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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PLS, 등록된 농약만 사용!

2019년부터 전체작물에 전면시행
농약등록 턱없이 부족…대책은?
내년도 직권시험 예산 증액절실

 

2019년부터 시행될 PLS(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가 원만히 진행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농약등록을 위한 예산 확보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농약 판매인 교육을 농촌진흥청에서 직접 실시하는 등 판매관리가 강화된다.


정부는 2019년 1월 1일부터 PLS(Positive List System), 즉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 제도는 국내 사용등록 또는 잔류허용기준(MRL)이 설정된 농약 이외에 등록되지 않은 농약은 원칙적으로 사용을 금지하는 제도를 말한다. 쉽게 말해 ‘A 농약이 고추 진딧물에 수확 3일전 일주일간격 2회 살포’가 가능토록 등록돼 있는데 이 농약을 고추 외에 사과에 사용할 경우 최종 생산 농산물이 부적합 판정을 받게 된다. A농약의 잔류농약허용기준이 고추에만 설정돼 있기 때문에 사과에서 검출되면 그 사과는 부적합 농산물이 되는 것이다.


이전에는 잔류농약 허용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농산물의 경우 코덱스 또는 유사농산물의 최소 적용기준을 적용해 왔다. 그러던 것이 PLS가 시행되면 코덱스, 유사농산물 적용기준이 삭제되고 0.01ppm(최저 검출농도)이하 적합 기준만 적용된다.


정부가 이 같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자 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 먹거리 확보가 1차적 목표이다. 특히 국내 미등록농약이 사용된 바나나와 같은 농산물을 수입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농약의 유입을 사전에 차단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수입하기 위해 잔류허용 기준을 강화하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00여 작물, 460여종 농약에 대해 7600여개의 농약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돼 있다. 숫자로는 많이 설정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PLS 제도가 전면 시행되면 부적합 농산물은 2015년 검사결과인 1.7%에서 6%로 급증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는 이 같은 기준을 설정·시행을 앞두고 농업인 및 관련 기관·단체 등의 교육·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장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1일 서울지방식약청에서 각국 대사관과 농산물 수입업체, 농약회사 등을 대상으로 PLS 설명회를 개최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식생활소비정책과도 지난 13일 대전에서 실시한 농협조합장 대상 ‘GAP 활성화 워크숍’을 통해 PLS를 한 번 더 강조했다. 정현출 소비정책과장은 “GAP농산물로 인증을 받으면 원칙적으로 등록된 농약만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PLS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농협 조합장님들께서 농업인들을 교육할 때 한 번 더 GAP와 PLS에 대해 인식시켜 주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관련기사 4면>


또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천안을)은 ‘안전한 농산물을 위한 농약관리제도 개선방안마련 토론회’를 지난 19일 국회에서 개최했다.


김장억 한국농약과학회 학회장을 좌장으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발제에 나선 이규승 충남대 명예교수가 제안한 개선방안으로는 지방정부로 이관한다면 “대만과 같이 농약의 바코드화, 농업경영체 등록자에게만 농약 판매, 농약판매상의 입력 정보가 농업기술센터의 DB에 동시 입력되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고, 현재와 같이 중앙정부가 중심이 된다면 “농약판매상에 대한 교육 강화 및 판매 기록부 작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발제에 나선 심재한 전남대 교수는 ‘부적합 농산물의 원인과 대책’을 주제로 “부족한 소면적 재배 작물의 등록농약수로 인해 농업인들이 비슷한 방제효과를 가진 농약을 오남용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PLS가 도입되면 소면적 재배작물의 부적합률이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농약의 오남용에 대한 애로 해소 및 소비자의 안전농산물 생산을 위해 채소류에 발생되는 다양한 병해충을 방제할 수 있는 약제 등록과 농약안전사용기준 설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토론에 나선 황규석 농진청 연구정책국장은 농약 판매 단계에서 미등록 농약 추천 및 판매 근절을 위해 “농약을 판매할 수 있는 판매관리인의 자격을 강화하고 모든 농약에 대한 판매정보를 기록하는 방안을 검토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농업인의 농약 안전사용기준 준수 교육을 의무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더불어 농약 판매상 교육을 농진청에서 직접 추진해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재배 작물의 종류와 방제 대상 병해충의 종류가 많아 PLS 제도 시행 전까지 충분한 농약 등록이 어려우므로 소면적 작물에 대해서는 현행 제도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줄 것”을 제안했다.


조성필 한국작물보호협회 이사는 농약생산자의 입장에서 “농약생산자가 농약등록과정에서 부담하게 되는 비용과 절차가 많아지면 결국 농약가격도 상승해 농업인이 피해를 입게 된다”며“PLS제도가 원만하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2019년부터 등록서류로 요구되는 작물잔류성시험성적서 GLP 및 다포장시험의 재검토와 MRL그룹화 또는 잠정 MRL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농약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에서도 학교교육 및 홍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완주 의원은 “부적합농산물에 대한 사후관리만큼이나 사전 예방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며 “농업인들이 안전한 농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농업인 및 판매상에 대한 철저한 지도 감독이 필요하고 농약 판매단계에서의 이력관리가 절실하다”고 전했다. 이어 “오늘 토론회에서 논의된 다양한 개선방안들이 실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에 나왔던 내용들이 현재 PLS를 진단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중 가장 시급하게 살펴봐야 하는 부분이 농약등록 문제이다.


농진청은 2008년부터 소면적 작물에 대해 직권으로 등록을 추진해 왔다. 그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식생활이 다양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소량의 농약 품목을 직권으로 등록해도 큰 문제없이 농약 사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현재는 소비자들의 식생활 패턴이 다양화 되면서 특히 채소류 분야의 재배 작물 가짓수가 현격하게 증가했다. 농진청이 추산하기로는 민들레, 씀바귀 등 120여개의 작물이 증가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소면적 작물 농약 직권 등록 시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30억원 가량의 예산을 확보해 직권 등록 시험을 실시 중이다. 이와 함께 작물의 그룹화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완료된 그룹 작물은 배추과와 국화과이다. 이어 올해 말까지 산영과, 명아주과, 백합과 작물의 그룹화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농진청에서 이렇게 직권 등록, 작물 그룹화 등에 힘쓰고 있음에도 2019년까지는 불과 1년 반밖에 남지 않았다. PLS가 전면 시행됐을 때 부적합 농산물 증가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농약 등록을 서둘러야 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직권 등록 시험 예산 확충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내년에 적어도 250억원 가량의 예산이 확보돼야 필요한 만큼의 농약의 약효·약해 시험과 잔류시험을 동시에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가늠하고 있다.


소면적 작물, 특히 채소류에 등록된 농약이 증가하면 GAP 농산물 인증률도 함께 올라갈 수 있다. 현재 GAP 인증이 전체 농산물의 약 6~7%를 차지한다. GAP 인증에 대한 인식도 낮지만 무엇보다 사용할 수 있는 등록농약이 적어 GAP 인증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면적 작물의 직권 등록 추진은 바람직하지만 약효·약해 등의 시험을 실시할 때 시험 농약제품의 농약 제조회사 연구원들도 시험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는 조언도 나왔다.


농약이 직권으로 어떤 소면적 작물에 등록된 경우 해당 농약을 사용한 농업인이 약효 미흡이나 약해 등의 문제가 생겼을 때 이에 대한 민원은 농약 제조회사로 가게 된다. 이 때 농약 회사들이 이에 대해 설명하고 대처하기 위해서는 실제 시험 당시의 상황과 결과 양상 등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오히려 직권 등록으로 농약이 등록돼 농업인의 민원에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농약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농약 업계 전문가는 “PLS 도입은 소비자와 농업인 모두에게 필요하며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도 “다만 농약의 등록이 시급히 이뤄져야 시행 이후 부작용이 최소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미진 l choubab@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