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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등록부터 소비까지, 농약이력관리제도 제조업체 강타하나

농약 생산·출하, 수입, 판매, 방제까지 온라인입력
제품 바코드로 제조·유통 전과정 역추적 가능하다
기업 영업비밀로 인식된 출하·배송 정보도 공개
농약 판매와 구매가 ‘단속아닌 단속’ 대상 된다

농약이력관리시스템 구축과 운영이 PLS(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와 관련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농약 판매이력뿐 아니라 농약 생산·출하, 수입, 판매, 방제까지 관리시스템 안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1월1일부터 전면 실시되는 PLS를 위해 ‘농약이력관리제가 조기 실시돼야 한다’는 정책 방향이 나타나고 있어 농약업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국내 유통농약 정보를 DB화하고 바코드를 활용, 농약판매기록을 온라인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농가보유 농약의 바코드를 인식하면 제조·유통·판매단계의 역추적이 가능해진다.  

농약이력관리시스템은 국민 먹거리인 농산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농약 안전관리 강화 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내년말까지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내년부터 모든 농산물에 실시되는 PLS의 연착륙을 위해 농식품부가 소면적 작물 농약등록 확대와 교육 강화 등에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장의 우려는 적지 않다. 

제도를 추진하는 정부마저도 농약의 관행적인 판매와 사용이 상존하고 있다는 진단하에 내년 부적합 농산물의 대폭 증가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체작물의 부적합률 1.5%가 7.4%로, 소면적 작물의 부적합률 7.9%가 19.4%로 증가 예상된다는 내년도 추정치가 나와 있다. 

농식품부는 올해의 업무계획에서 ‘소면적 작물재배에 필요한 농약까지 직권 등록’, ‘오남용 방지 등을 위한 농약이력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농산물 안전관리를 기본부터 다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PLS의 정착이 철저한 농약이력관리 속에서 가능하다는 의미가 읽힌다.

‘농약이력관리 안에서 PLS 정착’ 정책 기조 
농약이력관리시스템의 구축은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지난해 ‘살충제 계란 사태’가 범정부의 식품안전개선 종합대책과 농식품부의 농약 안전관리 강화 제도개선 계획으로 이어진 촉발제 역할을 했다.  

지난 3월 26일 박완주 국회의원의 대표발의에 의한 농약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농약안전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해 올바른 농약 판매 및 사용을 유도하고 농약의 유통 및 구매에 대한 이력관리를 통해 농산물의 안전성 등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제안이유를 밝혔다. 

농약 이력관리 시행 목적의 골자는 두 가지다. 안전기준 위반 농약 사용이 없도록 농약의 판매·구매 등 이력관리를 통해 올바른 농약사용 및 안전치 못한 농산물 생산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제조·수입·판매·방제업자는 판매, 구매정보를 전자적으로 기록 보존하고 농촌진흥청장이 구축한 농약안전정보시스템에 제공하도록 한다. 장부 기재(off-line)해 3년간 보존하면 됐던 것에서 전자 기록 방식(on-line)으로 바뀐다. 

최근 농약 이력관리시스템 구축(안)이 일부 공개되면서 업계에 파장이 일었다. ‘이력관리의 시작과 끝’이 제조업체가 될 수 있겠다는 것에서 온 충격이다. 

생산·관리비용 증가는 가격상승요인    
이 구축안에 따르면 이력관리시시스템 가동시 제조업자는 농약 생산단위(모집단, 포장단위)별로 이력관리 번호를 부여받게 된다. 이력번호는 바코드와 연계돼 유통, 판매시 정보 추가를 하는 구심체가 된다. 또한 제조업자는 품목명, 성분명, 적용작물, 적용병해충, 사용량 등의 품목사항과 제조회사, 제조일, 모집단번호, 약효보증기간, 포장단위 등의 생산정보를 주기적으로 농약 이력관리시스템에 입력해야 한다. 

소비자 농약구매 시간 기존대비 훨씬 길어질 것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정보는 안전관리 되나

특히 농약 출하일, 수량, 배송업자명, 주소, 전화번호 등 출하정보까지 기록, 제공해야 한다. 제조된 농약에는 이력관리 마크 등 농진청장이 정하는 표시도 의무화될 전망이다. 

현재 농약기업들은 제조관련 정보들을 자체시스템(SAP)에 기록해 관리하고 바코드 삽입 등을 하고 있다. 그러나 바코드에 모집단번호 등을 추가하려면 생산공정 교체, 관리업무 증가 등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현재도 바코드가 기록된 농약포장지를 사용하고 있지만, 새로운 이력관리시스템 하에서는 생산단계에서 포장지에 바코드를 기록해야 하므로 생산시설 확충이 불가피할 수 있다. 유제 등 병의 바코드 기록은 가능성 여부부터 따져야할 부분이다. 

바코드 체계 변경, 이력관리 마크 등 농약병 등의 표시 사항이 증가될 것이다. 생산·관리비용 추가로 경영비용이 증가해 제품가격에 반영되면 농약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제조업자가 어느 부분까지 정보를 제공해야 하느냐는 것도 민감한 부분이다. 현재는 농약 제조업체가 생산 후 자체검사성적서를 농진청에 제출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생산정보는 일정부분 노출돼 왔지만 출하·배송 정보는 영업비밀이라는 인식이 있다. 소비자 대상 판매행위가 아닌 출하정보까지 공개하라는 것에 대해 업계는 난색하고 있다.  

“영농철 농약판매 지연은 누가 책임지나” 
모든 농약의 판매 전산 기록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판매자도 긴장되긴 마찬가지다. 일정 유통경로를 통해 농약을 배송받은 판매상은 모집단위별로 부여된 이력번호를 바코드로 인식해 정보를 확인하고 판매업자 정보, 입고일, 수량 등을 기록하고 시스템에 연계해야 한다. 

판매업자의 경우 자체시스템에 판매이력을 기록하는 한편 농약이력관리시스템에 주기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판매시에는 구매자 성명, 주소, 재배농산물 현황, 판매량, 판매일 등을 기록해야 할 전망이며 판매확인서 발급도 현실화 될 수 있다. 농업경영체 등록이 없는 일반인 등에 판매할 경우에도 구매자 정보 기록이 필요하다.   



농약 판매자는 3500여 시판상과 2000여개의 농협 자재센터로 대별된다. 현재 농협의 경우  POS(판매시점 정보관리시스템)로 판매기록 전산화 처리를 하고 있고, 시판상의 70% 내외가  민간프로그램을 이용해 나름의 전산기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코드를 도입하게 되면 농협은 현행 시스템을 재설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판상은 바코드 정보를 활용한 전산화가 필요하며, 아직도 ‘수기 장부’를 사용하는 고령의 시판상의 경우 새로운 시스템 적응의 진통과 도입 초기의 경제적 부담이 예상된다. 

판매과정에서 발생하는 애로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은 조합원 대상 농약 판매이므로 구입자의 전산 기록이 돼있는 상태다. 전산 판매기록을 하고 있는 시판상은 구입자 정보를 확보하고 있지만 기존보다 철저한 기록이 요구되면 개인정보 제공 불응 등 민원 발생 소지가 없지 않다. 현재 시판상들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홈페이지를 통해 농업경영체 정보 확인 루트를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들은 “영농철에 신속한 제품 판매가 요구되는데 시간이 지연됨으로써 발생되는 문제도 클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물리적인 농약구매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농약구매 문화가 바뀌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도 있지만 “현장의 갈등이 생각보다 클 것이고 제도 정착에 시간이 필요할 것”라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판매시간의 지연과 함께 외상거래 관행 등의 문제도 예상되고 매출액 노출 등도 민감 사항이다. 

모든 농약의 판매·구매 행위를 국가관리
농약이력관리시스템의 구축은 향후 농약 판매 및 구매가 ‘단속아닌 단속’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 독성이 높은 농약 등 농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농약이 그 대상이 되지만 실제적으로는 모든 농약의 판매와 구매 행위가 국가 관리를 받게 된다. 

만일 농식품부령으로 정한 농약 판매의 경우 농진청에 제공해야 하는 전자적 기록을 보존하지 않을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자칫 다수의 범법자를 만들 수 있으며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과 철저한 준비과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