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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농협농약'에 ‘교육’을 입히다

지역농협 농약담당자 정규교육 마련
산·학 연계 심화교육도…경쟁력 강화
농약업계도 환영…제품 마케팅 기회

 

농협이 계통농약의 아킬레스건으로 일컬어지던 ‘기술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아 나선다.
최근 농협은 내부적으로 농약과 관련한 정규교육을 개설할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진행하던 교육은 계통구매와 관련한 신청교육 외에 1년에 1회 정도 농약 제조회사들의 지역 세미나 정도에 불과해 심화 교육이 필요하다는 내부 요청과 필요성이 확대돼 왔다.


특히 농약 유통 분야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농협이 농약 처방에서는 ‘시판에 비해 실력이 없다’,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농협은 이 같은 내외부적 요구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농약 정규교육 프로그램’ 마련과 시행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따라 농협의 농약 정규교육이 어떤 내용과 형태로 진행될지에 대해 농약업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계통농약을 위한 농협의 농약 교육이 진행되고 있기는 하다. 농약 계통구매 신청 전 각 지역별 신청요령 교육 때 농약 신제품 소개 및 병해충 관련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계통 신청 직전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심지어는 농약 제조회사 1곳당 10~30분 정도의 시간만 할애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제조회사 주최 세미나의 경우 교육 내용이 제품 소개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구조여서 깊이 있는 교육이나 기초 교육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 보니 베테랑 농약 구매담당자나 방제처방사가 아닌 다음에야 농약 제품에 대해 세세한 정보를 습득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민원 대처에도 능숙함이 떨어지고 농협 농약의 기술력이 시판에 뒤쳐진다는 평가도 계속됐다.


농협 관계자는 “약해에 대한 민원도 잘 파악해 보면 경력이 높은 처방사가 있는 지역에서는 민원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며 “경력 5년차 미만인 경우에 약해나 가격에 대한 불만 사항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하면, 결국 경력이 부족할수록 농약과 작물 생육에 대한 지식이 적고 민원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따라서 농협 농약팀이 이번에 계획 중인 정규교육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지역농협의 방제처방사 및 신규 농약 구매 담당자들의 처방 실력이 월등히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농약·병해충·생육 등 기본부터 다진다
사실 농약 처방에 대해서는 알아야 할 것이 많다. 농약 품목만 1500여개에 달하기 때문에 제품 파악에만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지역에 따라 중점적으로 재배되는 작물에 대해서만 숙지해도 된다는 생각일지 모르나 대부분의 농가들은 소규모 농사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농약에 대해 많이 알고 있을수록 처방의 정확도는 높아진다.


게다가 해마다 품목별로 적용확대 작물이나 병해충은 회사별로 수백 개에 이른다. 특히 국가적으로 GAP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작물이 등록된 농약을 처방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물론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약제별 적용 작물을 검색할 수도 있겠으나 바쁜 농사철에 매번 검색에 의존하는 것은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고 고객의 신뢰를 얻는데도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결국 수많은 농약에 대해 얼마나 알고 바로바로 척척 처방하는지가 판매자의 실력이 되는 상황이다. 더구나 약해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과 약제별로 혼용이 불가능한 경우 등을 모두 파악하려면 깊이 있는 교육이 뒤따르지 않고서는 많은 시간을 흘려보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작물별 생육 및 생리장애, 병해충 특성 등에도 골고루 지식을 갖춰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농기계 정기교육 벤치마킹 할 수도

농협의 ‘농약 정규교육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프로세스는 아직 소개되지 않았지만, 농협 관계자에 의하면 농협 농기계팀에서 진행 중인 ‘농기계 정규교육’을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농협 농기계 교육은 높은 만족도와 성과를 인정받고 있는데다 농약 교육도 이와 상이하지 않다는 판단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서다.

농기계는 각각의 기종에 따라 복잡한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판매나 수리 등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동안 지속적인 교육이 진행되어 왔다.


농기계 생산업체의 최신 정비기술을 습득해 사후봉사 능력을 높이고 신제품 마케팅 교육도 병행해 농기계 판매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우선 지역농협 농기계센터 수리요원 1200명을 대상으로 2가지 유형의 정규교육이 진행 중이다.
농협의 ‘농약 정규교육’이 벤치마킹할 농기계 교육을 좀 더 들여다보면, 먼저 ‘농기계 생산업체 위탁교육’을 꼽을 수 있다. 2월에 5개의 농기계 회사에서 각각 2~4일간 합숙 교육을 실시한다. 인원은 30~40명 내외로 진행하며, 교육은 각 농기계 회사 내에 위치한 교육장에서 이뤄진다. 교육 내용은 각 농기계 회사의 주력 상품에 대한 소개 및 엔진, 고장진단, 시스템, 정비점검, 응급조치 요령 등이 주를 이룬다. 실습도 병행해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또 하나의 교육방식은 2주간 이뤄지는 ‘심화과정’이다. 폴리텍대학과 산학연계 심화교육으로 농기계 관련 교수들이 주로 교육을 맡고, 중간에 외부강사 초청 교육 등을 병행한다. 2주 심화교육은 고용보험 환급 과정으로 비용이 적게 소요되고 지역농협에서 나머지 교육비를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이렇듯 농기계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비슷한 형태의 농약 교육도 개설해 실시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농협 내부의 판단이다. 농약 교육은 정규 집합 교육 외에도 온라인 강의를 병행하는 것도 검토 대상 중 하나다.


농협의 정규교육 도입에 대해서 농약 업계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수의 농약회사 관계자는 “제품에 대한 지식과 기술적 부분들을 충분히 전달해야 올바른 농약 처방이 가능하다”면서 “동시에 자사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정당한 자리이기에 좋은 기회라고 본다”고 밝혔다.


농협 농약 담당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교육 시기 및 내용 등이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해 교육 툴을 만들어 지역 농협 구매 담당자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협 관계자는 또 “농협의 농약 처방이 정확해질수록 농업인들의 비용 절감과 농산물 생산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심미진 l choubab@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