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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계

[기획] 벼 300평 수확 과거엔 하루, 이젠 10분이면…

콤바인의 진화, 쌀 농업 혁명을 일으키다

농기계 업체들은 벼농사 일변의 제품 생산에서 최근 정부시책에 따라 콩, , 수수 등 밭작물 수확에 필요한 콤바인을 개발해 공급하기에 이르렀다. 사진은 콤바인의 보리 수확 장면.


 

농민들에게 콤바인은 신기원과 같은 존재

비효율고효율농업패러다임 전환 계기


수확의 계절이다. 새파랗게 수놓아왔던 들녘은 어느새 황금빛이다. 벼 주산지에 가면 조생종 벼(중만생종보다 50일 정도 빠르게 수확) 수확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농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농민에게 수확의 기쁨은 언제나 설레지만 한편에서는 눈물과 시련의 시간이다. 쌀 한 톨은 농부의 수고로운 손길을 여든여덟 거쳐야 탄생한다. 쌀을 생산하기 위해 농민들의 피와 땀방울은 고스란히 쌀에 담긴다.

 

1950년대, 쌀만큼이나 귀한 노동력

1950년대, 60년대에는 쌀이 귀했다. 매일 흰밥을 수북이 쌓은 고봉은 상상조차 힘들었다. 쌀 한가마를 팔면 대학 등록금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쌀에 대한 값어치는 그만큼 귀했다.

옛날 우리 농촌에서는 마을사람이 모두 모여 땅을 일구고 모내기를 하며 농사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가을이 다가오면 황금들녘으로 다시 헤쳐모여 낫을 들고 벼를 수확했다.

품앗이라고 하는 전통은 수확철만 되면 마을주민과 대민지원을 나왔던 군인들까지 힘을 모아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으로 재현됐다. 당시 대부분의 농지가 정리 돼 있지 않았고 소규모(1ha미만)농지에서 함께 농사를 지었던 시절이 남긴 상흔이다.

 

효율 결핍 시대 규모화 정책으로 탈출

이 시기 벼 수확은 많은 노동력이 투입됐고 한 사람당 하루 200평씩의 할당량이 정해져 있을 정도로 농사일은 더디고 지루한 작업이었다. 생산성도 마찬가지다. 효율성이 극도로 떨어진 효율 결핍의 시대다.

정부에서는 1970년대부터 식량증산과 농업발전을 위해 녹색혁명 등 국내 농업을 쌀 생산에 집중하는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농지조성과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인프라 건설이 본격화됐다. 아울러 농기계 산업도 발전하기 시작했다.

특히 1990년대 쌀전업농(6ha이상) 육성 정책을 펼치면서 대규모 농지기반정비 사업이 추진됐고 지금의 형태로 이어지게 됐다. 현재는 쌀전업농 육성을 넘어 들녘경영체(50ha이상) 육성, 기업농 육성(들녘통합) 정책 등으로 점점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콤바인 시대변화 맞게 고급화대형화

쌀 농업의 형태가 변화되면서 농기계 산업도 변화를 맞았다. 무엇보다 수확기에 사용되는 콤바인은 시대변화에 맞게 점점 고급화대형화되고 있는 추세다.

농기계 산업은 1970년대 기반을 형성했고 1990년대 들어 황금기를 맞이하면서 급격히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 때 벼농사가 거의 99% 기계화를 이루면서 농기계 전성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콤바인도 처음에는 23조형에서 시작해 4조형으로 발전해 나갔다.

더불어 농지가 더욱 규모화 되면서 56조형 콤바인이 등장했고 지금은 78조 콤바인까지 등장하고 있다. 콤바인이 진화하면서 대형화고속화되며 수확기 농민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수확기 콤바인의 등장으로 더 이상 많은 농민들이 낫을 들고 작업할 필요가 없어졌고(인력감소), 심지어 300평을 작업하는데 예전에는 하루가 걸렸던 것이 10분 안에 끝나게 돼 작업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켰다.

실제로 서산 들녘(4400평 기준)에서 콤바인 3(6조 기준)가 함께 작업을 하면 30분 이내에 작업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콤바인 기능이 더욱 향상발전돼 가고 있다. 농민들에게 콤바인은 신기원과 같은 존재로 각인되고 있다.

 

90년대 황금기서 2000년대 급속도로 추락

이런 현상으로 콤바인 공급량은 1980790대에서 199015930대까지 확대 공급됐다. 하지만 농기계 반값 정책으로 인해 농기계 공급 과잉 현상과 작업일수(20)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진 여파 등의 이유로 200011767대를 기점으로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였으며, 현재(작년 기준)2228대까지 줄어든 상태다.

여기에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 영향으로 농작업 대행과 콤바인 임대비율이 크게 높아지면서 구매패턴이 바뀐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농민들은 주력 모델을 4조 위주에서 567조로 고급화대형화시키고 있으며, 더 이상 구입해 써야 한다는 생각이 줄면서 공급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앞으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국내 업체 판매하락외면 이중고겪어

이에 국내 농기계 업체들도 콤바인 대형화 기술을 개발해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의 반응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국내산 콤바인의 경우 일본산보다 기술력 면에서 떨어지고 내구성 또한 좋지 않다는 인식이 농민들에게 퍼지면서다.

실제 현장에서 국내산 6조와 일본산 6조를 비교했을 때 작업속도나 잔고장 등에서 일본산이 앞서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가격 부분에서 일본산 제품과 차이가 점점 좁혀지고 있어 농민들 입장에서 일본산 제품을 선호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직까지 차이(국산 9000만 원대, 일본산 13천만 원대)는 있지만 예전보다 차이가 줄고 있다.

현장에서 대규모로 농사를 짓고 있는 일부 농민들은 4년밖에 못 쓰는 국내산 콤바인을 쓰느니 5~6년 잔고장이 없이 일본산 제품을 쓰는 게 마음도 편하고 금전적으로도 손실이 적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대형기종 콤바인 점유율을 보면 일본산이 70%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상태다.

하지만 국산 콤바인도 일본산과 기술력 차이를 좁히면서 새로운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으며, 현장 상황을 반영한 대형화와 고급화 제품을 개발하면서 신뢰를 쌓아나가고 있다. 업체들은 추세에 따른 신기종의 지속적인 공급으로 고객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모델의 다양화를 통해 고객만족도를 높여 불황을 이겨낸다는 방안이다.

 

() 대안으로 떠오른 밭작물 전용콤바인

이와 함께 각 업체들은 벼농사 일변의 제품 생산에서 최근 정부시책에 따라 콩, , 수수 등 밭작물 수확에 필요한 콤바인을 개발해 공급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밭농사 기계화를 하기 위한 현장의 의지와 정부정책이 반영되면서 밭작물 수확을 도울 수 있는 전용콤바인이 나와 인력감소 등 농작업 효율을 높여 나가고 있다.

실제 팥의 경우 인력으로 수확할 경우 10a11.78시간이 투입되는 반면 콤바인으로 수확할 경우 0.86시간이면 된다. 또한 노력비는 인력수확 시 10a기준 279000원이 들어가는데 콤바인 수확은 28000원으로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쌀 농업 형태에 변화에 따라 콤바인 모습과 수요 변화를 엿볼 수 있으며, 아직은 부족하지만 벼농사용 콤바인 수요침체의 대안으로 밭작물 전용콤바인이 떠오르고 있다.

 

미래 시장, 자율주행 농기계 각축장전망

한편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해 콤바인도 사람이 없이 스스로 작업을 하는 자율주행 콤바인이 개발돼 일본(구보다)에서 내년 시판을 앞두고 있다.

자율주행 콤바인은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아도 위성위치정보시스템(GPS)을 활용해 스스로 이동해 작업하기 때문에 벼 베기를 한 뒤 자동으로 탈곡은 물론 볏짚까지 처리할 수 있어 농가의 일손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굴곡 등 논의 상태에 맞춰 자동으로 대처하는 능력을 갖춰 수확작업을 어디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를 자동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여성이나 고령자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 농민들로부터 관심이 높다.

국내 업체들도 현재 자율주행 트랙터와 이앙기, 콤바인을 개발하고 있으며, 거의 상용화 수준까지 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으로 몇 년 후에는 농기계 시장에서 최첨단 기술력으로 무장한 자율주행 농기계들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은용 객원기자 | dragon@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