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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배출하는 퇴비 vs 공급하는 퇴비…“어렵다”

환경부 소관 가축분뇨법과 농식품부 비료관리법
부숙도·중금속 기준 등 격차 큰 퇴비 따로 존재
혼돈 속 “유기질비료 업체들의 설 자리 좁아지나”


환경부 소관 가축분뇨법에 따라 시행된 가축분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가 내년 3월 25일부터 본격적으로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사실 올해 3월 25일부터 정상 시행되고 있으나 제도 시행 초기 지자체·축산농가 등의 준비부족 우려 등을 해소하기 위해 계도기간이 부여됐다. 계도기간 중에는 부숙기준 미달 퇴비를 살포하거나 연 1∼2회의 부숙도 검사 의무를 위반해도 행정처분이 유예됐으나 2021년 3월 25일부터는 행정처분 대상이 된다.


가축분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최근 가축분뇨 처리와 자원화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11월 23일 KREI 현안분석으로 발표된 ‘가축분뇨 자원화 여건 변화와 대응과제’(김현중 부연구위원 등)에서는 가축분뇨 자원화 방법의 다양화와 함께 가축분뇨 처리시설의 확충과 개선, 가축분뇨 퇴·액비 수요 확충, 경축순환농업 활성화 등의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퇴·액비로의 자원화 이외에도 바이오가스 에너지화, 고체연료화를 통해 농경지 유입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에서도 ‘지역자원기반 경축순환농업 활성화 방안’을 작년 12월 원안 의결하고 올해 추진계획을 수립·시행중이다.


가축분뇨에 대한 논의는 적극적인 자원화를 통해 경축순환농업을 실현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되곤 한다. 퇴비·액비의 활용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의외적인 현상은 그동안 경축순환농업의 고리를 힘겹게 이어온 유기질비료 지원사업 참여업체들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듯 논의의 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점이다.


축산농가 28.8%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 취약 
최근 KREI 현안분석에 따르면 가축 사육 마릿수 증가로 가축분뇨 발생량은 지속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축분뇨 발생량은 2008년 4174만톤에서 2019년 5184만톤으로 24.2% 증가했다. 돼지 분뇨 발생량이 2072만톤으로 전체의 40%이며 한육우 분뇨 발생량은 1598만톤으로 30.8%, 닭 분뇨 발생량은 557만톤으로 10.7%를 차지하고 있다.


2006년 3월 ‘폐기물에 의한 해양오염 방지에 관한 국제협약’이 발효됨에 따라 정부는 2007년부터 가축분뇨 및 하수의 해양배출 감축 대책을 수립해 추진했고, 2012년부터 가축분뇨의 해양배출 전면 금지 목표를 달성했다.


현재 우리나라 가축분뇨는 90%이상이 퇴비, 액비로 자원화되어 농경지에 환원되고 있으며 7.5%정도가 정화방류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퇴비로 자원화되는 가축분뇨 물량은 2019년 기준 4142만8000톤이었다. 작년 농협검수 기준으로 유기질비료 지원사업 참여업체가 전국에 공급한 퇴비 물량은 242만톤으로 원료환산을 무시하면 그 비중이 5.8%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축산농가는 당장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에 대해 큰 부담을 안고 있다.
올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실시한 축산농가의 퇴비 부숙도 관리 실태 조사(7월 기준)에 의하면, 퇴비 부숙도 관리 대상 축산농가 5만517호 중 71.2%는 자체적으로 퇴비 부숙도 관리가 가능한 농가로 조사됐으며 나머지 28.8%는 관리가 필요한 농가로 나타났다.


퇴비 부숙도 관리가 필요한 농가 1만4573호 중 52.7%는 부숙도 관리만 미흡한 농가로 나타났으며 22.1%는 부숙도 관리가 미흡하고 교반 장비가 부족한 농가로, 19.7%는 부숙도 관리가 미흡하고 퇴비사가 부족한 농가로, 나머지 5.5%는 부숙도 관리가 미흡하고 교반 장비와 퇴비사가 부족한 농가로 조사됐다. KREI는 조사 결과에 대해 퇴비 부숙도 기준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부숙도 관리가 미흡한 농가에 대해서는 적절한 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퇴비사 및 교반 장비가 부족한 농가에 대해서는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기준의 퇴비, 소비자에게도 혼란 야기       
허가·신고 대상 축산농가의 가축분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 규정을 살펴본 유기질비료 지원사업 참여업체들은 큰 온도차를 느꼈다고 밝히기도 했다. 축산농가가 퇴비부숙도 검사 기준을 지키기 위해서는 1500㎡미만 배출시설은 부숙중기, 1500㎡이상 배출시설은 부숙후기 또는 부숙완료 기준을 지키도록 되어있으며 중금속 기준도 확연히 다르다.


유기질비료 지원사업 참여업체들이 부숙완료를 비롯해 까다로운 규정을 지켜야함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그러나 축산농가와 가축분뇨처리업체(공공처리 및 재활용시설 등)가 배출하는 퇴비와 유기질비료 지원사업 참여업체들이 공급하는 퇴비가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현실에서 각기 다른 기준의 퇴비를 배출하거나 유통하는 현실은 소비자에게도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축산농가 등이 배출하는 퇴비가 업체들이 공급하는 퇴비와 다른 물질이라는 것은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3]을 보면 확연하다. 부숙도는 앞서 말한 기준대로이며 70%이하 함수율, 돼지분뇨의 경우 구리 500mg/kg이하·아연 1200mg/kg이하, 소·젖소 분뇨의 경우 염분 2.5%이하를 지켜야 한다. 또한 축사 규모에 따라 1년 1∼2회의 부숙도 검사와 3년간 결과 보관, 기준 위반시 1회차부터 3회차에 걸쳐 50만원에서 200만원까지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반면 업체들은 비료관리법 비료공정규격 [별표3] 부산물비료의 지정에 따라 휠씬 더 까다로운  가축분퇴비와 퇴비의 기준을 지켜야 한다. 콤백 등에 의한 부숙완료, 구리 360mg/kg이하, 아연 900mg/kg이하, 염분 2.0%이하, 수분 55%이하 기준이며 이를 어길 시에 “식품보다 더 가혹하다”는 평가를 받는 6개월∼3년의 영업정지가 따른다.


‘퇴비’라는 이름이 싸잡아 욕을 먹는 사례 빈번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19년 퇴비 부숙도 기준 시행에 대응해 중소 축산농가의 퇴비부숙도 준수와 축산악취 저감 등을 지원하기 위해 퇴비유통조직 140개소를 육성한다고 밝혔다. 2019년도 추경사업으로 퇴비유통전문조직 140개소 육성 및 퇴비 살포지원 등을 위해 112억4000만원이 반영된 바 있다.


농식품부는 지자체와 협력해 지역내 축산농가 40호이상, 살포면적 100ha이상을 확보한 농축협 및 농업법인(자원화 조직체) 등을 대상으로 퇴비유통전문조직을 선정하고 있다. 퇴비유통전문조직에는 가축분 퇴비의 부숙과 운반, 살포에 필요한 기계와 장비 구입비를 지원하는 한편 가축분 퇴비의 농경지 살포비용 일부를 지원할 계획이다.


퇴비유통전문조직은 계약을 체결한 축산농가를 월 1회 이상 방문해 퇴비 교반 등을 통해 가축분 퇴비에 산소 공급, 수분 등을 조절하고 미생물을 살포해 호기성 미생물을 활성화시킴으로써 퇴비의 부숙을 촉진시킨다는 계획이다.  

 
퇴비유통전문조직이 축산농가의 가축분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를 정착시키는 핵심 요원으로 등장한 만큼 이들의 역할론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유기질비료 지원사업 참여업체들 사이에서는 “퇴비유통전문조직의 경제활동 범위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도 무허가 업체들이 유통시키는 가축분 등의 물량이 정상적인 원료 물량의 3∼4배에 이른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입니다.” 한 유기질비료 지원사업 참여업체가 밝힌 불편한 진실이다.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악취 나는 퇴비로 인한 사회의 불협화음은 정작 문제의 당사자인 퇴비의 정체는 밝혀내지 못한 채 ‘퇴비’라는 이름이 싸잡아 욕을 먹는 사례가 빈번하다.

 
가축분도 ‘퇴비’이고, 앞으로 퇴비부숙도 검사를 거친 부숙된 가축분도 ‘퇴비’이고, 유기질비료 지원사업 참여업체가 공급하는 ‘퇴비’도 모두 퇴비라면 앞으로도 이런 사례를 피하기 힘들 것이다. 


엄격한 규격을 지키며 각종 규제 안에서 고품질의 가축분퇴비와 퇴비를 생산해온 업체들은 내용은 엄연히 다르지만 이름이 같은 또 다른 퇴비가 업계에 혼란을 불러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