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테마기획

아베 정부, 기업 농업진입 촉진정책 성공할까

미국·일본 농지제도 우리보다 보수적
미 8개주 ‘기업영농제한법’으로 규제
일, 농업 성장산업화 위해 기업농육성
농지소유적격법인 설립요건 크게 완화

기업의 농업 진입 문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중요한 경제·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보고서 ‘기업의 농업 진입 쟁점과 과제’에서 김병률 선임연구위원 등은 기업의 농업 진출을 둘러싼 문제와 갈등의 해결 방법을 모색하면서 비슷한 경험이 있는 미국과 일본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도 기업이 농업 부문에 진출했을 때 경제·사회적 영향이 크며, 지역농업에 미치는 효과가 매우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업과 농업인이 공동출자하고 지원기구의 출자와 경영지원도 받는 지원체계를 농업사업체 모델 중 하나로 제시했다.


사실 우리나라의 기업 진입 관련 규제는 다른 나라보다 완화돼 있다고 진단했다. 필요한 법과 제도를 정비해 편익을 늘리고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효과 등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미, 기업 농지소유 제한해 가족농 보호
미국은 1970년~1980년대에 농가 호수 감소, 호당 경지면적 증가 등의 변화가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농가 수가 줄고 호당 규모가 커지면 공동체 후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골드슈미트의 가설이 1946년부터 있어 왔다. 생산성 높은 주요 자산을 소수농가가 더 많이 점유하고 다수농가가 임노동자로 전락한다는 근거에 의한 가설이다.


미국의 아이오와 등 9개 주가 적용하고 있는 ‘기업영농제한법’은 이러한 골드슈미트 가설을 일부 수용하면서 기업농의 진출을 어느 정도 완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이오와 등 8개 주는 1974~1975년에 기업영농제한법을 시행했으며 네브래스카주는 1982년에 이 법을 도입했다. 전통적으로 이 주들은 경제·사회적으로 농업 부문이 중요했다.


‘기업영농제한법’은 주마다 법의 강도는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기업의 농업 참여를 제한해 가족농을  보호하려는 목적이 크다. 9개주에서 시행중인 ‘기업영농제한법’은 대부분 “기업이나 다른 투자 주체는 농업에 종사할 수 없고 직·간접적으로 농지를 소유하거나 취득할 수 없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거나 일부 주의 경우는 농지 소유의 상한선을 정하고 있다.


‘기업영농제한법’의 도입 이후 각 주들은 법을 강화하거나 완화하는 두 가지 상반된 변화를 나타냈다는 분석이다.
오클라호마 주에서는 제한법을 완화해 기업농 등이 신축적으로 참여하도록 허가했고, 미주리 주에서는 군 단위 예외 적용을 한 적이 있으며 캔자스 주도 군 단위 예외 조항을 승인한 바 있다.


반대로 사우스다코타 주에서는 제한법의 강화, 주민투표를 거쳐 엄격하게 변경하는 수순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해 노스다코타 주는 제한법 실시 이후 주의 주요 축산업 규모가 축소됐다는 판단 아래 관련 주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주민의 75.6%가 기업의 농업 진출을 반대했다.


이러한 ‘기업영농제한법’이 미친 영향은 실로 다양하게 나타났다는 평가다. 제한법이 미치는 영향은 소유권 형태에 따라 비가족 기업농이 가장 규제를 받는 반면, 가족기업농, 합자회사, 개인사업자는 제약을 거의 받지 않는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또 제한법을 시행하고 있는 주에 속한 군의 주요 후생 지표가 높고 기업농이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효과가 적다는 보고도 나왔다. 반대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상업농의 참여 제한을 반대하고, 기업이 농업에 진입하더라도 모든 작목이나 축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주장도 병존하고 있다.  

 

일, 농촌고령화 해법으로 기업농 규제완화
일본의 경우 기업의 농업 진출에서 ‘임차에 의한 기업의 농업 진입’이 중요한 키포인트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003년 임차에 의한 기업의 농업 진입이 특구에 한해 허용됐고 2009년부터 대상 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됐다. 농지법 개정으로 농업생산법인에 대한 기업 등의 출자 제한도 완화됐다. 임차에 의한 기업의 농업 진입이 자유화된 2009년 이전에 농업 진입 기업 수가 연평균 65개였는데 자유화 이후 342개로 5.3배 증가했다.


기업의 농업 진출 방식은 농지임차 이외에 농지소유적격법인 출자나 농업인과 함께 농지소유적격법인을 설립하는 방식 등이 있다. 농지소유적격법인 수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00년 5889개였던 법인 수는 점차 증가해 2016년 1만6207개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아베 정부는 기업의 농업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농지소유적격법인 인정 요건을 완화하는 법 개정을 실시해 2016년 4월부터 적용되고 있다. 농지소유적격법인 설립과 관련해 임원 요건, 출자 한도 등을 기업에 유리하게 개정한 것이다. 농작업에 종사해야 하는 임원이 기존에는 전체 임원의 1/4이었으나 개정 이후 1인으로 완화됐다. 기업을 포함한 농업 관계자 이외의 자가 출자할 수 있는 한도가 기존 25% 이하에서 50% 미만까지 확대됐다.


아베 정부는 또한 농업특구 중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지역에 한정해 일반기업도 50년 간 한시적으로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법 개정을 단행해 2016년 9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단 일반기업은 시가 소유권을 가진 농지만을 매입할 수 있으며, 농지를 부적절하게 이용했을 경우 지자체에 소유권을 이전하겠다는 취지의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처럼 일본에서 기업의 농업 참여 급증은 정부의 규제 완화가 그 물꼬를 텄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와 일본의 농지 제도를 비교할 때 일본이 훨씬 보수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도표1]

 


일본에서 기업의 농업 진출 규제 완화는 농가소득 하락세와 젊은층의 신규 취농이 이뤄지지 않고 농업 인력의 고령화 현상과 맞물려 있음을 보고서는 시사했다. 우리나라 농업·농촌이 안고 있는 어려움과 비슷한 양상이다.  


일본의 농업 여건은 농자재 비용이 상승하는 반면 농산물 가격은 수입 농산물 확대 등으로 하락 추세로서 1990년대 초반부터 농가교역조건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


농업 경영비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농가당 농업소득이 낮아지고 있으며, 경제 전반의 저성장 기조로 농외소득도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작포기지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5년 기준 일본 총경지면적 449만6000ha의 10%에 육박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최근 아베 정부가 기업 자본 및 기술·경영 노하우 등을 농업 분야로 끌어들여 농업의 성장산업화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기업의 농업 진입을 촉진하는 다양한 정책들을 실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관련 정책은 농지소유적격법인에 대한 규제 완화와 함께 농업위원회 관련 규제 완화, 농업특구 신설, 농림어업성장산업화지원기구(A-FIVE) 설립, 농지중간관리기구 신설을 통한 농지 임차 활성화 정책 등이 있다. 


그중 농림어업성장산업화지원기구(A-FIVE)는 우리 농업 정책에서 참고할 수 있는 방안임을 시사했다.[도표2]

 


A-FIVE는 농림어업인이 중심이 돼 기업협력을 증대하기 위해 2013년 정부 및 기업이 출자해 설립했다. 농림어업인이 파트너기업과 협력해 6차산업화사업체를 설립하면 A-FIVE가 직·간접적으로 출자하는 구조다.


농림어업인에게 마케팅 등의 경영 노하우와 부족한 자본 등을 기업이 제공해 상호보완적인 체계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단 농림어업인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6차산업화사업체 출자 지분 중 농림어업인이 출자한 지분이 파트너기업의 출자 지분보다 많아야 한다는 조건이 부과돼 있다.


일본에서 농업에 진입한 기업의 실태 조사(2012년)에서 농업 진입 이후 흑자 달성까지의 평균 소요시간이 4.9년으로 나타났다. 특구 등을 중심으로 농업에 진입한 기업 436개 중 약 1/4인 112개가 채산성 악화 등으로 철수한 사례도 있었다.


일본정책금융공고의 2012년 조사에 따르면 농업에 진출한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분야는 ‘농업기술 습득’, ‘농산물 판로 개척’, ‘농지 확보’, ‘자금 조달’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역에서는 진입 기업에 대해 ‘고용 창출’, ‘농협 물품·서비스 이용’, ‘산지 주요 작물 재배’ 등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보고서에 의하면, 일본은 경작포기지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주변의 영농 조건까지 악화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기업이라도 농업에 진입해 유휴농지를 복원해줄 것을 바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고, 기업의 농업 진입에 대해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편이다.


규제 완화로 일본 기업의 농업 진출은 늘고 있으나 적자 기업이 70%이상(2012년)이라는 통계는 기업농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이런 기업농의 애로점을 기존농가와의 협업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농업기술뿐 아니라 농지, 인재 등의 경영자원을 기존농가와 농촌 지역사회를 통해 효율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이 기업 농업 진입의 성공 요소가 될 것이라는 제언이다.


이은원 l wons@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