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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경영 불확실성에 놓인 농약업계... 계통농약 가격인하 능사 아니다

농약제조회사들이 최근 수년간 이어지는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농약원제 수급 불안정에다 환율인상까지 겹쳐 농약제조회사들의 생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데 반해 농협 계통농약의 가격인하 조치로 인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농약제조회사들은 올해 중국의 강력한 환경규제 등으로 글로벌 원제회사들이 중국OEM 원제 및 부자재(중간체)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농약원제 수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환율인상으로 인해 당초 계획대비 과중한 원제대금을 지불해야 했다. 반면 농약제조회사들은 올해 PLS제도의 전격도입과 농협 계통농약의 가격인하 조치 등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욱이 농약제조회사를 둘러싼 이러한 대내외적 불확실성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실시 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농약원제·부자재(중간체) 수급 불안정

국내 농약시장은 연매출 14700억원(2018년 기준) 규모[1~2]에 이르지만 대부분의 농약원제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수입의존도는 금액기준 97.1%, 물량기준 88.1%에 달하고 있다.[3~4] 그만큼 농약원제 수급은 국내 농약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농약제조회사들의 매출 및 영업이익과도 직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실제로 국내 농약제조회사들은 올해 원제수급 불안정으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에도 중국은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원제생산이 순조롭지 못해 국내로 들어오는 수입물량이 전년대비 29.6%나 감소했었다.


특히 그동안은 중국의 환경규제 등으로 제너릭원제 수급에 차질을 빚었다면, 올해 들어서는 글로벌 원제사들이 중국OEM 원제 및 부자재(중간체)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국내 농약제조회사들의 원제수급도 원활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품생산에 차질매출감소로 이어져

농약업계에 따르면 스미토모화학의 경우 국내에 공급하는 ‘Oxolinic acid’의 중국산 부자재 확보가 용의치 않아 어려움을 겪었으며, 전세계적으로 공급량이 부족했던 ‘Pyridalyl’도 국내 농약제조회사들이 원하는 공급량을 맞추지 못했다.


코르테바(CORTEVA, Inc.)‘Methoxyfenozide’도 중국 중간체 공장 생산중단으로 국내에 공급되지 못했으며, ‘Spinetoram’도 전세계로 급속히 확산됐던 열대거세미나방의 영향으로 공급부족 현상을 겪어야 했다. 그런가하면 SDS에서 공급하는 ‘Chlorothalonil 98%(DACONIL)’의 경우 일본 공장 화재로 공급차질을 빚었으며, ()오더스에서 공급하던 ‘Bifenox 90%’는 중국의 환경규제에 따른 생산중단으로 국내에 공급되지 못했다.


이처럼 국내 농약제조회사들은 올해 불안정한 원제수급으로 인해 생산차질을 빚으면서 달리 만회할 수 없는 매출감소를 감당해야 했다. 농약업체 한 관계자는 필요한 몇몇 원제를 당초 계획만큼 확보하지 못해 제품기준 80억원 상당의 생산차질이 발생했다이로 인한 매출감소는 달리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뿐더러 해마다 반복될 경우 경영상의 불확실성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중 무역전쟁으로 급격한 환율인상

 여기에 국내 농약제조회사들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미처 예상할 수 없었던 경영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농약원제 수입액(2018년 기준)48842만 달러(USD)에 이르는 상황에서 원제대금 결재시기(통상적으로 3~9월 사이)의 환율인상분을 추가로 부담해야 했기 때문이다.



농약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019년도 사업계획수립당시의 결재기준 환율로 달러당 1070~1080원을 책정했으나, 최근 3개월간의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를 오르내리면서 원제대금으로 적잖은 비용을 추가 부담했다. 가령 2018년도 농약원제 수입액(수입완제품 제외) 48842만 달러(USD)1080원의 원·달러 환율로 환산하면 5275억여 원이지만, ·달러 환율이 1200원으로 오르면 5861억여 원에 이른다. 다시 말해 원·달러 환율이 120원만 인상되더라도 농약제조회사들은 586억여 원의 원제대금을 추가로 결재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복수의 농약업계 관계자들은 원·달러 환율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던 지난 7월 당시 현재 농약제조회사들은 올해 지불해야할 원제대금의 절반도 결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1200원대의 원·달러 환율이 오는 9월까지 이어진다면 앞으로 결재해야할 원제대금 추가분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을 무색케 하고도 남는다고 전망했다.


특히 농약제조회사들은 요즘 한창 ‘2020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나 내년도분 원제대금 결재기준 환율을 어느 정도로 책정해야할지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내년에도 1200원대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금융전문가들의 중장기 원·달러 환율(최대치) 전망에 따르면 9월 현재의 1190원대를 시작으로 20194분기 125020201분기 123020202분기 1200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약제조회사들은 내년에도 환차손에 따른 과중한 경영부담을 안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이 때문이다.

 

매출·영업이익은 줄고, 비용은 늘고

이처럼 농약제조회사들은 원제수급의 불안정과 환율인상 등으로 비용증가 요인이 가중되고 있는 반면 PLS제도 시행에 따른 판매부진과 농협의 계통농약 가격인하 등으로 매출·영업이익 감소세가 두드러지면서 경영상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농약제조회사들은 올해 PLS제도 시행이후 제품등록여부, 재고소진, 눈치보기식 사입(仕入) 등으로 농약판매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7월 현재 농약 생산·출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기간(2018.7)의 출하량 15200톤보다 1898(전년대비 12%)이 줄어든 13302톤을 출하하는데 그쳤다. 이대로라면 올해 국내 농약시장 매출규모는 전년대비 4~5% 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 진출해 있는 농약원제회사가 집계한 농약제조회사별 20191/4분기 매출현황’[5]에 따르면 지난해 동기대비 5%의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농약제조회사들은 오래 전부터 지속되는 열악한 경영여건 속에서 최근 인건비 상승까지 덧씌워져 해마다 영업이익률이 낮아지고 있다. 국내 주요 9개 농약제조회사 영업이익률은 20125.7% 20134.6% 20145.9% 20156.4% 등에 그치고 있다. 2014년 기준 의료용 물질 및 의약품(8.0%)이나 기타 화학제품(8.1%)의 영업이익률과 비교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농협계통농약 가격인하능사 아니다

여기에 농협의 계통농약 가격인하 조치는 농약제조회사들의 경영기반을 옥죄는 주범이 되고 있다. 농협계통농약은 20160.8%() 20173.3%() 20181.2%() 20195%() 등 해마다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농협의 이같은 농약가격 인하조치는 생산비 절감을 통한 농가소득 5천만원 달성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사실상 농가소득 증대나 생산비 절감으로 이어지는 순기능은 극히 미흡한데 반해 국내 농약산업 기반을 뒤흔드는 역기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다수의 농협 및 농약업계 관계자들은 농협계통농약 가격인하는 농가 경영비 절감에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농민이 기대하는 농협의 역할은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한 수급조절 등에 앞장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농약제조회사들은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지만 농협의 계통농약가격 인하에 따른 경영압박 등의 강한 불만을 속으로 삭히고 있다. 국내 농약시장의 절반이 넘는 매출액(20197300억원 예상)을 계통공급하고 있는 농협이 해마다 농약가격을 내리기만 하는 처사는 갈수록 경영여건이 열악해지는 농약산업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위험한 선택이 될 것이라는 농약업계의 우려가 담겨 있다. 과연 농약가격 인하만이 능사인가라는 물음은 그래서 짙은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해 보인다.

차재선 기자 | newsfm@newsfm.kr

이은원 기자 | wons@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