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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중국산 수입원제가 농약산업 울린다

일부 살충제 품목 2배 넘게 폭등
국내 사용량 많은 복제원제 집중
원료확보도 쉽잖아…차질 불가피
가격인상 조짐 아직 끝나지 않아

중국산 농약원제 가격이 폭등하면서 2018년도 국내 농약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지난 15~17일 3일간 중국 상해에서 개최된 ‘중국농약박람회’(ACE, AgroChemEx ‘2017)를 통해 국내 바이어들이 취합한 중국 생산원제의 가격 상승률을 보면, 한해 사이에 작게는 20%에서 많게는 140%까지 폭등했다. 더구나 가격 상승률을 주도한 품목일수록 국내 농약회사들이 중국 생산원제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품목들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우선 가격 상승폭이 가장 큰 ‘이미다클로프리드(Imidacloprid)’의 경우 지난해보다 2.4배(140%, 15$→36$)가 급상승

했으며, ‘클로로탈로닐(Chlorothalonil)’도 84.6%(5.2$→9.6$)가 올랐다. [표1]


 

이밖에도 △다이아지논(Diazinon) 66.4% △아세페이트(Acephate) 64.5% △클로르피리포스(Chlorpyrifos) 60.8% △글루포시네이트 암모늄(Glufosinate-ammonium) 58.3% △글리포세이트(Glyphosate) 54% 순으로 각각 인상됐다.
또 30%대 인상률을 보인 품목은 △MCPA △테부코나졸(Tebuconazole) △벤타존(Bentazone) △에세폰(Ethephon) △페노뷰카브(Fenobucarb) 등이며, 20%대 인상 품목은 △트리아디메폰(Triadimefon) △카벤다짐(Carbendazim) △루페뉴론(Lufenuron) △이프로벤포스(Iprobenfos) △스트렙토마이신( Streptomycin) △이프로디온(Iprodione) △알라클로르(Alachlor) 등이다. [표2]

 

중국 원제회사 수익성 품목에 집중
중국 생산원제의 이 같은 가격상승 요인은 ‘중국공산당 전인대회’를 기점으로 ①환경기준이 높아지고 있고 ②중국 산업공단 내 전기공급을 제한(공해발생 공장의 가동률을 줄이기 위한 조치) 하는가 하면 ③중국 정치일정에 따른 공장가동 중단 ④일부 남아있던 선진국 내 복제원제 생산중단 및 생산기지 중국 이전 등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원제생산 공장들도 수익성이 우수한 품목 생산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현재까지의 원제가격 상승률은 품목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략적인 상승폭은 30~80% 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일부 제초제(글라신 Glyphosate)의 경우는 계속적인 상승세를 타면서 100% 이상 인상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동안 마진폭이 줄었던 다이아지논, 클로로탈로닐 등은 원료 확보가 쉽지 않은데다 글루포시네이트 암모늄(Glufosinate Amm)도 지난해보다는 수급상황이 원활치 못해 앞으로 가격인상이 한차례 더 있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농약 완제품 중 원제의 가격비중은 대략 30~60% 정도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복제품(공통품목) 농약들을 생산하는 농약제조회사들은 내년에 농약 출하가격을 인상하지 않는 한 손해를 보면서 출하해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가령 ‘글라신(Glyphosate IPA 41%)’ 300ml 완제품의 경우, 원제 (Glyphosate IPA 62%)가격이 1.7$대에 머물러야 제조회사들의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 농약업계 관계자들의 셈법이고 보면, 원제 가격이 3.0$을 상회하게 된다면 농약회사들은 그야말로 ‘파는 만큼 손해’을 볼 수밖에 없다.

 

아리농약도 원제구매 2차례 유찰
그런데도 ‘농협농약’은 무조건 3% 인하 방침을 밀어 붙이고 있다. 현재 농협중앙회 아리농약사업도 2차에 걸쳐 수입원제구매를 진행했으나 극히 일부 품목의 구매만 확정되고, 나머지 95% 이상의 품목들은 3차 구매를 진행 중에 있다. 농협이 농민들에게  양질의 우수농약을 싼값에 공급하려는 취지도 중국원제가격의 상승에 따라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해있는 실정이다.

사실 중국원제 가격인상 조짐은 올해 중반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 농약제조회사들은 가격변동률에 민감해 하면서도 원제확보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팜한농 만이 그나마 중국원제 수급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내년도 물량을 이미 확보해 놓은 상황이라서 어느 정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심각해지는 농약원제 수입의존도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의 농약 합성원제생산 공장은 2000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매우 활발했다. 그러나 국내 인건비 상승 및 환경기준 강화 등의 이유로 생산포기 및 중국원제 수입으로 대체된 상황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농약원제를 생산하는 기업은 LG화학을 포함해 군소업체  몇몇이 남아 있을 정도다. 그런 점에서 중국원제 가격상승으로 인해 국내 농약업계가 떠안아야 하는 부담감은 시사(示唆)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하겠다. 국내산업이 없으면 무조건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지금처럼 가격이 급등할 경우 그 비용은 전부 국내경제가 흡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 농업계가 주식인 쌀 산업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명분이야말로 농약업계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농약가격도 변동요인 반영 필요
우리나라 농약시장은 완제품 시장이다. 농약 연간 매출액은 총 1조4480억 원(2016년 기준)으로 집계된다. 2013~2016년의 경우 1조4500억 원±1000억 원의 시장규모로 보면 정확하다. [표3]


 

국가별 원제수입 의존도는 △1위 일본 1억5300만$ △2위 독일 9082만5000$ △3위 중국 7893만3000$ 정도의 규모이며, 수입국가수는 10개국 이상이다. 특히 중국은 원제 및 완제품 전체시장의 16%와 9%를 차지하고 있고, 대략 1000억 원 정도 수입하는 규모이니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진국에서 수입하는 농약들은 고가의 신제품 위주의 농약인 반면 중국에서 수입하는 농약은 일반 농민들이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복제농약(지오판, 티로닐, 그로포, 트리졸, 글라신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원제의 가격상승은 국내 농가 및 농약제조회사들에게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국내 농약제조회사들의 제품 구성을 보면, 평균적으로 전체 품목의 상위 25%(단독품목)에서 수익률을 올리고 있지만 하위 35%(공통품목)는 적자 품목이고, 나머지 40% 정도의 중간단계 품목은 ‘본전치기’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런 이유 등으로 요즘 농약회사의 연간 수익률은 5% 남짓을 넘기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들 말한다. 농약도 여느 공산품처럼 가격변동 요인에 따라 적정가격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대목이다.

국내 농약제조회사들은 주로 8~9월에 생산시설을 가동해 이듬해 3월 이전까지 90% 이상을 생산한다. 그렇기에 향후 6개월여 간의 국내 복제농약 생산현황 및 시장가격 동향은 우리 농약산업에서 매우 주목해야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