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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세계 생물농약 성장 손에 잡힌다

방콕 ‘제2회 바이오컨트롤 아시아’ 개최
다국적 농약기업들 소리없이 투자 지속
한국 농약회사들에게 ‘지금이 기회’

 

 

전세계 농화학 기업들이 생물농약 시장에 집중하는 방향성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7~9일 태국 방콕에서 ‘제2회 바이오컨트롤 아시아’ 박람회가 개최됐다. 지난 2015년 뉴델리에서 개최된 박람회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된 이번 박람회에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 오세아니아 전역의 250명이 넘는 관계자들이 모여 바이오컨트롤(생물농약)의 미래에 대해 토론했다.


이번 박람회에서 윌리엄 던햄(William Dunham) 던햄 트리머 국제 바이오 인텔리전스 매니징 파트너는 ‘세계 바이오컨트롤 시장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던햄에 따르면 2015년 20억 달러를 조금 넘는 시장 규모가 5년 후인 2020년에는 약 두 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후 다시 5년 후인 2025년에는 110억 달러(12조5000억원)로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같은 전망이 근거 없이 나온 것은 아니다. 바이오컨트롤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막연한 전망은 누구나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다국적 기업들이 생물농약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지, 그 성과가 정말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거나 나타날 예정인지에 대해서는 딱히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지배적인 분위기다. 게다가 화학농약, 비료 등에 비해 바이오컨트롤은 성장해 봐야 시장의 10~20%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어서 더더욱 회의적 시각이 높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던햄은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바이오컨트롤 시장의 성장세 전망을 뒷받침했다.


먼저 북아메리카와 유럽이 전체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유럽의 생물농약 시장 성장은 등록 시스템 등의 개선에 따라 급격히 확장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라틴아메리카의 연평균매출증가율은 18%에 이른다. 가장 빠른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2025년에는 아시아와 더불어 3대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컨트롤 시장은 크게 생물살충제, 생물살균제, 생물제초제, 생물살선충제 등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이 중 생물살충제와 살균제가 전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생물살선충제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연평균 17~20%의 매출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또 바이오컨트롤 시장은 생화학농약, 미생물농약, 미소생물농약(천적 곤충·응애·선충 등) 등으로도 구분한다.[도표1,2,3] 시장은 미생물농약이 58%를 차지하고 있으며 생화학농약이 30%, 미소생물농약이 13%를 차지하고 있다.[도표4] 세 개의 카테고리 제품들은 전통적인 작물보호시장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던햄은 진단했다. 또 미생물농약은 크고 작은 회사들 모두 개발에 투자하고 있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바이오컨트롤 시장이 최근 성장세를 이어올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인가.


던햄은 1990년 이전에는 생물농약이 일관되지 못했으며 제조품질 관리가 낮은 수준에 머물렀었다고 밝혔다. 또 제품 행동 양식에 대한 이해도도 부족했고 제형이 발달하지 못했다. 또 생물농약은 다른 해결책이 없는 곳에서나 사용되는 수준이었으며 과학적으로 접근하지 않아 발달하지 못했다는 것이 과거 시장에 대한 진단이다.


하지만 현재는 작용기작 등이 밝혀졌으며 제품의 생체 활성 분자 등을 밝혀 이들이 우수한 품질을 유도하고 있다. 또 발효 기술로 일관된 제품 공급이 가능해졌으며 생물농약은 신념체제가 아닌 과학을 기반으로 발달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생물농약을 이해하고 현장에 적용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몇 가지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전제가 나왔다.


일단 생물농약은 예방차원이며 이는 치료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생물농약에 대한 적용 기준은 다를 수 있다. 생물 농약은 화학농약 프로그램의 일부로 사용할 때 더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생물농약은 적절한 타이밍에 적용하지 못하면 성능이 떨어진다.


또 한가지 생물농약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잔류 농약을 줄이자는 요구도가 높다는 점이다. 이 부분이 가장 강력한 드라이브 요인이라는 것이 던햄의 주장이다.


던햄이 분석한 소비자 이용 실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음식의 선택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는데 동의한다. 소비자의 50% 이상이 한달에 유기농 식품 품목을 적어도 하나 이상 구매한다. 유기농 식품 구매자의 50% 이상이 잔류농약을 피하는 것이 유기농을 선택하는 이유라고 말한다. 특히 1981~1995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들은 이전 세대보다 유기농 구매 가능성이 높다. 또 소비자의 70% 이상이 작년에 현지에서 재배한 작물을 구입했다.

 


이와 함께 생물농약은 화학농약에 비해 개발 비용이 적게 들고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개발이 가능하다. 또 다양한 작용기작을 가지고 있어 저항성 발현도 늦다. 방제력을 구성하는 데에도 중요하며 사용자의 안전도 담보할 수 있다. 특히 지속가능하다는 부분이 생물농약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게다가 생물농약 분야에 뛰어드는 신생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다국적 기업들은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합병을 하고 있다.


던햄은 바이오컨트롤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으로 바이엘, 바스프, 몬산토, 신젠타, KOCH, FMC, 듀폰, GoWan 등을 들었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농약을 주로 생산하는 기업들이었지만 현재는 농약 개발과 동시에 생물농약 개발에도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관련기사 본지 2017년 3월 10일자 1면, ‘농약산업의 ’퍼플오션‘을 찾는다’>


이처럼 세계 시장이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떠한가. 정부가 최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국내 미생물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3000억원으로 매년 성장하고 있다.


미생물 기업은 약 1975개소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농업용 1700개소, 축산용 275개소(유기농업자재 포함)으로 조사됐다. 미생물 제품 생산 업체의 평균 종업원수가 10명 내외로 영세해 제품개발시 시험 비용·시간에 부담이 큰 상황이다.


미생물 제품은 미생물 농약, 미생물 비료, 사료첨가제, 유기농업자재를 아우른다. 이 중 미생물 농약은 29개 품목이 등록·판매되고 있다. 살충제가 9개, 살균제가 19개, 제초제가 1개 이다.


미생물 비료는 138개 기업이 357개의 품목을 등록해 판매하고 있으며 국내 생산 319개, 수입이 38개 품목으로 집계됐다. 사료첨가제는 전국 1029개 업체에서 제조·판매하고 있다. 단미사료협회에 의하면 사료제조업체수는 2013년 970개에서 2015년 1029개로 증가했다.


유기농업자재는 654개 업체에서 1495개 제품을 등록해 판매하고 있는데 그 중 미생물제품은 122개 업체가 240개의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9위의 미생물자원 보유국이며, 세계 1위의 신규 미생물 발굴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제품화 비율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미생물 농약의 경우 일반적으로 유용 미생물 선발과 제품화에 4~9년, 등록하는데 1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며, 제품화에 투입되는 개발비를 제외하고 등록에 소요되는 비용 또한 약 1.5~2억원이 투입된다.


관련기업들은 우수효능을 보유한 신규 미생물 소재의 발굴 및 제품화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많은 금액과 시간을 투자해 제품화했다고 하더라도 미생물소재 자체의 검증 부족, 잘못된 제형화 방향 등으로 제품화에 실패하고 큰 손실을 입고 있는 상태다.


미생물제품 생산 기업체(26개사)를 조사한 결과 연구개발 및 제품생산 과정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기술은 ‘신물질 개발기술(미생물 소재발굴)’, 균주 및 대량생산기술 순으로 조사됐다. 제품화 시 필요한 기술은 제형화 기술로 ‘분상, 입상(과립형)’ 등 응답이 가장 많았다. 미생물제제 사용 농가(109명) 설문결과, 이용 시 가장 큰 문제점으로 높은 가격, 사용 및 관리의 불편함, 품질 및 효능의 불확실성 순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이 같은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농업미생물산업발전협의회’를 최근 발족했다.<관련기사 19면> 미생물산업발전을 위해 미생물제품산업 육성지원센터도 구축된다. 국내 미생물 산업을 중점 육성·지원해 산업화를 견인할 농축산용 지원센터를 설립하겠다는 취지다. 전북 정읍에 150억원의 사업비로 6월 내에 완공될 예정이다.


육성지원센터가 완공되면 ‘농축산용 미생물제품 인증지원사업’이 추진된다. 지자체, 산업체, 농가의 농축산용 미생물제품 개발, 공급, 품질관리에 대한 애로사항 해결 및 정책적 지원을 추진하는 것으로 골자로 한다. 투자예산은 총 1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농축산용 미생물은 포스트게놈다부처유전체사업에서도 다뤄진다. 포스트게놈다부처유전체사업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농촌진흥청, 산림청), 해양수산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참여하는 사업으로 농생명 유전체 연구의 전주기적 역량강화 및 산업화 지원을 위한 다부처 ‘공동의’ R&D 사업이다. 여기서 농식품부는 미생물자원의 원천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기 산업화 가능한 미생물 자원 또는 이미 활용중인 유용 미생물의 유전체 해독, 분석연구를 활용한 실용화, 사업화를 촉진하게 된다. 이 사업의 투자예산은 총 382억여원으로 2014~2021년까지를 기간으로 잡았다.


이 사업에서는 선행연구로 확보된 유용 미생물을 활용해 산업화하려는 조기성과 창출형, 농식품 분야 신규 미생물 유전체 발굴을 위한 연구역량 강화형으로 나눠 추진된다. 또 동식물과 병원균 등 미생물과의 상호작용을 구명해 방제 기술 등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태국 ‘바이오컨트롤 아시아’에 참석한 한국 기업의 관계자는 “전통적인 농약 원제 생산 다국적 기업들이 겉으로는 생물농약 개발 투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는 않는 모양새”라며 “조용한듯 하지만 이번 발표에서도 보이는 바와 같이 생물농약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으며 여기에 다국적 농약 회사들은 이미 초석을 다지고 있다고 진단해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생물농약은 화학농약에 비해 비용과 시간 면에서 한국기업들도 개발에 나설 수 있는 여지가 아주 높다”면서 “다국적 기업들도 시작한 만큼 향후 사용자들의 인식 개선이 이뤄지면 시장 진입도 지금보다는 쉬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들이 원천 기술을 가지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지금’이라는 의미다.


심미진 l choubab@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