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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의 農에세이] 맛있게 먹어야 건강해진다

-고기를 맛있게 먹는 법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때문에 농촌의 걱정이 태산이다. 농촌의 걱정이 늘어나면 나라의 걱정도 비례해 커진다. 돼지고기는 닭고기와 함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육류로 꼽힌다. 값비싼 쇠고기와 비교해 서민용 육류의 대표로 꼽히기도 한다. 발병 3주가 지난 현재 ASF는 서북부 지역에 한정돼 있다. 더 남하하고 확산될까 두려움이 없지는 않지만 일단의 방역이 성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맞길 기대한다.


고기는 단백질을 보충해 기력을 높이기 위한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금은 먹거리도 풍성하고 고기 외의 건강보충제가 차고 넘치는 시대다. 말하자면, 고기는 맛의 욕구를 해결하고 즐거운 삶의 도우미로서 더 가치가 있는 것이다.

 

요리사들이 과거의 조리법을 답습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요리를 창출하듯이 소비자도 되는대로 먹기보다 더 맛있게 먹기 위한 시도를 해야 한다는 셰프를 만났다. 그는 한국인은 고기 맛을 음미하기보다 씹어 삼키기 바쁘다고 주장하며 고기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작은 변화에 관한 얘기를 해주었다.

 

고기는 무슨 맛으로 먹나요? 단맛, 고소한 맛, 씹는 맛, 또 뭐가 있지요? 그 외에 특별히 떠오르는 게 없는 분들이 많습니다. 고기 맛을 음미하지 않고 씹어 삼키기 바빴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고기에 신맛도 있고 감칠맛도 있습니다. 맛을 음미하지 않으니 육질에 집착하게 되고 깊은 맛, 오묘한 맛을 못 느끼며 먹는 겁니다.


음식을 요리할 때 우리는 불을 사용합니다. 왜 불을 사용할까요? 위생과 안전한 식생활을 위해서라고요? 요리를 하면서 안전하게, 위생적으로 먹어야지, 이런 생각을 하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냥, 맛있게 먹어야지 생각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식재료는 불에 익혀 먹을 때 더 맛있습니다. 생선회, 육회, 신선채소들은 그냥 먹는 게 맛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들은 모두 소스를 필요로 합니다. 익힌 것들은 소스 없이도 맛을 느끼게 해줍니다. 불은 사람의 입맛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불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침과 공기입니다. , 음식을 먹는 습관에 따라 맛의 질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입에 넣고 이로 씹고 목구멍으로 넘기는 건 다 똑같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지만 정말로 정말로 다릅니다. 지금부터 제 말을 잘 듣고 꼭 실천해 보세요. 인생이 달라질 테니.


익힌 음식을 먹을 때 어디로 씹나요? 어금니로 씹지요. 목구멍에 가까운 제일 안쪽 어금니로 씹을 때 가장 맛을 못 느낍니다. 그러니 가능한 한 앞쪽 어금니로 당겨와 씹으세요. 그러면 오물오물 씹게 돼요. 자연히 혀와 가까워지고 침도 많이 나오게 됩니다. 고기를 안쪽으로 들이밀수록 혀와 멀어지고 빨리 목구멍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침은 맛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인체의 보물입니다. 살짝 공기가 들어가면 침이 더욱 샘솟아 입안의 음식을 훨씬 부드럽게 해줍니다. 불과 침과 공기는 맛을 더욱 맛나게 해줍니다. 입안에서 맛을 느끼면 더 많이 씹게 되고 침도 더 많이 나오고 자연히 위에 부담이 덜 가는 선순환이 일어납니다.


반대로 안쪽 어금니로 잽싸게 씹어 삼키면 비만자가 되기 십상입니다. 햄버거를 급하게 먹는 미국인들 중에 비만자가 많고 앞쪽 어금니로 오물거리며 먹는 민족들은 대부분 날씬합니다. 뭐 특별하거나 힘이 들어가는 노력이 아니잖아요. 음식을 탓하지 말고 먹는 방식을 바꾸란 얘기입니다.”

 

맛있게 고기를 먹은 뒤 차 한 잔을 나누며 그가 덧붙였다.

술이나 커피, 차를 음미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똑같은 커피도 침과 공기를 뒤섞어 마실 때와 그냥 삼킬 때, 맛은 엄청나게 다릅니다. 그러니 대화를 많이 하고 호흡을 자주 하면서 마시세요. 운동을 하는 것, 보약을 먹는 것, 건강기능식품을 먹는 것, 다 좋지만 그보다 나은 건강법은 맛있게 먹는 것을 생활화하는 겁니다. 기왕이면 맛있게, 몸 전체로 음미하며, 즐겁게 먹으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집니다.”


* 이 글은 다음 브런치(http://brunch.co.kr@popo3322/11)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유민| 시골에서 태어나 시골에서 자랐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시골을 잊지 않았고, 농업 농촌을 주제로 한 많은 글을 쓰고 있다. 농업-식품-음식을 주제로 한 푸드 칼럼을 다수 매체에 게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