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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말

인생은 게임인가

 

인생은 게임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인생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것은 아닐까 싶지만 인생은 도박이라는 생각에 비하면 경쾌하다.


게임은 승부를 동반한다. 인생 매사를 승부하듯 사는 이들이 있는데, 대체로 수명이 짧다. 물론 승부가 경쟁 관계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자신과의 승부, 특별한 세계를 향한 탐구와 도전도 승부의 하나다. 그런 승부사들을 프로페셔널 혹은 장인이라 부른다.
   
올림픽이 끝났다. 폭염과 바이러스의 공격 속에서 잠시나마 위안을 준 게임들이 제법 있었다. 재미삼아 동료들에게 물었다. “올림픽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사람을 꼽으라면 누구?”


대부분 김연경을 꼽았다. 올림픽 막바지의 극적인 승부들이 영향을 끼쳤으리라. 그 뒤로 높이뛰기의 우상혁, 탁구의 신유빈 등등이 나왔다. 모두 메달을 못 딴 승부사들이다. 올림픽을 보는, 게임을 즐기는 사고가 과거와 달라진 느낌적 느낌이 든다.

 

이번 올림픽 참가국은 205개국(IOC 회원국 206개국 중 북한이 불참했다), 게임 종목은 33개, 선수는 1만1656명이었다. 그런데 이 선수 숫자에 함정이 있다. 사람 외에 동물 선수가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종목 중 유일하게 동물이 참여하는 게임, 승마. 승마는 사람과 말이 한 팀을 이뤄 승부를 겨룬 뒤 기수와 말이 함께 상을 받는다. 메달은 사람이 받지만 말도 시상대 옆에 함께 서서 리본을 받는다. 그때 말의 표정을 보면 뿌듯하고 당당해 하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포함)에 참가한 한국의 말 선수는 325두다.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이 선수들을 위해 19대의 비행기와 185대의 트럭이 동원됐다. 말들은 모두 자신의 여권을 가지고 있으며, 먼 여행을 대비해 기내식과 간식 등이 준비됐다. 말 관리사와 수의사가 동행했으며 여행 내내 이들의 컨디션을 체크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말들도 60일간 건강 모니터링을 하고, 7일간 격리조치를 한 뒤 비행기를 탔다.


현지에서도 말의 컨디션 조절을 위한 각종 조치가 취해졌다. 비교적 선선한 저녁에 경기를 운영했고 말이 휴식하는 모든 장소마다 얼음과 찬물을 준비해 더위에 지치지 않게 배려했다고 한다.

 

승마는 수많은 스포츠 중 유일하게 남녀 구분이 없는 종목이다. 기수도 말도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다. 출전하는 선수의 연령대 폭이 가장 넓은 종목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 최고령 선수, 최고령 메달리스트가 모두 승마 종목에서 나온 것도 의미심장하다.


올림픽 출전 선수 중 최고령자는 호주의 ‘메리 해나’로 67세(54년생)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을 시작으로 6회 연속 출전했다. 메리 해나는 2024년 파리올림픽 때도 도전하겠다고 한다. 그때 나이는 70세가 된다.


최고령 메달리스트는 호주의 앤드류 호이, 62세다. 종합마술 단체전 은메달과 개인전 동메달을 땄다. 1984년 LA올림픽 이후 8회째 올림픽에 출전, 6개의 메달을 보유하고 있다. 호이는 “말과 내가 건강하다면, 파리올림픽에도 출전하고 73세가 되는 2032년 호주 브리즈번올림픽까지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멋진 꿈이다.


호이와 함께 출전한 말 선수는 바실리 데 라소스. 부디 오래도록 건강을 유지해 사람과 동물의 교감 끝판을 장식하길 바란다. 참고로 말은 역사에서 가장 오래도록 인간과 교감해온 동물(BC 5000년부터 가축화했다는 고고학적 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