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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 오염원’ 오인(誤認)! ‘농산물 안전성’ 부인(否認)!

박학순 칼럼...저류(底流) 바로알기

 

건강을 즐겁게 관리한다는 의미의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서울대 김난도 교수가 2022년 임인년(壬寅年) 범띠 해를 이끌 10대 트렌드로 제시한 말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MZ세대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주목한 예리한 예찰이자 예언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최근 한 유명 음료회사에서 만든 주류 2종이 이 헬시 플레저 트렌드를 효과적으로 공략하면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는 후문이다. 허언이 아님을 증명한 셈이다. 또한 공략대상이 주류나 음료에만 국한하지 않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시장에서의 실재(實在) 여부와는 달리, 현재 소비지향점이라 할 수 있는 유기·친환경농산물의 무한 신뢰 속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연히 미량의 위해(危害)잔류물마저 피하고 싶은 농산물 소비자의 욕구를 이해할 수는 있다. 허나 한 해외 저명인사는 특정 농산물에 의지하려는 소비자의 속성을 비행기 이륙 시 앞좌석 손잡이를 꽉 잡는 것에 비유했다. 일시적 안심감(安心感)은 몰라도 안전확보(安全確保)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지나치게 농산물 안전성에 매몰돼 스스로를 옥 죌 필요가 없다. 사실상 재능기부 시작 호(號)가 되는 이번 지면을 통해, 연대별 식품 위해 요인과 농산물 중 유해물질을 알아보고 미진하나마 소비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순간 ‘안심감’, 실제 안전확보에 도움 안 돼

 

식품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 변화가 몹시도 크다. 먹거리가 귀했던 1980년대 이전만 해도 양(量) 또는 영양(營養)이 능사이던 그저 ‘먹을 수만 있으면’했던 시절이었다. 90년대 품질이나 기능성이 고려됐던 ‘맛있는 음식’의 시대를 넘어 현재는 안전성(安全性)을 최우선으로 하는 ‘식품안전과 건강’을 지속적으로 요구받고 있다. 소비자 심리 변화야 경제성장 수레바퀴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어서 탓할 수는 없다. 많이 아쉬운 점은 안전과 건강을 가늠하는 기준과 근거가 과학적이지 않고 현저히 낮은 국내 곡물자급도가 고려되고 있지 않은 부분이다.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위해요소 등 실제 농식품 중 위해요소가 적지 않고 식약처가 발표한 식품 중 오염원이 분명함에도 소비자 뇌리속의 오염원은 오직 특정 농법에 머물러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불운이다. 


농산물에 포함된 유해물질 위험에 대한 인식도(2009, 농관원)를 보면, 농약이 제일 위험하다는 답변이 48.3%로 나타나 절반에 육박한다. 농축산물 구매시 우려 요인(2009,리서치앤리서치)을 보더라도 기생충 4%, 병원세균 9%, 중금속 23%에 비해 잔류농약은 무려 58%에 이른다. 이 같은 압도적인 소비자 인식이 과연 실제와는 얼마나 부합할까? “우리가 섭취하는 ‘천연농약의 양’은 ‘인공농약’수준의 적어도 1만 배 이상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인공화학 약품’만을 죽도록 두려워한다.”는 유명 학자의 지적을 뒷받침이라도 하는듯한 조사 결과다. 담배나 술, 커피를 계속 피고 마시는 위험성은 철저히 은폐된 채, 실체조차 미미한 잔류농약의 위험성만이 현저히 부각되는 모순이 소비자들의 의식을 온전히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1970-80년대의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대, 효과 위주로 만들어진 극소수 약제들의 안전성이 문제됐던 부분까지 예외로 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이후 정부와 국내외 단체들의 이슈가 있을 때마다 자의든 타의든 독성, 잔류성은 물론 사회문제까지 없애고자 했던 노력으로 사실상 현재는 화학적 위해로 인한 이슈는 사라진 셈이다. 다만 이상기후로 인한 사용상 돌발문제나 과학발전으로 인한 새로운 화학적 이슈의 발생은 별론(別論)으로 하고 말이다. 일어탁수(一魚濁水)이듯, 물고기 한 마리가 물을 흐리는 법이다. 간혹 일부에서의 오용(誤用)으로 인한 부작용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1990년 이후는 곰팡이나 병원성 세균 등 미생물학적 이슈가 주를 이루었고 2000년 중반 이후부터는 물리적 위해 즉, 식품 중 벌레나 설치류, 플라스틱, 금속조각 등 이물질이 이슈로 부각되는 변화를 보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합리적 농산물 소비에 오산이 없어야 할 것이다. 소비자의 이성적 과학적 판단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올바른 위해요소 인식, 합리적 소비 이뤄져야


첨단 영농자재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관행농가에 멍에를 씌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 관계영역 이외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살포농약의 환경 중 행동을 인지한다면 관행 농산물 안전성을 이해하는데 의혹을 가지지 않을 것 같다. 시험자료에 따르면, 살포량의 5-20%만 실제 농산물에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살포된 약제의 일부는 잎이나 줄기, 과일에 흡수 부착하게 되나 이들은 시간 경과와 함께 공기 중 산소나 수분, 햇빛에 의해 분해된다. 흡수된 일부의 약제 또한 식물체내의 효소에 의하여 빠르게 분해되고 감소한다. 


약제 자체의 안전성을 비롯, 제형 및 살포방법, 작물체 표면의 형태, 작물체 중량에 대한 표면적 비율 등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게 되는 잔류농약은 소비자 불안과 달리 3중의 안전장치를 통해 관리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첫째, 1일섭취허용량(ADI)이다. 둘째, 최대잔류허용기준(MRL)이다. 마지막으로 일선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사용수칙이라 할 수 있는 안전사용기준(PHI)이다. 용어 하나하나를 설명하지 않더라도 농산물 안전성은 3회에 걸쳐 확인되고 있으므로 사용법을 준수하는 한 굳이 농법을 가리려 할 필요는 없다.

 
안전한 농식품이란 ‘정부가 정해 놓은 기준치 이하로 유해물질이 존재하는 것’이란 유연한 인식이 필요하다. 위해요소가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의 ‘있다·없다’의 이원론적 사고에서 벗어나 ‘얼마나 있느냐’로의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00% 안전한 절대적 식품은 없다. 


마지막으로 친환경농법 중 지난 2016년을 끝으로 없어진 ‘저농약 농법’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살포횟수를 정해진 안전사용기준보다 줄여 수확한 농산물이라 해도, 실제 안전사용기준을 준수한 수확물과 안전성에는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과학적 근거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