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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 한국 농기자재산업 희망의 전환기를 맞이하자

강창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명예연구위원

많은 이들이 한국 농업 기자재산업의 봄을 기대하고 있지만 헤쳐나가야할 난관이 적지 않다. 새해를 맞아 농업 기자재산업의 발전 동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그간 국내 농업기자재산업의 위기를 예고하고 한 차원 성장하기 위한 길을 제시해온 강창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명예연구위원을 만나 현 농기계시장의 상황과 미래 전망을 들었다.

 


Q 지난해 한국 농기계산업이 그간의 하락곡선을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체국면을 떨쳐내지는 못했다. 우리 농기계시장과 산업에 대한 전망은.


A 세계 농기계시장이 희망적인 것과 달리 국내 시장은 정체 상황임에 분명하다. 세계 시장은 15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보이고 연평균 7%대 성장하고 있다. 국내 농기계시장은 축산과 시설, 부품 등 모두 통틀어 약 22000억원 정도인데, 이미 2000년대 이후 고정적이다. 그러니 국내 농기계기업이 당면하는 농기계시장은 이보다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수입 농기계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기계 수출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아직 10억 달러에 도달하지 못했다. 농기계산업의 기업체 수는 증가해 왔지만 농기계 기업당 매출은 적은 편이다. 매출 50억원 이하 기업이 95%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작다.


요악하면 세계 농기계시장은 긍정적이나 국내 농기계기업들의 당면시장은 그리 만만치 않으며 소규모 농기계기업들에 의한 국내 농기계산업의 미래는 밝다고만 말하기 어렵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 농기계시장의 희망적인 추세에 우리가 동승해야 한다는 것이다.

 


Q 국내 농기계산업이 어떻게 하면 현재의 어려움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까?


A 우리 모두 알다시피 당면 시장을 크게 만들어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 농기계기업들이 세계적 수준으로 가기에 여러 면에서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다. 간절히 원하지만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국가적 차원의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직간접적인 정책적 지원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갈수록 쇠퇴할 수밖에 없다.


우선 국내 농기계기업군을 수출중심의 대기업군, 수출과 내수의 중소기업군, 내수 중심의 기업군으로 나눠서 전략을 짜고 시행해야 한다. 각각에 대한 전략이 다르기에 자세히 말하기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세계시장을 지향한 수출확대를 통해 활로를 찾는다는 기본방향은 동일하다. 기술개발 지원과 업종별 전문화, 수출현지사무소 설치와 전략적 지원 등을 구체화하는 것이 긴요하다.

 


Q 국내 농기계 유통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무엇부터 해결해야 하나?


A 농기계 유통의 혼탁함이 심각한 수준이라 생각한다. 농협의 최저가입찰과 계통단가부분 등이 농기계시장을 매우 어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농협의 수요자 독점적인 행위를 법적으로 막아낼 수 없는 구조여서 문제다.

농기계 끼워팔기 등으로 고충을 겪는 농기계유통업체들은 차라리 수입해서 유통인으로 남는 것이 지금보다 낫겠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까지 한다.


대기업들도 수입한 농기계를 팔고 있다. OEM 수출 치중도 장기적으로 매우 위험한 경영전략이다. 이러다가는 우리나라 농기계산업이 서서히 죽어가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거의 모든 농기자재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농업을 지지하는 기반이 무너지고 결국 농업의 자주성도 무너지게 된다. 국가 산업의 한 축도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그 무엇보다 상생이 필요한 시점이다.

 


Q 남북관계가 급속히 평화무드로 가고 있다. 농업기자재 산업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A 격세지감이랄까, 상전벽해랄까. 거의 전쟁수준으로 치닫던 남북관계가 해빙무드를 타고 있다. 민족적인 입장에서 매우 환영하고 감사할 일이다.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것은 한민족의 구성원으로서 당연한 소망이다.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의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체육과 문화계는 이미 시작되었다. 농업과 농자재 분야는 북한 주민들의 기본적인 생활 향상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비료와 농약, 농기계 등을 북한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농산물 생산량이 늘고 결국 북한의 식량부족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남북한 농업기자재 협력에 관련해 나는 농기자재경제특구 설치를 제안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오래전에 조직된 농기자재단체장협의회를 활성화해 정부와 특구추진을 협의,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기계조합에서는 협력협의회를 구성했다는 뉴스가 나왔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협의회에는 일부 언론에서도 비판했듯이 전문가들이 제외되었다. 당연히 상황분석과 대안마련이 안되다 보니 유명무실해진 안타까움이 있다. 다시 한번 정비해서 실사구시해야 한다고 본다.

 


Q 2년에 걸쳐 농기계임대사업의 평가관리를 총괄했다. 임대사업에 농기계 공급은 잘되고 있는지.


A 농기계임대사업은 밭작물 기계화에서 중요한 정책 중 하나다. 2003년부터 시작했으니 꽤 오랜 역사가 있다. 이 사업에 대해 일부는 부정적 시각을, 일부는 긍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 농기계기업이 당면한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일단 그 부분은 밀어두고, 해당 농기계 공급에서 조달청 등록과 관리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단일등록이 불가하고 가격 변동신고와 인정도 어렵다. 우량기업은 말뿐이라는 불만도 있다. 자세한 검토와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동감한다.


이러한 절차적인 불편함과 비효율성이 시정되지 않을 경우 다른 방법을 정부와 협의해야 할 것이다. 기술적으로 우수한 농기계가 개발, 공급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은 당연히 정부에서 협조해야 한다. 일부에서 생산능력이 없는 업체가 응찰하고, 다른 기업에 위탁발주하는 기현상도 있는데 시정되어야 한다. 전반적으로 공급자, 농기계기업인들의 입장에서 문제를 검토하고 개선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Q 오는 2월 농기계조합 이사장 선거가 있다. 관련 입장을 밝힌다면.


국내 농기계산업과 시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많은 전문가들의 전략수립과 추진이 건의돼 왔다. 하지만 과거 4년동안 이것을 추슬러야할 농기계산업계 리더십이 공전하고 있다. 농기계조합이라는 배가 출항을 했는데 가야할 방향과 목적지로 가는데 필요한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매년 중요업무추진에 대한 과정과 결과를 조합원들에게 보고하고 토론해야 하는데 미흡해 보인다. 작년말 포럼에서 필리핀 투자계획을 발표했지만 이 나라에 대한 엄밀한 평가도 없이 추진하고 있다. 사실 필리핀에 대한 과거 투자평가결과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이지 않았다.


현재 농기계시장의 혼란을 야기하는데 포함된 사람들이 산업의 리더가 되긴 어려울 것이다. 사실 나는 농기계기업인들이 스스로 전략과 전술을 만들어 활로를 찾길 원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지 못하고, 많은 농기계인들이 나의 희생을 요구한다면 받아들이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

 


Q 다시 희망을 얘기하고 싶은 신년이다. 농업 기자재 분야에서 나누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상생이다. 서로 배척하지 말고 만나고 이야기하고, 해법을 찾으면 나오지 않을까 여긴다. 농기계기업과 유통인, 농협과 농민, 중고농기계인, 연구계와 학계, 정부가 농기계라는 매개체를 중심으로 각각의 분야에 대해 협의하고 개선안을 마련·시행할 때 여민동락(與民同樂), 같이 즐겁게 될 것이라 믿는다.


나는 가급적 시간을 내서 현장을 찾곤 한다. 호문측유(好問則裕) 자용측소(自用則小)이기 때문이다. 묻기를 좋아하면 여유가 있고, 혼자 다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실패한다는 이야기이다. 올해는 구태를 벗어나 희망의 전환기를 마련하는 데 동참하길 권한다. 구태를 벗어내기가 어렵지만 가야할 길이니 서로 격려하면서 나아가길 원한다. 기해년 농업 기자재인들의 건승을 기원한다.


이은원 기자 | wons@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