기계 정책과 미래’에서 농약 유통의 특성을 5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농약은 비축판매(Stock Sale)를 해야 한다. 농약의 적정 수요 예측은 거의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정시기에 방제하지 않으면 그로 인한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두 번째, 농약 판매의 계절적 변동성이 심하다. 수많은 병해충과 잡초에 대응한 다양한 농약들의 수요가 변동성을 갖고 있으며 수요시기가 지난 농약은 1년간 재고로 쌓이게 된다.


아울러 농약은 소량 다품목 판매품목이다. 또한 다양하고 정밀한 화학제품이기 때문에 변질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보관과 관리가 중요하며 변질로 인한 위험이 발생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농약판매유통인의 자질과 자격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그 이유는 농약 판매 현장에서 농민들의 농약판매유통인에 대한 농약 선택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들었다. 일반약품의 경우 전문의사에 의한 진단과 약제 선정이라는 사전조치가 있지만 농약은 이와 다르다는 것이다. 농작물에 대해 일반의사와 약사의 역할을 겸하는 중요한 존재라는 것이다.


강창용 위원이 지적한 바와 같이 까다로운 업무를 담당하는 농약유통인의 사회적 책임감은 앞으로 더욱 강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완주 의원이 발의한 바와 같이 농약이력관리제가 도입되고 농약판매가 바코드 정보와 농업경영체 등록 정보 등과 연계 관리되는 시스템으로 간다면 농약유통인의 자격요건이 지금보다 훨씬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협회 통합전산망 구축, 단계별 계획 필요
4200여명의 시판 농약유통인을 회원으로 하는 전국작물보호제유통협회는 최근 ‘농약관리법 개정 및 PLS제도 도입에 따른 시판(협회) 회원 통합 전산망 구축 계획’을 내놓았다. 정부의 농약관리와 유통 정책에 발빠르게 대처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협회는 “농약구매이력제 및 판매기록부의 전산망 구축이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위한 기반조성이라고 규정하고 농약관리법 개정에 대비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아울러 통합 전산망 프로그램에는 농업인 고객관리 시스템(농업인·비농업인 관리), 농약 구매이력제 및 판매기록부, 시기별·작물별 병해충 발생동향 정보, PLS제도 작물별 적용가능 약제·처방전, 농식품부 등 농업기관 정책 정보, 농약안전사용 정보 등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통합 전산망 구축을 통해 정부 정책의 공유 및 농약안전사용 준수 지도와 홍보 활동, 농약 판매기록 정보의 효율적 관리를 통한 안전관리, 농약 유통관리의 투명성 확보 및 불량 농자재 근절 효과 등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협회의 기민한 대처는 긍정적인 면이 많지만, 관련된 애로사항과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협회가 구상하고 있는 전산망이 현실화되기 위해 필요한 절대 시간과 재원의 문제가 있다. 통합 전산망을 구성하기 위한 단계별 계획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정법률안에 따라 농약 구매자에게 관련 개인정보를 요구할 수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문제는 아직도 민감한 부분이다. 통합 전산망을 구체화하기 위한 전문인력 조달도 필요하다. 통합 전산망 구축 후 이를 활용하기 위한 회원 교육 등도 난제일 것이다.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닌 게 현실이다.

 

소비자 안전의 첨병이 된 농약유통인
PLS의 시행기관은 식약처이지만 농업현장에서 PLS의 기반을 만들어야 하는 역할은 농림축산식품부로 넘어온 모양새다.


농식품부는 “방제농약이 부족한 소면적 84개 작물 대상으로 직권등록을 추진하고, 등록농약 부족, 토양잔류 농약, 장기재배 농산물 적용시기, 고령농 인식부족 등 지금까지 제기된 현장의 애로사항을 적절한 교육·홍보·계도를 통해 풀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의 혼란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는 “농업인 스스로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농약 안전사용기준을 준수하고 이를 통해 국산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농약안전사용을 위해서는 △해당 작물·병해충에 등록된 농약만 사용하기 △농약별 희석배수에 맞게 정량 살포하기 △농약 사용시기와 횟수 준수와 아울러 △농약이 이웃 농지에 날아가지 않도록 조심해서 살포하기 △농약 빈 병 수거하기 △병해충 발생 시 지도사와 상담하기 등을 당부했다.


한편 농업인은 “PLS에 부적합시 해당 농산물 폐기나 출하연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라는 통지를 받고 당황하고 있다.


농업 현장에서 농약유통인은 “식품에 대한 농약 잔류허용기준을 강화해 소비자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농식품부와 “지금까지 농약 안전사용기준을 지켜왔는데 갑작스레 시행되는 PLS로 부적합이 나올 수 있냐”고 당황스러워 하는 농업인 사이에 힘겹게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다.


아울러 농약안전정보시스템(전자관리)하에서 농약 유통 및 구매 이력관리의 핵심 역할을 하고 최대한 안전성을 확보한 농약처방의 전문가로 새롭게 자리매김해야 하는 전환점에 서있다.


농약유통 관련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농약유통인 개별적인 노력과 협회의 조직적인 준비가 우선돼야 하겠지만, 농약유통 역할의 특수성에 걸맞는 정부의 정책적인 배려와 단계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강력히 제시했다. 

 
이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