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업자재 생산업체 관계자들이 정부의 유기농업자재 관리제도 및 업무 이관, 영세율 문제, 지원제도 개선 등의 최근 업계 현안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한국친환경농자재협회(회장 권옥술)는 지난 13일 협회 사무실에서 임원 15여명이 모인 가운데 ‘확대임원회의’를 개최하고, 현안으로 대두된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해 열띤 의견을 개진했다. 한 마디로 열악한 산업 구조와 규모, 위축되고 있는 농업현실 등으로 인해 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먼저 유기농업자재 관리제도와 맞닿아 있는 ‘친환경농업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 법률 및 시행령·규칙’의 행정예고 내용에 대해 의견을 내놨다.
정부 방침의 골자는 유기농자재의 공시제로 일원화하되 효과는 시험이 실시된 작물ㆍ병해충에 대해서만 자율표시토록 한다는 내용이다. 협회 임원들은 이에 대해 “당초 ‘인정제’로 일원화하려던 방침을 ‘공시제’로 회귀하는데 대해 납득하기 힘들다”며 “정책의 안정화가 아쉽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도 그럴 것이 2014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품질인증 성격을 띄는 ‘인정제’로 통합하겠다던 정부의 방침이 기정사실로 받아 들여졌으나 갑자기 행정예고로 ‘공시제 일원화’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품질인증이 중심이 되는 ‘인정제’로 제도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 업계는 이에 발맞춰 시험설계며 제품 개발을 진행해 오던 것을 다시 ‘공시제’로 맞춰야 하는 등 혼란이 가중된다는 의견이다. 이날 임원들은 “자율표시에 대한 사후관리 비용 증가 등이 우려된다”며 “친환경농업 활성화만큼 산업계의 발전도 함께 할 수 있는 제도 정비가 절실하다”고 의견을 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한 유기농업자재 생산 업체도 이 문제에 대해 “제도가 아직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감이 있어 기존에 늘려왔던 공시제품도 최소한으로 축소한 상태”라며 “제도가 안정화되고 친환경농업 확산과 산업 활성화가 동시에 이뤄지는 시점에 유기농업자재를 다시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영세율ㆍ관리업무 이관 등도 ‘난제’
유기농업자재관리에 대한 업무가 농촌진흥청에서 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 이관되는 문제도 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부분의 유기농업자재 생산회사들은 농약 또는 비료 등을 함께 생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령 유기농업자재에 대한 관리 업무가 농관원으로 이전하게 되면 농진청과 양 기관이 서로 다른 기준으로 한 업체를 관리 또는 감독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영세한 업체로서는 유기농업자재 생산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업체 규모를 감안할 때 두 기관에 대한 대관업무를 각각 맡을 인력이 부족한 점도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보가 중요한 대관업무의 성격상 규모가 작은 업체는 점점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농약, 비료를 유기농업자재와 함께 한 기관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바람이다.
유기농업자재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 문제와 관련해서도 업계관계자들은 지속적으로 정부 당국에 건의키로 의견을 모았다.
협회는 지난 2014년 규제위원회에 영세율 적용 건에 대한 개선을 건의해 기획재정부로부터 중장기적으로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회신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 시점까지 유기농업자재 전체에 대한 영세율 적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천적, 목초액, 키토산에만 영세율이 적용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친환경농자재 목초액, 키토산, 천적을 ‘공시인증기관장에게 공시 또는 품질인증을 받은 유기농업자재’로 확대해 적용해 줄 것을 지난 4월말 기재부에 협조를 구했다.
업계도 유통시장 혼란 및 친환경농업인 비용 절감 등을 위해 유기농업자재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 건의키로 했다.
가혹한 행정처분 등 ‘산 넘어 산’
유기농업자재 지원사업 공급지침을 개선해야 한다는 부분에서는 다 같이 성토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1회 농약 검출만으로 2년간 사업을 제한하는 것은 회사의 존폐여부를 가르는 가혹한 조치라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특히 유기농업자재에서 농약이 검출됐을 때 이것이 업체가 의도적으로 농약을 주입한 것이 아닐 경우 억울함은 배가 된다.
더구나 1회 판매금지 및 제품 공시 취소만으로도 유기농업자재 공급대상에서 제외되며 이듬해에는 판매금지는 1년간, 제품 공시취소는 2년간 공급업체에서 배제된다.
농식품부는 이 제도를 시범적으로 시행해 본 뒤 문제점이 있을 경우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향후 기준 미달 제품에 대해 적용할 경우 기 기준미달된 제품 및 업체는 소급 적용이 안된다.
농식품부는 이와 함께 사전·사후관리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어서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처럼 규제가 강화될 경우 사업자에 대한 정기ㆍ수시ㆍ특별조사, 유효 성분 함량 등 조사사항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후관리비용을 정부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체에서 사후관리를 받는다는 것은 잘못된 생산 과정을 바로잡는 코칭 역할을 기대한 것인데, 이와는 달리 자신들이 비용을 지불하고 잘못된 부분으로 인해 처벌을 받는 현실을 개탄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임원들은 “산업 규모가 작지만 중요성에서는 매우 높은 위치에 있는 유기농업자재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을 결정할 때 업체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줬으면 한다”면서 “친환경농업과 관련 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심미진 l choubab@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