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아침 회의 때 일이다. 대표가 간부들에게 물었다. “뱀이, 비얌이… 참 많이 늘어났어요. 왜 그런지 아세요?” 뜬금없는 질문에 모두들 눈만 껌벅껌벅했다. 대답을 바라는 질문인지 헷갈리기도 하고, 비얌이 실제로 많이 늘어났는지 가늠하기 어렵기도 했다. 뱀의 수를 측정하는 통계기관이 있던가? 그곳은 산림청인가? 통계청인가? 하고 여러 기관을 떠올리는 이, 뱀이 늘어난 이유를 재빨리 알아내기 위해 머리를 분주하게 굴리는 이, 아침부터 비얌을 떠올리며 웅크려 앉은 자신의 모습이 똬리 틀고 앉은 뱀처럼 느껴져 몸서리를 치는 이, 그렇게 제각각 껌벅껌벅하고 앉아 있을 뿐이었다. 대표가 다시 물었다. “지하철에 그렇게 많던 행상들이 싸그리 사라졌지요? 왜 그런지 아세요?” 역시 아무도 답을 하지 않고 눈만 껌벅껌벅했다. 개중에는 지하철 행상들이 줄어든 만큼 뱀의 숫자가 늘었나? 하고, 늘 하던 대로 수치를 맞추려는 이도 있었다. 물론 대부분은 지하철 행상이 줄어든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물건이 팔리지 않기 때문 아닌가. 지하철에서 신문 판매가 사라진 것도 같은 배경 아닌가. 도대체 물건은 어디에서 팔리고 있는 거지? 음음,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 어느
날마다 먹는 음식, 날마다 만드는 음식을 놓고 별나게 떠드는 시대다. 이른바 셰프 전성시대. 누구나 먹는 음식, 누구나 만들 줄 아는 음식을 놓고 별나게 떠드는 시대. 맛이란 저마다 다르게 느끼고 취향도 저마다 다름에도 불구하고 마치 최고의 음식이 특별하게 존재하는 양 마구마구 떠드는 시대다. 이런 풍류가 영 마음에 들지 않지만, 시대의 흐름을 거역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덩달아 셰프에 관한 몇 가지 안줏거리를 만들었다. 셰프가 너무 인기인(다른 말로 엔터테인먼트)이 되어 조리사라면 모두 셰프로 통칭하는데 사실은 식재료 단계에서 고객의 식사 전후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는 이들이 셰프(Chef, 총주방장)이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셰프를 대체하는 전문용어는 ‘칼잡이’였다. 요리는 일단 식재료를 손질하는 것으로 시작되고 그 손질의 핵심이 칼이었기 때문이다. 아니다. 식재료를 손질할 때 가장 중요한 (혹은 위험한) 것이 칼질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생선 요리가 많은 까닭이겠지만) ‘음식은 칼맛에서 나온다’는 말을 격언처럼 사용한다. 그와 비교해 중국은 ‘불맛’이라 하고 한국은 ‘손맛’이라 한다. 비슷한 문화권인 한-중
봄과 가을은 여름과 겨울의 중간에 있는 계절이다. 봄은 겨울 뒤 여름 앞에 있는 계절이고, 가을은 여름 뒤 겨울 앞에 있는 계절이다. 뭐 누구나 다 아는 자연 현상이다. 봄과 가을은 온도도 비슷하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다. 그런데 봄 하늘은 낮고 가을 하늘은 높다. 이유가 무엇일까. 아니다. 질문이 잘못됐다. 하늘이 높고 낮을 리가 있는가. 하늘은, 높아 보이고 낮아 보이는 것뿐이다. 인간의 눈으로 보는 하늘의 높이(거리)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비슷한 온도, 비슷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봄 하늘은 낮게 내려앉아 있고 가을 하늘은 높이 올라가 있으니. 모두가 배웠지만 어느덧 잊어버린 이유는 바빠서가 아니라 관심이 떨어져서가 아닐까. 알고 있었지만 잊어버린 그 답은 대기 중의 오염물질 차이다. 가을에는 대기 중의 오염물질이 가장 적은 계절이라 하늘이 높다고 한다. 가을의 대기는 왜 깨끗해질까? 앞의 계절 여름에 장마와 태풍이 오기 때문이다. 그들이 대기를 확 쓸어버려 주니까. 장마와 태풍이 땅과 하늘을 청소해 주기 때문에 그 뒤에 오는 가을하늘이 높아 보이는 것이다. 반대로 봄은 대기가 불안정하다. 죽은 듯 잠들어 있던 땅에서 꿈틀꿈틀 뭔가가 자꾸 일어나고
귀농 귀촌에 관한 조사 자료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봤다. 도시인들이 귀농(또는 귀촌)을 결정할 때 사전탐색이나 심층공부를 하기보다는 ‘즉흥적인 선택’이 (예상보다) 훨씬 많다는 점이다. 귀농인들을 만나 심층 면접한 내용들을 살펴보니, 즉흥적으로 귀농한 배경에는 ‘잘 아는 사람’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인이 소개해서, 지인의 권유에 따라, 지인을 좇아, 귀농 귀촌해 살다 되돌아서는 이들이 뜻밖에 많아 “놀랐다”고, 조사에 참여한 연구자가 놀라워했다. 자신의 운명이 달린 지역의 환경을 알아보고, 문화를 파악하고, 작물을 조사하고, 하다못해 지역과 자신의 궁합을 맞춰보는 일들은 다 강아지에게 맡겨 버리고… 오로지, 사람에 살고 사람에 죽으려 하는 놀라운 사람들. 도시에 살던 사람이 귀농 귀촌을 꿈꾸는 이유는 둘 중 하나다. 도시 생활에 지쳤거나 지루해진 경우, 새로운 환경에서 제2의 인생을 도모하려는 경우다. 그 가운데 농업 농촌을 잘 아는 이도 있고, 대충 아는 이도 있고, 안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전혀 모르는 이도 있다. 어쨌든, 농촌을 아는 이 모르는 이 할 것 없이 ‘지인’에 대한 의존도는 절대적인 것이다. 지인은 누구인가. 이들이 말하는 지인은 ‘대충
오른쪽 눈이 욱신욱신 쑤셔 안과병원에 들렀다. 다행히 큰 병이 아니라 알레르기성이란다. 의사는 “환절기에는 몸을 무리하게 놀리지 말라”고 조언했다. ‘눈’과 ‘환절기’와 ‘무리’가 무슨 상관일까? 마땅한 연계성이 떠오르지 않아 구태여 질문을 했다. 의사는 쉽고 짧고 친절하게 그 이유를 알려 주었다. “계절이 바뀔 때 질병이 찾아오는 이유는 ‘몸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그런 몸들은 대개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입니다.” 즉, 의사는 ‘당신 몸은 과거보다 면역력이 떨어져 약체가 돼가고 있으니 건방지게 옛날 생각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고마운 의사였다. 며칠 뒤 한 모임에 나가 ‘눈과 환절기와 무리와 면역력’에 관한 썰을 풀었다. 그러자 한 사람이 벌에 관한 썰로 응대했다. 우리나라는 밀원(蜜源;꽃밭)이 작아서 믿음직한 ‘한봉가(韓蜂家)’ 찾기가 너무 어렵다는 얘기부터, ‘진정한 벌꿀’의 가치가 무엇인지에 이르기까지 별의별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프로폴리스야말로 면역력 증강에 가장 효과가 좋은 천연식품이고, 양봉(養蜂)이야말로 가장 친환경적인 산업이며, 벌이야말로 인간들이 존경하고 따라야 할 모범적 동물이었
농촌엘 다녀왔다. 어촌도 다녀왔다. 농촌과 어촌 사이 도시에서도 하룻밤 잤다. 그 과정에서 한 화훼농부를 만났다. 부부가 함께 귀농한 지 10년째, “겨우 먹고 살 만한 수준을 만들었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그리고 이런 말을 했다. “경제적으로 기반을 잡았다고는 말하기 힘들어요. 그런데 서울 친구들을 만나 보면 비교가 돼요. 우리가 선택을 참 잘했다는 걸… .” 이유는, 마음의 여유란다. 시간적으로 도시인들보다는 여유가 있어 동호회라든가 배우고 싶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가졌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부자다. 바닷가에서 중장년들과 맥주를 마셨다. 그 중에서 두엇이 신발을 벗고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리고 바닷물에 발을 담갔다. 나도 따라했다. 오랜만에 바닷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연신 다리를 긁었다. 바다모기, 대단했다. 누군가 한마디 툭 던졌다. “포항모기는 군화도 뚫는대요.” 엄청난 구라다. 구라는 뭔가 들뜨게 만드는 힘이 있다. 대화에 활력을 불어넣고 유쾌한 상상을 끄집어내는 힘이다. 아니나 다를까, 또 한 명의 구라발이 구멍마개 이론을 펼쳤다. 사람들은 대개 문제가 생겼을 때 구멍 속에 집어넣고 마개를 닫아놓고 앞으로 간다. 당장 할 일은 많고
더워도 지나치게 덥다. 그래도 몸은 낫다. 어떻게든 더위를 이겨낼 문명적 이기가 있어 다행이다. 문제는 농업이다. 농업에 문제가 생기면 모든 것에 영향을 준다. 점점, 더위보다 가뭄이 걱정되는 이유다. 언젠가 농협 직원과 얘기하다 이런 질문이 나왔다. “펌프와 양수기의 차이가 뭔지 알아요?” 저마다 한마디씩 답을 내놨다. “펌프는 수동 기계식이고, 양수기는 자동화된 기계 아닌가?” “양수기는 물을 끌어올리는 데 국한되지만 펌프는 물뿐이 아니라 다양한 역할을 하지. 역할의 차이 아닐까?” “펌프의 동력은 전기, 양수기의 동력은 기름… 동력의 차이인가?” “펌프는 왠지 모르게 힘든 느낌이고, 양수기는 힘이 덜 드는 느낌?” 모두 틀리지 않은 답이다. 펌프의 동력이 전기라는 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손으로 펌프질을 하며 자란 세대에게는 수동이 먼저 떠오르지만, 그렇지 않은 세대에게는 전기 동력이 옳을 것이다. 동력을 기준으로 볼 때 (현재까지) 양수기는 기름을 사용하고 있다. 양수기의 영문명이 Water Pump다. 가뭄이 최대 이슈였던 2015년 여름, 4대강 근처에 자리 잡은 지자체 관계자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4대강 사업을 비판할 때 많은 전문가들이
곡물자급률 24%시대를 살아가는 즈음, 조건부 풍요속에 매몰돼 농업 농촌은 물론 자급률 제고 및 농가소득 증대에 획기적 기여를 해 온 농자재의 중요성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최근 일부에서의 오남용으로 인해 고품질 안전농산물 생산 공급은 물론 생력화에 기여, 부족한 노동력을 대신해 주는 작물보호제(농약)의 안전성이 이슈화됨으로써 농업 고유용도로서의 역할까지 불신 받는 그릇된 과정이 반복되는 것은 풍요로운 시대를 염원하는 국민 모두를 선의의 피해자로 만들 뿐이다. 먹거리를 늘리기 위한 전 세계 경지면적을 늘리는 데는 5%이내에서만 가능하다는 게 정설이다. 허나 인류를 위한 식량은 현재의 50% 내지 100%를 늘려야 공급이 가능하다는 계산이고 보면, 근거 없이 특정 농자재를 터부시하는 시각이 얼마나 위태로운 행위인지 자명하다. 특히 곡물 수입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우리나라는 모든 농지에 곡물을 재배하더라도 자급자족이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곡물자급에 필요한 농지면적이 320만ha에 이른다는 분석에 기인한다. 이런 작금에 농업 본래의 사명을 망각하고 인류의 생존을 부정하며 비과학적 비능률적 비위생적인 농법으로 낙인 받는 특정농법을 지
무기질비료 산업계! 4차 산업혁명을 알고 있나? 항간에 무슨 일만 생기면 원인은 기후변화이고 대책은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해도 대충 정답인 세상이다. 2016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의장은 한권의 파란 책을 그의 오른손에 들고 세상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 후 1년 반이 지난 지금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만큼 이토록 전 세계에 회자되고 있는 단어도 없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대충 생각해 보면 요즘 유행하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터와 같은 요소기술들과 우리 일상이 잘 연결되어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꾸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4차 산업혁명은 농업·농촌 분야에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초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매년 주관하여 열리는 농업전망에서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송종국 원장이 발표한 ‘4차 산업혁명과 농업농촌’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미래의 농업생산은 스마트센싱 및 모니터링, 스마트제어, 스마트분석 및 기획의 3가지 축이 서로 순환하는 체계에서 빅데이터·인공지능 기반 클라우딩이 이루어진다고 발표하였다. 여기서 무기질비료 산업의 현 주소를 짚어보자. 세상은 바뀐다고 한다. 그냥
많은 분들이 ‘피’하면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사람 몸안에 흐르는 액체, ‘피’를 일반적으로 먼저 생각할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화투에서 ‘똥쌍피’가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농업인들은 논과 밭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잡초인 ‘피’가 퍼뜩 생각날 것이다. 얼마나 지독하면 농민의 피를 빨아먹는다고 해서, 혹은 농민의 피를 말린다고 해서 잡초이름도 ‘피’라고 했겠는가? 피는 세계적으로 50여종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뛰어난 환경적응성과 종자번식력으로 극지를 제외한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잡초이다. 우리나라는 전국에 걸쳐 분포하고 있으며, 논에는 주로 논피(강피)와 물피가 많이 발생하며, 밭이나 과수원에는 주로 돌피가 발생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식용피라는 것이 있는데, 조선시대 오곡 중에 하나였으며, 193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재배면적이 상당하였다. 최근에 식용피의 영양학적 가치가 밝혀지면서, 일부 지역의 소득작물로 재배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피는 한 번 생기면 제거하는데 피를 말리는 농업인의 골칫거리다. 그럼 이 지긋지긋한 피를 어떻게 제거하는 것이 능률적인가 생각해 볼 일이다. 우선 발생하는 장소에 따라, 그 방법을 달리하는 것이 좋다. 면적이 크지
한국토양비료학회는 해방이후 23년이 흐른 1968년 6월 25일 탄생하였다. 1946년 중앙농업시험장 농예화학과에 토양계와 비료계를 두었지만 토양비료학자는 소수에 불과하였다. 1954년 한국농학회가 창립되면서 토양비료 분야 학회활동도 시작되었다. 1950년대에 실시된 토성조사사업은 1936년부터 10개년 계획으로 추진되었던 전국 농경지 270만 ha에 대한 보고서와 토성도 발간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한편 해방이후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비료도 1961년 충주비료공장을 필두로 1962년 나주, 1967 울산과 진해에 비료공장이 들어서면서 비료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1962년 농촌진흥청 식물환경연구소가 출범되면서 UN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토양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토양의 화학적 특성을 평가하는 토양비옥도 조사사업이 1963년부터 1969년까지 시행되었고, 토양의 종류와 물리적 특성을 평가하는 토양조사사업은 1964년부터 1969까지 시행되었다. 이 사업의 결과 전국토인 984만7000 ha에 대한 토양조사를 마치고 1:50000 축척의 토양지도 정보를 얻게 되었으며, 주곡인 벼와 보리의 다수확에 필요한 토양비옥도 관리 및 적정 비료사용 기술이 구명되