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붕어의 기억력은 3초’라는 얘기(과학적 조사인지, 주장인지는 확실치 않다)를 들은 적이 있다. 꽤 오래 전, 아마도 10대 때였던 것 같다. 그때 두 가지 생각을 했다. 하나는 ‘그래서 붕어 낚시가 가능하구나’, 옆에서 낚여 올라가는 친구를 보고도 3초만 지나면 까먹으니까 또 낚싯밥을 먹는 붕어… 또 하나는 ‘그래서 좁은 어항 속에서도 오래 살 수 있구나’, 이쪽 끝으로 왔다가 막혀 돌아가는 사이에 모든 걸 까먹으니 그에게 어항은 망망대해나 다름없지 않을까.
세월이 흘러흘러 다시 붕어의 3초를 떠올리니 전혀 다른 느낌이 든다. 3초의 기억력이라면 하루에도 수천 번 경이롭게 세상을 보지 않을까. 신기한 세상살이, 그야말로 3초의 행복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부럽다, 금붕어.
#2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를 한 선배와 주말 회동을 했다. 점심을 먹는 내내 코로나 불루가 도마에 올랐다. 약간의 폐쇄 공포증이 있는 선배, 집안에 오래 있으면 감옥생활처럼 느껴져 가끔은 가슴에 통증까지 온다고 토로했다. 남편이 암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상태라 외출에 두려움을 느낀다는 호소. 나가도 불안, 들어앉아 있어도 불안,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가늠이 서질 않았다. 그래서 물었다.
“폐쇄공포증은 선천적인 거예요?”
“그런 경우도 있는데 내 경우는 어렸을 때 겪은 트라우마 후유증. 애들하고 놀다가 벽장 속에 갇힌 적이 있는데, 사실은 갇혔다기보다 애들이 나를 잊고 버려둔 거였지만… 하여간 그 이후 생긴 후유증 비슷한 거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결국 기억의 병이다. 금붕어에게도 1~2초 동안의 공포가 반복될 수 있을까. 붕어가 되어 보지 않은, 사람의 입장이다 보니 이해난망하다.
#3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농촌을 주목하라’고 주장한 철학자의 얘기를 (뉴스로) 봤다.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보지 않고도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알고 보면 부동산 문제는 인구의 도시 집중에서 시작됐고, 사람들이 도시로 몰리는 이유는 생존에 유리하고 돈이 몰리기 때문 아닌가. 간단하게 말해서, 농촌이 생존에 유리하다면 농촌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도시에 집착하게 되는 이유를 줄이면(없앨 수는 없으니) 해결되는 문제인데 왜 해결되지 않을까, 혹은 해결하지 못할까.
그런저런 것을 감안해 보면, 사람은 붕어보다 나을 게 없다. 붕어는 노니는 물의 평수를 따지지 않는다. 환경에 대한 불만도 없다. 껌벅껌벅 잊으면 그만, 매일 매시 매초 행복할 수 있다. 금붕어를 생각하면서, 코로나19의 종식을 기대하면서, 잊음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잊어야 다시 살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