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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농약안전, 라벨만으론 못지킨다”

농약포장지 표시기준 개선 공청회

 

 

 

농약포장지 표시기준 개선이 ‘또다시’ 논의의 장에 올랐다.  내용물이 아닌 포장지(라벨)가 논란의 중심에 서는 이유는 반드시 올바르게 사용해야 안전을 기할 수 있는 농약의 특성 때문이다.


농약의 안전은 복합적인 의미를 띤다. 일단 농약을 사용하는 농업인에게 안전해야 하고, 농약을 친 농작물을 섭취하는 소비자에게도 안전해야 하며, 농약을 식용 액체로 오인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마지막까지 최소화하도록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집약적으로 담아내야 하는 것이 바로 농약 라벨이므로 농약업계는 이에 대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라벨의 지면은 한정적인데 ‘안전’을 위해 표시해야 할 사항은 차고 넘치는 현실이 문제다.


이번 농약병(포장지) 표시기준 개선 움직임은 국회 발언에서 촉발됐다. 2018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촌진흥청 국정감사에서 서삼석 의원(민주,영암무안신안)은 농약병과 물병을 양손에 들고 서로 잘 구분이 되지 않아 농약 음독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이 장면은 나름의 호소력으로 언론에 퍼져나갔다.(서 의원은 올해 농진청 국감에서도 관련 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같은 내용의 발언을 반복했다).

 

한편 올해 박완주 의원도 국회에서 “PLS 시행에 발맞춰 고령농업인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농약병 표시기준을 혁신해 달라”며 적용작물의 그림표기의 고려도 함께 요청했다.


이에 농진청은 올해 4월부터 농약병 표시기준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과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농진청이 아주대에 연구용역을 맡긴 ‘농약 포장지 표시기준 개선’안은 연구결과 발표 후 “고비용을 유발하며 현실성도 없다”는 농약 제조업체들의 강한 반발과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에 농진청은 농약업계의 의견을 재수렴한 후 ‘아주대 안’의 개선안을 마련해 지난 22일 농진청 국제회의장에서 관계자들을 모아 공청회를 개최했다.

 

농약 포장지 아킬레스건은 글자크기
‘농약병과 물병의 구분이 더 확실해야 한다’는 서삼석 의원의 지적에서는 농약과 연관된 안타까운 역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7~2010년 동안 농약으로 인한 국내 사망자수는 연 3000명 이상을 나타냈다.

 

이후 그라목손과 고독성농약 9종 등록취소와 함께 줄어들어 2017년 관련 사망자수는 1/3 수준인 925명을 가리키고 있지만 농약오용시 극단적인 결과는 사회적 상흔이 아직 뚜렷이 남아있다. 이번 공청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김효경 농진청 농자재산업과 사무관은 “농약병을 음료수병으로 오인해 일어난 사고사로 밝혀진 경우가 2007년 83명이었던데 반해 2015~2017년에는 년 10~13명이었다”고 밝히고 변화된 현실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간 라벨 표시기준은 꾸준히 논란의 대상이 돼왔고 법으로 지정한 표시기준도 빈번히 개정돼왔다. 농업인 고령화에 따라 유독 글자크기를 둘러싼 논의와 개정이 적지 않았다. 2012년에는 라벨 표시 항목별 최소 글자크기 기준을 신설(5~8포인트)했고 별지 설명문 표시 대상 농약을 100ml이상에서 250ml이상으로 확대했다. 이어 2014년에는 적용대상 작물·병해충 글자크기를 8포인트 이상으로 하되 적용이 어려운 경우 별지설명문에 12포인트 이상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바꿨다.

 

이번 연구용역 결과로 나온 아주대의 ‘농약 포장지 표시기준 개선’안은 현행 8포인트인 적용대상 작물·병해충 글자크기를 용량별로 10~16포인트로 확대안을 낸 것이 업계의 강한 반발을 샀다. 이와 같이 글자크기를 확대할 경우 병류는 기존 제품의 단층라벨을 다층라벨로, 다층라벨을 북라벨로 제작하는 비용 등으로 농약 ‘한 병당 약 85원’의 추가비용을 예상했고, 제조업체의 추가비용 총계를 약 90억원으로 추산한 것이다. 업계 입장에서는 추산비용 이상의 비용투여가 발생할 수 있으며 라벨 길이나 지면수를 무한정 늘리라는 발상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최종 개선안에서 농약업계 의견 재수렴
이번 공청회에서 농진청은 연구용역으로 수행한 ‘아주대 안’을 일부 개선한 ‘포장지 표시개선’ 안과 농약병 라벨 샘플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농약병의 ‘농약’ 문자를 현행 상표명의 1/2크기에서 포장단위별 크기(15~30포인트)로 개선해 농약에 대한 인식정도를 제고하고자 했다. 그 결과 ‘농약’ 문자가 더 커지는 효과가 나타났다.<도표1>


포장단위별로 적용대상작물, 병해충, 사용적기 및 방법, 안전사용기준의 글자크기 차등도 확대했다. 대신 업계의 반발을 샀던 아주대 안의 10~16포인트 확대안을 8~12포인트로 변경한 개선안을 제시해 우려됐던 다층라벨, 북라벨 추가비용을 어느 정도 완화하고자 했다.<도표2>

 

적용대상이 많아 다층라벨, 북라벨 사용에도 기재가 불가능할 경우 14포인트(현행12) 글자크기의 별지를 의무화했다.

포장단위별로 그림문자 크기 차등도 확대했다. 현행 7mm×7mm이상에서 포장단위별로 14mm×14mm까지 확대했다.<도표3>

 

용기마개는 그 색깔을 바탕색과 동일하게 적용토록 했다. 현재는 액상 제초제의 경우만 황색 용기마개 의무 사용이었던 것에서 바탕색과 동일하도록 개선했다.<도표4>

 


그림표시는 고령농업인을 위해 전면부의 지정된 공간에 주요농작물 실사그림을 삽입할 수 있도록 개선했는데 필수조항이 아닌 업계자율에 맡기기로 했다.<도표5>

 


또한 공간배치에서는 반복문구 등을 통합해 공간을 확보하고 활용도 낮은 정보(경고문구, 해독방법 등)의 위치·크기를 조정했다.

 

기타 QR코드, 바코드 등 전자적 방법을 활용한 개선방안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공청회에서 농진청은 ‘주요 농약포장지 표시개선’안에 따른 농약병 샘플들도 함께 제시했다.

 

확대 개선된 글자크기를 적용한 라벨은 전반적으로 가독성이 높아졌다. 반면 현행보다 다중라벨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제작과 비용에서 업계가 풀어야할 숙제로 돌아왔다.


한편 이번 ‘주요 농약포장지 표시개선’안은 오는 12월 행정예고를 거쳐 고시될 예정이며, 신제품 농약부터 단계적으로 포장지 표시를 개선토록 할 계획이다.


이번 공청회는 150여명의 관계자들이 모여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으며 각기 입장에 따른 시각차도 노출됐다.

 

지정토론에 참여한 조성필 한국작물보호협회 상무는 “라벨 글자 크기 확대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서도 고려가 필요하다. 제작과정의 수작업 증가와 별지 관리 등은 비용도 증가시키지만 혼란을 가져온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정책연구실장은 “농약 사용과 연관된 농업인의 건강 문제에 관심을 확대해야 하며, 무엇보다 산업이 감당해야할 사회적비용이 농업인에게 전가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또한 농약용기는 미적 디자인에 앞서 위험성을 인지할 수 있는 요소를 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라벨 개선이 농업인의 안전을 100% 지켜주는 것이 절대 아니므로 관련 시스템의 지속적인 개선과 농업인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복잡한 농약포장지 제작과정은 비용과 혼란 야기
농약사용 연관된 총체적인 농업인 건강 관심둬야
미적디자인에 앞서 위험성 경고 요소 담아야한다
파급효과가 크므로 ‘한 번’ 변경때 신중하게 접근
라벨보다 판매인에게 정보얻는다…판매시스템 중요
QR코드, 터치패드 활용고려…농업인 눈높이 관건


 

서용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부총장은 “라벨 변경시 파급효과가 큰 만큼 한번 변경할 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임규원 농협경제지주 자재부 농약팀장은 “라벨, 자체적인 별도 봉투 제공, 작물보호제지침서앱 등 기존 방법들을 다 동원해도 농약 안전 사용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내년부터 농협 농약판매장 현대화 작업으로 스마트매장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농약병에 터치패드를 적용해 농약을 구입한 농업인이 한번 터치하면 적용작물과 병해충 정보가 출력돼 나오는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원택 전국작물보호제유통협회 중앙회장은 “농약 구매와 사용에 있어 농업인들의 불편을 최소화 하는 방안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창형 농림축산식품부 농기자재정책팀 사무관과 김봉섭 농진청 농자재산업과장은 “올해 PLS가 전면시행되면서 농업인들이 적용대상 농작물과 병해충 안전사용기준을 정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농약 포장지 표시기준 개선의 골자”라고 밝혔다.


토론을 지켜본 한 김제 거주 농업인은 “농약의 안전한 사용은 라벨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농약 이름과 라벨의 내용을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나를 비롯해 많은 농업인들이 판매인에게 의존하는 비중이 높다. 우수한 판매인과 판매시스템이 농업인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강변했다. 

이은원 기자 | wons@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