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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기업의 농업진출 장벽, ‘갈등관리’로 넘는다

기업의 농업 진입 관련 쟁점과 과제
① 가족농 VS 기업농 정책 균형점 찾기

우리나라 농업의 뜨거운 감자, 기업의 농업 진입 관련 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 보고가 최근 나왔다.


김병률 농경연 선임연구위원 등은 ‘기업의 농업진입 관련 쟁점과 과제’ 연구 보고서에서 기업의 농업 진입은 관련법과 제도를 정비해 편익을 늘리고 예상되는 부정적인 효과와 갈등을 줄이는 것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의 농업 진입에 대한 찬반양론에서 찬성은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자본력을 갖춘 대규모 기업농 창설이 필요하고 농업 내부 자본으로 불충분하므로 비농업 부문의 농외자본 출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 등으로 풀이했다.


반대의 주장은 “기업의 농업투자 및 생산이 여러 부작용을 산출하는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농업경영 주체는 가족농이어야 하고 협업·기업적 농업법인을 설립하더라도 가족농이 중심이 되는 농업법인 형태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 등으로 설명했다.

 


기업의 농업 진입은 농정의 기본방향 문제와도 연관돼 있다고 밝혔다.


큰 틀에서 보면 농정의 기본방향이 가족농 중심 체제를 지향하느냐 아니면 기업농 중심체제로 전환하느냐라는 문제와 연결되고, 기업농적 농업경영체 육성을 농업 내적 발전에 기반을 둘 것인가 아니면 농외자본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는 방식을 지향할 것인가 하는 농정 방향 설정과 연결된다.


김병률 연구위원 등은 이번 보고에서 기업의 농업 진입에 대한 찬반은 ‘기업의 농업 진입을 허용하되 어느 규모 이상 기업의 참여를 제한할 것인가’와 ‘출자자본의 지분 비율은 어느 정도로 제한할 것인가’의 쟁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가 ‘농업경영체의 한 유형으로서의 가족농을 어느 정도로 보호·육성할 것인가’와 ‘소규모 농가의 대안으로서 기업농을 어느 정도 육성할 것인가’ 사이에서 찾는 균형점에서 정책 방향이 설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부팜화옹-토마토생산자 갈등, 해법은 없었나
이번 보고에서는 ‘기업의 농업 진입’이란 개념 자체가 모호한 점을 지적하고, “비농업 부문의 자본이 농업 부문에 출자하거나 수직적 통합 형태의 농업분야 법인(자회사)을 설립하는 것”으로 그 개념을 정의했다.


또한 기업의 농업 진입 형태는 두 가지로 규정했다. 하나는 주어진 제도적 틀 안에서 농식품산업 관련 기업이 농업 생산 부문에 수직적 통합형태로 참여하는 형태로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축산계열화’다. 다른 하나는 정부의 기업농 육성정책에 따라 추진되는 정책지원사업의 사업자로 참가하는 것으로서 대표적인 사업이 ‘대규모 농어업회사 육성사업’이다.


이처럼 기업의 농업 진입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의 해결방안도 각기 다르게 진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보고서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기업농 육성정책 추진과정에서 정책적 신호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사건이 2013년에 불거진 (주)동부팜화옹 첨단유리온실사업 갈등이라고 거론했다. 대규모 농어업회사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직접 추진된 것은 아니지만 그 기본 성격이 ‘장기 임대차에 의한 간척지 이용’, ‘정부의 지원사업 포함’, ‘생산물 전량 수출 의무’ 등으로 대규모 농어업회사 육성사업의 취지와 동일했다.


이 사업은 (주)동부팜화옹과 토마토생산자들 간의 갈등이 동부그룹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의 갈등으로 확대되고 동부그룹의 농자재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이어짐에 따라 (주)동부팜한농은 결국 유리온실사업을 포기했으며 논산, 새만금 지구의 농업회사 사업 추진도 잇달아 포기했다.


농경연의 이번 보고서에서는 “동부팜화옹의 유리온실사업 갈등은 (주)동부팜한농과 토마토생산자를 대변하는 전농을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로 하지만, 실제로는 기업농적 발전을 지향하고 이를 추진해 왔던 농업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갈등이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와 같은 갈등이 빚어졌을 때 농식품부가 추진정책을 실현한다는 입장에서 갈등의 조정 및 관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그 결과가 사업포기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대규모 농어업회사 육성사업 방식 개편해야
보고서는 정부 주도의 기업농 육성방식에 대한 개선 방안으로 ‘대규모 농어업회사 육성사업의 활성화’와 ‘새로운 사업방식으로 수익형 민간투자사업 방식 도입’을 검토했다.


현재 대규모 농어업회사 육성사업의 내용 중에서 사업의 활력과 진척도가 떨어지거나 농업인 및 지역주민들과의 갈등 소지가 있는 부분은 대규모 간척지 장기임대와 원예 및 축산으로 특화돼 있는 사업품목이다.
대규모 농어업회사의 사업 활력을 높이기 위해 먼저 30년 장기임대로 구성된 간척지 이용방식의 변경을 제시했다. 첫 번째 대안은, 초기에 10년 장기 임대 후 성과를 평가해 사업진척도가 높을 때 향후 20년간 전매 금지 조건하에 간척지를 분양하는 방안이다. 간척지 이용에 분양이라는 인센티브를 결부해 사업 참여 및 추진 활성도를 높이자는 것이다.

 


또 다른 방안은 업체에 따라 최소 78ha, 최대 333ha로 구성된 사업대상지의 규모를 50ha 수준으로 조정해 공동 농업경영체를 포함한 조직경영체에게 30년간 임대하는 방안이다. 이는 추진 주체를 ‘자본력 있는 일반기업·농식품기업’에서 농업 내부의 농업경영체로 넓힐 수 있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생산물 전량을 수출하는 조건이 충족되기 어려운 경우에 시설원예 분야를 다른 품목 및 업종으로 변경하는 것도 고려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바이오매스에 해당하는 에너지 대체작물을 예로 들었다.


또한 현실적으로 농업 부문에서 수익성 높은 분야가 제한적이므로 기업의 농업 투자가 더디다고 진단했다. 농업 투자는 투자금 회수에 소요되는 기일이 상대적으로 길고, 농산물 생산 및 가격 변동성이 큰 것도 투자의 애로점이라는 것이다. 육계 부문에서 기업이 축산계열화사업을 주도하는 것 말고는 기업의 농업 투자 확대가 어려운 이유다.


이번 농경연 보고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간투자사업 방식 도입을 제시했다. ‘초기 투자 부담이 큰 경우 수익형 민자사업 방식과 정부재정으로 일부 보조하고 추후 정부에 기부채납하는 방식(BTO)’, ‘대규모 시설원예 단지 조성 후 다수의 농업인이 장기 임차해 영농하는 임대형 민자사업 방식’ 등을 거론했다.
       
실효성 있는 갈등관리 매뉴얼 마련
기업의 농업 진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해당사자들 간의 갈등해결 및 상생 수단으로서는 ‘기업의 농업참여 가이드라인 개정’과 ‘갈등관리 및 해결’이 중요하다고 밝히고 관련 대안을 내놓았다.

기업의 농업 참여 가이드라인[표2]은 2013년 국민공감농정위원회에서 발표했는데 선언적이고 당위론적인 원칙에서 벗어나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에 사전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갈등사항과 사후적 갈등해결사항을 구분해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향후 농식품분야 갈등들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농식품분야 갈등관리 매뉴얼’로 발전시킬 것을 제안했다.


또 가이드라인과 함께 진입 기업 및 지역주민 간 상생 프로그램으로 ‘농가-지역농협-기업 연대’, ‘기업-생산자 연대’, ‘지자체-기업 협력’, ‘제조기업-지역 연대’, ‘외식업-생산자 연대’, ‘소매업-지역 연대’ 등이 현 가이드라인 제2항의 보완·대체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갈등관리 및 해결 방안도 모색했다. 기업농적 영농을 지향하는 농업법인과 가족농적 영농을 지향하는 농가 간의 갈등과 긴장관계는 어찌 보면 항상 존재하는 것이므로 이들 간의 갈등을 정부가 모두 해결할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

 


기업의 농업 진입으로 인한 기업농과 일반 농가 및 지역주민들 간의 갈등은 [표3]과 같이 ‘이해당사자들 간의 일반적인 갈등’과 ‘농업정책의 방향성과 관련된 주요 갈등’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또 각각의 갈등은 예방적 차원의 ‘사전적 갈등관리’와 발생한 갈등문제의 해결 차원인 ‘사후적 갈등관리’로 단계화할 수 있다.


특히 기업의 농업 진입과 관련해 기업농 또는 대규모 농어업회사 육성이라는 정책적 방향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할 여지가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농식품부의 적극적인 갈등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갈등예방 매뉴얼의 적용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더 격화되는 경우에는 농식품부가 갈등 해결을 위해 중재 및 조정자로 직접 갈등 조정에 나서거나, 해당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 거버넌스를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이은원 l wons@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