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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산업 리더를 만나다 ∥ 김두호 국립농업과학원장

‘집사광익(集思廣益)’으로 농업의 융복합화 일군다


올 1월에 취임한 김두호 국립농업과학원장은 “우리 농업이 녹색혁명, 백색혁명, 품질혁명을 거쳐 가치혁명의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 위기를 맞고 있지만 디지털 기술 확산 등 다양한 변화가 농업에서 새로운 가치를 기대하게 만든다. 

 
농촌진흥청의 중추 기술연구기관인 농과원의 혁신과 발전도 변화와 도전의 시기를 어떻게 대응하고 극복하느냐에 달려있다. 김두호 농과원장은 취임 시 현장연구와 연구관리·정책 등에서 쌓아온 폭넓은 경험과 전문성을 두루 인정받았다. 김 원장이 제시하는 변화와 혁신의 청사진이 궁금했다. 


  

시대에 부합하는 농업기술 개발, 현장에 접목되는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고들 말한다. ‘현장 중심의 리빙랩(Living Lab) 과제’는 현장에서 시작되는 연구라는 기대감을 자아내고 있다  과거에는 현장의 애로사항을 연구실로 가져와서 담당자가 연구했다. 그러나 지금은 소통의 시대 아닌가.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 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이려면 그 곳의 기술 수요자와 그로 인해 효과를 보는 2차 수요자가 과제수행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에서 출발했다. 도입 계획은 2016년 연구정책과장을 할 때 처음 세워졌다. 특정인을 위한 기계장비 개발 등 농업 외 분야에서 도입한 사례가 많이 있다. 처음엔 시스템이 없었던 터라 새로운 연구방식으로의 전환이 쉽지만은 않았다.


성공사례가 나왔는지  국립식량과학원장 때 쌀가루를 가지고 첫 시도를 했다. 실제 재배하는 농가, 쌀가루로 빵을 만드는 제과점, 소비자까지 참여해 산지, 업체, 연구실 등을 서로 오가며 참여하니 피드백이 빠르게 전해졌고 좋은 성과가 나왔다. 농과원에서는 논산 대과형 딸기(킹스베리)의 수출애로를 해결하는 긴급과제를 진행했다. 수출에 적합하도록 GAP 인증과 위생관리부터 시작해 딸기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하는 포장재 선택은 물론 수분매개와 재배시 클로렐라 미생물의 활용 등 모든 것을 수요자와 함께 연구 개발했다. 기존과 달리 한 사람 한 농가에 대한 기술지도가 아니었으며, 패키지 형태의 연구로 진행하니까 현장에서의 실감과 만족도가 컸다.


내부 연구자의 체질 개선도 필요할 것 같다  김경규 농촌진흥청장께서 “연구자가 현장에 일주일이든 한 달이든 가 있어도 좋지 않겠냐”고 했을 정도로 변화의 바람은 일고 있다. 연구실에서 행하는 연구의 한계를 뛰어넘어 현장 연구의 개념과 패턴을 만든다는 의지로 새로운 과제를 발굴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전제는 기초기술을 튼튼히 해야 하는 농과원의 역할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현장에 적합한 연구가 따로 있다는 이야기다. 현장연구로 갈 때는 여러 부가 협업해 패키지로 개발·보급하고 시범사업의 단위도 묶어서 지역단위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을 하자는 방향이 자연스레 도출되고 있다.


PLS(Positive List System:농약 허용기준 강화제도)가 시행되면서 농약의 평가와 등록, 관리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PLS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자재가 농약이다. 농약은 인류에게 반드시 필요한 농자재라는 것에 공감한다. 그런데 농약은 개발도 해야 하지만 사업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 2014년 GAP 농업 업무를 했을 때 이야기다. GAP 농업은 이력추적제이다. 이력추적이 되려면 등록된 농약만 써야 하는데 주요작물과 달리 소면적재배작물은 등록된 농약이 현격히 부족했다. 그러니 농산물 부적합률이 평균보다 훨씬 낮은 2~3%가 됐다. 그래서 소면적재배작물의 농약 사용을 투명하게 하기 위한 등록 예산을 국회에 신청했다. 밤새 자료를 만들며 준비해 25억원이라는 예산을 확보하게 됐다. 그때부터 소면적재배작물 병해충에 대한 조사작업, 농약등록, 잔류시험을 통해 필요 농약 등록사업을 시작했다. 아예 이때부터 PLS 시행이 공개됐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현재 농진청은 연 2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쓰면서 PLS에 대응하고 있다. 

         
PLS에 맞춰 내년까지 모든 작물에 대한 농약등록이 이뤄지면 특정작물에 사용할 약제가 없다는 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PLS를 계기로 농업인들도 안전사용기준을 철저히 지키게 됐다. 국내 소비는 물론 수출에도 기여하고 수입농산물에 대한 규제도 확실하게 할 수 있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잠정등록된 농약들이 정상적인 시험성적에 의해 등록돼야 하고, 새로운 작물·문제 해충도 계속 나타나므로 PLS 업무는 이에 대응해 이어질 것이다.


여러 경험을 통해 얻은 농약 관련 업무의 기본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  농약은 개발과 등록도 중요하지만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성물질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소홀함이 있다면 식품 안전과 환경 생태계에도 문제가 야기된다. 반드시 과학적 근거에 의한 기준에 따라 농약을 심의하고 평가해야 하며 그 바탕에서 농약의 중요성을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깨질 때 농약에 대한 불신이 생긴다. 또 하나 덧불인다면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단위면적당 농약사용량이 3번째로 많은 국가이다. 집약농업을 하는 이유도 있지만 농약사용량을 줄여가는 실천과 연구도 필요한 부분이다.


일반인들의 농약에 대한 인식이 다소 부정적이다. 근거 없는 불안감은 안타깝기도 하다  과거엔 자살 등 농약사고가 부정적인 인식의 한 요인이 됐다. 농약의 해를 입은 물고기 등 단편적인 영상이나, 친한경농업에서 화약성분보다는 천연추출물 이용을 강조하면서 인식에 영향을 미친 부분도 없지 않다.


소비자 대상으로 농약에 관련된 강의를 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농약은 독성물질이므로 이를 사용해 작물의 병해충을 없애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 농약을 농업에서 사용하지 않았을 때의 문제점도 짚었다. 우선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치료약이 없어서는 지금의 수명이 보장되지 않는다. 우리의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선 농약이 없어서는 매우 곤란하다. 다만 독성이 있기 때문에 국가가 이를 철저히 관리하기 위해 농약관리법이 존재한다. 법령에 의해 개발할 때부터 이를 평가하고 국가가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등록하고 심의하며 판매 시에도 유통관리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농약안전사용의 기준도 과학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농약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농약을 쓰는 사람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에 수강자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농약에 대해 바르게 알 수 있는 홍보와 교육이 충분히 이뤄진다면 농약에 대한 일반인의 불신은 사라질 것이다.


올해 농촌진흥청의 4대 중점과제 중 하나가 융복합 기술을 활용한 미래 대비 연구개발 강화이다. 농업의 융복합화에 대한 평소 생각은  농업의 융복합화는 농업기술에 ICT를 비롯한 여러 분야의 정보가 모여서 새로운 농업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식량원장 시절에 융복합에 가장 잘 맞는 단어로 ‘집사광익(集思廣益)’이라는 말을 접했다. 지금 농업공학부에 가면 이 단어를 만날 수 있다. 제갈공명이 재상이 되어 나라를 이끌어가는데 혼자 생각해서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 종합해 정책입안을 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나갔다는 사실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게 ‘집단지성’이라는 말로 쓰이기도 했으며 지금은 융복합 개념으로 다시 다가왔다. 생각을 모으듯 각각의 기술을 모으는 것이다. 각 기술이 발전되는 과정에서 편리성을 추구하다보니 자동화로 향하게 됐다. 자동화를 위해 전자, 기계, 정보통신 기술이 융합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산물이 스마트폰 아닌가. 이거 하나로 많은 일들이 해결되듯 농업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농업인이 줄어든다 해도 농업은 유지돼야 하므로 기술의 융합에 의해 자동화로 가야 한다.


농업의 스마트화를 위해 농업공학의 스마트팜 기술 접목도 활발하다  스마트팜 1세대, 2세대, 3세대 등이 보다 완벽한 자동화로 가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창문 여닫고 난방기 켜는 스마트 기술에서 이제 센서를 통해 작물의 생육을 체크해 물과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다. 해외출장을 가서도 앱 하나로 자기 농장을 관리하는 시대가 오고 있지 않나. 과거의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컸다지만 이젠 달라진 세상이다. 우리 연구과제에서도 융복합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 6부2센터 중 4개부가 참여해 아쿠아포닉스 사업도 추진하려 한다. 물고기를 키우고 부영양에 따른 미생물을 활용해 식물을 키운다. 물고기 사료부터 농작물 생산까지 이어지는 융복합과제다.


코로나19가 사회 전반의 모습을 바꾸면서 농업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 먼저 보면 개발한 기술의 현장 보급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비대면 기술교육으로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 생길 것이다. 비대면 기술교육을 위한 방법적인 기술도 필요할 수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온라인이 더 활성화되면서 그 흐름에 맞는 농작물 생산기술 개발도 가능하다.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좋은 작물이라든지 HMR로 가공하기 용이한 작물을 개발·생산한다든지 하게 될 것이다. 우리 농과원은 생명공학연구와 식품연구를 통해 동반해야 할 것이다. 생물학박사 최재천 교수가 이번 코로나 사태에 대해 말하면서 면역백신 개발도 필요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는 행동백신, 자연환경을 잘 유지하기 위한 생태백신도 강조하는 것을 봤다. 인간이 자연의 동식물을 훼손해서 코로나와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선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경쟁력을 갖춘 농업기술의 개발과 환경보전을 위한 농업이 함께 가야 한다. 되도록 환경에 위험을 주는 재배방법은 최소화하고 비료와 농약은 안전기준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앞으로 환경보전이 더욱 강조될 것이며 이에 필요한 기술개발도 필요하다. 농업과 그 이외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변화들이 일어날 것이라 본다.


끝으로 농과원의 조직문화는 어떻게 이끌고 싶은지  무엇보다 조직 구성원 모두가 즐겁게 일하고 긍정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직장 분위기를 조성하기에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 업무 추진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내부 혁신도 지속해서 추진하고 직원들의 창의성 발휘와 유연한 업무처리, 연구원의 연구역량 강화, 불필요한 일 없애기, 일과 삶의 균형 실천, 동호회 활성화 등 근무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