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하는 바와 같이 손톱만한 작은 꿀벌을 생각하며 지구촌(UN)에서는 “세계 꿀벌의 날(5월 20일)”을 지정하였다. 세계 식량의 날, 지구의 날과 같이 지구차원에서 기억해야 할 대상으로 이 작은 꿀벌을 지목한 것이다. 현대양봉의 선구자로 알려진 슬로베니아 안톤 얀샤(Anton Jansa)의 탄생일로 세계 꿀벌의 날을 결정한 것도 매우 인상적이다. 2017년에 유엔총회에서 선포되었으니 올해가 8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구촌에 있는 2만여 종의 꿀벌은 참 부지런한 녀석들이다. 가족(여왕벌과 일벌, 수컷벌:군집)을 이루며 살아간다. 한 번에 나가 50~100개 정도의 꽃을 방문하고, 최대 9.6km를 반경으로 약 23km의 속도로 날아다닌다. 춤을 추면서 의사소통을 하고, 적을 막기 위해 침을 한 번 쏘면 이내 죽게 된다. 살신성인 정신이 이정도인 생물이 있을까싶다. 평생 일만하는 일벌의 수명은 몇주에 불과하다. 1마리 꿀벌은 일생동안 1개 티스푼정도의 꿀을 만든다. 우리가 먹는 꿀 1kg의 생산을 위해 벌들은 200만송이의 꽃을 방문해야 하고, 무려 14만km정도를 날아다녀야 한다.
오랫동안 인간의 삶과 함께하여 온 꿀벌들이 활동하는 봄이 왔다. 하지만 갈수록 온 누리에서 느끼는 봄의 내음이 상쾌하지 않다. 꿀벌의 집단적 소멸이 보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세계 곳곳에서 벌집군집붕괴현상(CCD) 뿐만 아니라 점점 죽어가는 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벌들이 죽어가는 원인은 다양하게 지목된다.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 악화, 각종 질병, 화학농약의 무분별한 사용 등이 거론된다. 동시에 정책부재에 대한 불만이 보도되곤 한다. 미국, 중국 등의 나라에서 꿀벌연구소가 운영되고 있으니 우리 정부도 적극적 연구개발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른다.
사라져 가는 꿀벌의 중요성은 양봉농가의 재정적 피해와 동시에 수분매개자로서의 공익적 역할로 설명된다. 미국의 경우 군집붕괴장애와 꿀벌의 사멸현상으로 인한 피해를 보면, 과거에는 30~40%의 피해가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60~70%의 피해를 입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234명의 양봉가를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조사에 따르면, 연간 최소 1억 3900만 달러의 재정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미국 양봉협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꿀벌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꿀벌이 갖고 있는 수분매개자로서의 역할 때문이다. 수분매개활동을 하는 매개자는 2만여 개로 보고 있다. 나비, 메뚜기와 박쥐, 새와 설치류, 원숭이 등 매우 다양하다. 자가수정을 하지 못하는 주요 식량작물의 75% 정도는 어떠한 방법으로든 외부(타가)수정이 필요하며 이 활동의 대부분을 꿀벌이 수행하기 때문에 그들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원활한 수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매년 세계 곡물생산량의 5~8%의 손실이 발생하고, 이를 시장 가치로 환산하면 미화 2350억~577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FAO).
‘세계 꿀벌의 날’을 기념하며 지속 가능한 양봉 및 수분에 관한 행동을 위한 제2차 국제 포럼이 에티오피아(2025년 5월 20~22일)에서 개최된다. “우리 모두에게 생존의 영양물을 제공하기 위해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꿀벌(Bee inspired by nature to nourish us all)”이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될 것이다. 세계 꿀벌의 날은 꿀벌이 생태계와 식량 생산에 미치는 중요한 역할을 인식하고, 군집 붕괴 현상(CCD)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행동을 촉구하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인류의 생존과 지속을 위해 지속 가능한 양봉 활동과 수분 매개자 보호를 위한 조치들이 필요하다. 언급된 바와 같이, 가장 광범위하게 지적되는 원인이 기후변화와 환경조건의 악화이니 지구차원의 대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일부 살충제에 대한 사용자제와 각종 오염을 줄이는 노력, 서식지 파괴 중지와 복원 등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꿀벌의 중요성에 대한 우리네 인간들의 깊은 인식이 중요하다. 생태중심의 농업과 산업, 인류의 삶을 구성해야 한다. 왜냐하면 손톱만큼 작은 이 꿀벌들이 결국 인간들을 살리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