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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우의 종자, 세계로 나갈 힘 충전됐다”

農&산업 리더를 만나다 ∥ 이병각 농우바이오 대표이사


농우바이오가 올해 수출 3150만불이 예상돼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총매출도 올해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병각 농우바이오 대표이사는 “농우는 현재의 성과보다 그 미래가 몇 배 더 기대되는 종자기업”이라고 요약했다. 우리 종자업계가 국내 정체된 시장과 치열한 경쟁을 넘어서는 방법은 적극적인 해외진출뿐이다. 그 대표주자인 농우바이오의 미래는 대한민국 종자산업의 가능성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여년의 시간을 농우와 동반한 이병각 대표에게 농우의 미래, 한국 종자의 미래를 물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가운데 작년보다 수출을 늘렸다. 올해 사업을 평가한다면  코로나19라는 복병으로 인해 영업과 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올해 수출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지난해보다 수출액 5%가 신장됐다. 중국의 사업이 미진했으며 미국도 약보합을 나타냈다. 그 대신 인도와 터키에서 목표를 넘어선 좋은 성적을 거뒀다.


앞으로 해외 진출의 최대 희망은 어디에서 찾고 있나  인도, 터키, 멕시코 그리고 중국이다. 터키는 2016년 현지기업을 인수해 진출했으며 처음과 비교해 2.4배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터키는 유럽의 전진기지로서 R&D에서 더욱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현재 토마토 시험을 하고 있고 내년에는 우리 연구 인력을 현지에 투입해 유럽 진출용 고추, 토마토, 오이를 육성할 예정이다. 터키를 통한 유럽시장 공략이 멀지 않았다.


멕시코 현지의 회사 인수도 가시화 되고 있다. 미국 판매 종자 80%가 할라피뇨계 고추인 만큼 멕시코고추와 토마토, 수박 육성까지 계획하고 있다. 유럽의 글로벌회사들이 집중돼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중국에는 하북농장, 북경농장, 광둥연구소가 있으며 앞으로 산둥성 칭다오가 주요거점이 될 것이다. 4만평의 땅을 임대받았고 2300평의 건축허가도 나와서 내년 하반기에는 중앙연구소 설립이 가능하다. 그곳에서 수박, 호박, 고추, 토마토 등의 연구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이미 세계 5위 종자기업이 들어와 있는 덕분에 수질·토질검사를 생략할 수 있다. 게다가 연구소 부지 15분 거리에 신공항이 들어설 예정이다. 필요시 한국에서 ‘당일치기 출장’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직접 오기 힘들어 화상회의에 의존하는 유럽의 종자회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우리의 근접성이 빛을 발할 것이다.


농우바이오의 2025년 글로벌 종자기업 10위 목표가 현실화 될 수 있을까  세계 종자시장이 55조원, 그중 채소종자는 6조5000억~7조원 정도다. 우리 매출이 1000억원이니까 전체 채소종자 시장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10등하는 회사의 매출이 3000억원 정도 된다. 우리 자체 매출을 늘려 10위권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은 외국기업과 M&A를 해서 규모를 키우는 것이다. 현재 멕시코, 이스라엘, 스페인 등에서 추진하고 있다. 매출 규모가 크지 않지만 기술력이 있는 회사들이 우리에게 알맞은 타깃이다.


최근 국내에서의 성과를 말한다면  세계 최초로 TSWV(칼라병) 내병계 고추를 개발한 데 이어 탄저병에도 강한 복합내병계 신품종 고추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제주 월동무의 압도적인 점유율, 봄부터 월동까지 배추 전 작형을 갖추면서 매출이 늘어났다. 참외는 종자카피의 피해가 끊이질 않는 가운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직도 국내에 외국종자의 점유율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국내 채소종자 시장에서 국외로 로얄티가 가장 나가는 품목은 양파와 파프리카, 토마토 등이다. 이들 품목의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파프리카의 경우 우리가 농협종묘와 R&D를 합치면서 안성 파프리카연구소의 1500평 유리온실에서 파프리카만 육성해 이미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문제는 농가의 인식인데 워낙 고수익작물이다 보니 모험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짙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농협하나로유통 사업부와 연계해 주요 산지 농가와 계약재배 형태로 우리 품종을 퍼트릴 계획이다. 네덜란드 파프리카 종자 1립에 최고 1000원까지 하는데 우리는 반값 이하로 공급할 수 있다.


일본·네덜란드계가 선점하고 있는 완숙계 토마토는 연구인력을 강화해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방울토마토 시장도 과거엔 일본 종자가 많았지만, 우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추형 방울토마토를 개발해 성공하면서 상황을 역전시킨 바 있는 만큼 완숙계 시장도 반드시 해낼 것이다.


아직은 일본 품종이 압도적인 중만생종 양파와 단호박 시장에서도 가격을 낮추면서 경쟁력이 있는 종자를 통해 서서히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자신한다. 이마트와 ‘국산의 힘’ 프로젝트를 진행한 ‘K-스타’ 양파, 올해 인기가 치솟은 미니단호박 ‘달꼬미’ 등 이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도 Golden Seed 프로젝트(GSP) 등으로 종자업계를 지원 사격하고 있다. 관련해 요청 사항이 있다면  한국 종자 수출 2억불 달성이 GSP의 목표다. 작년 종자 수출액이 5600만불, 그중 60%는 우리가 수출하고 있다. 10년에 걸쳐 진행된 프로젝트가 내년에 마무리되는 만큼 업계도 총력을 다할 것이다. 아쉬운 점은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GSP운영지원센터에 사외이사 등의 형식으로 종자수출의 현실과 의견을 전달할 업계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강화되는 검역으로 수출입시 업계의 고민이 크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업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며 종자의 정선-소독-살균-포장을 할 수 있는 시설을 정부가 설치해준다면 좋겠다.


5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토종기업 농우바이오가 2014년 농협경제지주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더하고 빼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농우바이오 전직원에게 “생각하는 농우인, 깨어있는 농우인이 되자”는 핸드폰 문자를 보낸 일이 있다. 오랜 시간 종자기업 농우의 원동력은 직원들의 절실한 마음이었다고 생각한다. 필요한 변화는 함께 수용하되 우리를 지탱했던 끈질긴 노력과 자부심은 가져갔으면 한다. 품종개발을 하는 기업의 특수성을 안팎에서 지키고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한편 농협 계열사의 장점을 살려 우리의 우수품종·신품종으로 외국품종을 대체하는 일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이미 R&D가 통합된 농협종묘센터와 큰 걸음을 맞춰 시너지를 내는 것도 앞으로의 숙제다. 농우바이오는 현재의 연구와 생산, 해외영업의 토대를 바탕으로 더 큰 도약을 할 수 있는 저력을 충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