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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용 칼럼

농업정책 건의 신중하길

한번 결정된 정책은 되돌리기 어려우므로 정책을 논의하는 경우 기본적인 내용과 변화의 흐름을 살피고 관련된 분야의 파급효과를 엄밀하게 고려해야 한다. 최근 농약과 비료를 혼합한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하자는 주장과 가축분뇨의 ‘액비상품화’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 등은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책은 장단기 대상에 대한 정부의 활동이다. 정책은 대상과 주변에 대한 영향력이 크고 지속적이기 때문에, 그 결과를 되돌리기가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요하다. 본질적으로 정책은 공공적인 부분 내지는 효과가 광범위한 부분에 우선순위를 둔다. 따라서 정책을 논의하는 경우 기본적인 내용과 변화의 흐름을 동시에 살피고 관련된 분야의 파급효과를 엄밀하게 고려해야 한다. “한번 해보자”는 식은 절대 안된다.


필자는 2000년대 들어 환경부에서 개발, 활용해오고 있는 Allbaro 시스템에 이어 농식품부에서 2016년 7월에 공개한 Agrix 시스템의 중복성과 국가차원의 비효율성을 지적한 바 있다. 국산 농기계 가격의 거품을 제거한다고 빼든 농기계 원가자료 제출의 비합리성 등을 지적하면서 정책이 가져야하는 기본적인 요건을 제시한 바 있다. 유기농자재 목록공시제에서 인증을 도입해서는 안된다고 그렇게 권유하였건만 결국 국가예산과 행정의 낭비만 초래하고 있다. 이제는 유기목록공시제와 생물농약을 구분하지도 못하고 우왕좌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건의가 나오고 있다.


먼저 농약과 비료를 혼합한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하자는 주장이다. 보도(N신문,9. 7)에 의하면 “농가일손의 절감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이 목적만을 위한다면 옳은 주장이다. 더욱이 “일본의 경우 이미 2000년께부터 비료·농약 혼합제가 개발돼 30여종을 실용화하고 있는데” 우리는 관련 규정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미 2015년 ‘비료공정규격설정 및 지정’ 고시의 개정을 통해 규정이 마련되었고 그해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고 한다. 업계는 일단 환영하면서도 제품의 사용과 생산 기술적인 면 등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혼합제의 상용화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느낌이다.


한곳에서는 가축분뇨의 ‘액비상품화’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L신문, 9. 8). “친환경농업 확산 및 산업화를 위해…가축분뇨 액비 상품화와 이용확대를 위한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장하는 내용 가운데 유ㆍ무기 혼합비료에 대한 적극적인 개발과 사용에 대해서는 검토의 대상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액비의 제품화와 사용이다. 보통비료와 혼합하는 것은 다음의 사안이 될 것이다. 주장한 기능성 비료 개발과 비료산업 발전을 위한 검토 등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액비이다.


미래농업의 지향점과 걸맞는 정책인가?  
위 두 가지 정책건의를 검토하기 전에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농업을 어떻게 규정지을 것인가이다. 지향하고자 하는 농업의 모습을 위해 어느 정책이, 어느 수단이 필요한가를 생각해야 한다.


미래농업은 스마트 농업이다. 정밀농업, 지속가능 농업, 친환경 농업, 인공지능과 로봇, ICT사용 농업 등이 망라된 농업이 현재로서는 스마트 농업이다. 스마트 농업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은 역시 환경과의 조화로운 농업이며 자원의 최적사용, 순환농업이다. 발전하는 첨단의 기술을 농업에 도입하여 최소자원, 최대효과를 가져오자는 것이다. 이러한 미래 스마트 농업에 걸맞은 정책을 채택해야 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이다.


현재 농약의 경우 여러 가지 병해충을 동시에 방제할 수 있는 혼합제가 개발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약제를 혼합한 혼합제는 첫째 구제대상 병해충의 동시 발생성, 둘째 혼합된 량과 구제대상 병해충의 밀집도와의 적합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혼합제 농약이 잉여로 남아 소모되는 것도 최소화되어야 한다. 물론 혼합제를 사용할 경우 한 번에 두 가지 이상을 방제하기 때문에 인력의 감소 효과는 분명하다. 하지만 혼합제로 인한 이득보다는 손해와 피해의 가능성이 있기에 이를 적극적으로 권하기는 어렵다.


혼합제 농약도 그러한데 농약과 비료를 혼합해서 판매하는 것을 미래 지향적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이다. 비료조차 농지의 영양상태에 따라 세밀하게 살포하자는 것이 스마트 농업인데, 농약도 최적의 량을 최적 시기에 살포하자는 것이 스마트 농업인데 이를 경시하고 비료와 농약을 함께 섞어서 판매하자는 정책 건의가 과연 얼마나 바람직한지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이럴 경우 농약과 비료의 소비량은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다고 산업이 발전하지도 않는다. 도입하자는 배경 역시 너무 단순하다. 남이 하니까, 단순히 노동력 절감이 되니까 하자는 식은 안된다. 다시 한번 엄밀한 검토가 필요한 정책건의이다.


전문가들 의견·협의 후 신중하게 건의·결정
액비는 축산농가들의 애물단지이다. 돼지 슬러리돈사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발생되는 가축분 폐기물을 친환경적이면서 적법하게 그리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처리내지는 재활용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문제는 가축분, 특히 돈분은 수분이 매우 많기 때문에 이를 곧바로 분말이나 펠렛 형태의 비료로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 수분을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액비를 만들면 간단해진다.


그러나 우리 농업은 기본적으로 논 농업이기 때문에 가축분을 액비화해서 사용하는데 제한이 있다. 논에 액비를 살포할 경우 일반화된 문제는 토양경화와 수계오염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밭에 살포하면 그만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다. 이 부분에서 가장 선진화된 독일의 경우 시비가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액비를 살포할 경우, 토양과 작물에 따라 시비량과 시비횟수, 시기 등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알 수 있다. 농지 표면에 살포할 경우 발생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주사(Injection)방법에 의한 살포를 일반화시키고 있다. 우리의 경우 농지의 지형(경사도)도 참고해서 시비방법을 만들고, 이에 따라 액비를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관련된 수단과 방법 등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뿌리자고만 주장해서는 안된다.


최근 농업정책 결정과 시행과정에서 진중하지 못한 부분이 없지 않다. 정책건의를 하는 경우에도 단편적인 면만을 강조하고 있는 듯하여 안타깝다. 누누이 지적하지만 한번 결정된 정책은 되돌리기 어렵다. 유기목록공시제와 인증제 도입이 대표적인 잘못된 사례이다.


생물농약과의 혼란도 인증도입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관련된 전문가들의 의견과 협의를 거쳐 신중하게 정책을 건의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협력과 상생이 그리고 지속성이 담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